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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기사 자격’ 시험 없이 준다고? ‘과정평가형’ 검토에 기술자들 ‘격분’

“기술직이 봉이냐? 의사, 변호사 시험에도 과정평가형 포함하자” 쓴소리
소방 분야 전문성 약화로 국민안전 위험 초래 지적, 형평성 문제도 도마
한국산업인력공단 “내부 검토 위해 의견 받은 것, 아직 정해진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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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5/07/23 [14:41]

‘소방기사 자격’ 시험 없이 준다고? ‘과정평가형’ 검토에 기술자들 ‘격분’

“기술직이 봉이냐? 의사, 변호사 시험에도 과정평가형 포함하자” 쓴소리
소방 분야 전문성 약화로 국민안전 위험 초래 지적, 형평성 문제도 도마
한국산업인력공단 “내부 검토 위해 의견 받은 것, 아직 정해진 건 없어”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5/07/23 [14:41]

▲ 건축물의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FPN

 

[FPN 박준호 기자] = 과정평가형 제도에 소방설비기사 자격을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자 소방기술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술 자격 체계 전반의 균형이 흔들리는 건 물론 국민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인력공단)은 지난달 16일 ‘2025년도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신규 종목 추천 수요조사 및 전략 종목 국민 의견수렴 안내문’을 공고했다. 안내문에는 2027년부터 시행할 과정평가형에 소방설비기사(전기ㆍ기계) 신설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정평가형이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으로 설계된 교육ㆍ훈련과정을 체계적으로 이수한 후 내ㆍ외부 평가를 거쳐 일정 기준(80점 이상)을 충족하면 자격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장 실무형 기술 인재 양성 목적 취지로 지난 2015년 도입됐다. 올 1월 기준 기사 20, 산업기사 70, 기능사 109, 서비스 9개 등 총 208개 자격증이 과정평가형 종목으로 등록됐다.

 

▲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달 16일 공고한 ‘2025년도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신규 종목 추천 수요조사 및 전략 종목 국민 의견수렴 안내문’에는 과정평가형 자격 전략종목으로 검토할 자격이 게재돼 있다.  © FPN

 

하지만 소방기술자들은 과정평가형 제도에 소방설비기사가 추가되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방 분야에서 고급 기술 인력으로 평가받는 소방설비기사 자격의 신뢰도와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필기와 실기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하는 현행 검정형과 달리 과정평가형은 교육 이수 후 평가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더 큰 차이점은 응시 조건이다. 소방설비기사는 소방 관련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거나 소방 분야에서 4년 이상 경력을 쌓은 자에게만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과정평가형은 학력이나 경력, 나이 제한 없이 국민 누구나 응시 가능하다.

 

이미 소방 분야에선 과정평가형 자격이 일부 운영되고 있다. 소방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학생들은 소방설비산업기사의 과정평가형 이수가 가능하다. 이들의 평균 합격률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형평성과 분야 난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소방기술자는 “소방설비기사는 단순 자격이 아닌 화재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공익 목적의 자격”이라며 “과정평가형 제도에 소방설비기사가 포함되면 소방 분야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져 또 다른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소방기술자는 “소방설비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힘들게 아르바이트해서 4년제 소방학과에 진학했는데 너무 화가 난다”며 “의사와 변호사 시험에도 과정평가형을 도입하자. 왜 기술직만 이렇게 대우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소방감리협회와 한국소방기사협회도 인력공단에 공식적인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한국소방감리협회는 “소방설비기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핵심 국가기술자격으로 고도의 기술력과 현장 판단능력이 요구되는 자격”이라며 “과정평가형은 외부위원이 평가하기에 고난도 실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정평가형으로 운영되면 소방설비기사 자격의 신뢰성과 실무 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국가는 자격 취득자의 경제ㆍ사회적 지위를 보호해야 하는데 과정평가형은 자격 가치와 시장 경쟁력을 하락시켜 오히려 법 취지에 역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방기사협회는 “현재의 과정평가형 제도는 복잡한 설비설계와 법규해석, 공사감리 실무 등을 포괄하는 소방기사 자격의 검정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게다가 소방설비기사는 화재 예방 등 공공안전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그 책임성과 전문성은 타 자격보다 엄격하게 검증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인력공단 관계자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정평가형에 소방설비기사 자격을 도입해도 되는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며 “현재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받은 상태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방설비기사 자격을 검토 종목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선 “검정형 시험 응시자가 많은 종목이 1차 대상이 된다”며 “과정평가형으로 추가해도 된다고 판단되면 관련 부처, 협회 등 이해 관계자와 협의 또는 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한다. 현재 상황에서 결정된 바는 없다”고 재차 밝혔다.

 

소방청은 공식적인 입장을 인력공단 측에 전달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소방청 소방산업과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력공단으로부터 과정평가형 제도에 관한 공문을 접수받은 건 맞지만 협회나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 소방청 의견을 따로 제출하진 않았다”면서 “추후 소방청이 공식 입장을 제출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의견을 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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