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긴 장마 끝에 찾아온 불볕더위가 COVID-19의 수도권 재확산과 맞물리면서 열성 질환자 구별에 어려움이 생겼다. 따라서 병원 의료진, 구급대원 모두가 힘든 상황에 놓였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더 나은 상황이 될까? COVID-19로 더욱 주머니가 얇아진 사회적 약자들은 한랭질환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거다.
문득 6년 전 구급현장에서 본 어느 노숙자가 생각난다. 40대 중반의 그는 주취 상태로 길거리에 쓰러져 행인에 의해 여러 차례 신고됐다. 경찰과 소방이 출동하면 매번 스스로 걸어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곤 했다. 한파주의보가 내렸던 어느 날 새벽에 마주친 그는 이전과 분명 달라 보였다. 입술은 파랬고 오른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그의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 체온계를 가져다 대니 측정할 수 없는 ‘LOW’ 값이 나왔다.
그를 길거리에 두는 건 위험해 보여 관계기관 당직자들과 어렵게 협의한 끝에 병원으로 이송했다. 해당 병원 의료진은 “동상이 심해 만약 그대로 두면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을 거고 저체온증으로 동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례는 다행히 환자가 심각한 저체온증 상태는 아니었고 이송 거리도 짧아 특별한 처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식변화와 생체징후에 이상을 보이는 환자였다면 구급대원의 적극적인 처치가 필요했을 거다.
겨울철 한랭손상 환자 대응 매년 500명 안팎의 한랭손상 환자가 119구급대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추위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에서부터 만성질환자, 어린이, 군인, 레저활동자까지 다양한 유형이 있다. 대부분은 가벼운 동상이지만 노출 시간이나 기후조건(비, 바람, 온도)에 따라 생명을 위협하는 저체온증까지 나타난다.
임상적으로 중심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지는 걸 저체온증 상태라고 정의한다.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2019년 11월 개정)에서는 저체온 환자의 임상적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부류로 구분한다.
Grade 1 : 구조대상자가 의식이 있고 떨림 발생(35~32℃) Grade 2 : 구조대상자는 졸리고 떨지 않는다(32~28℃). Grade 3 : 구조대상자는 의식변화가 있으나 긍정적인 활력 징후를 보인다(28~24℃). Grade 4 : 활력 징후 없음. 명백한 죽음(24~13.7℃) Grade 5 : 돌이킬 수 없는 저체온증(CBT<13℃)
저체온증은 ‘Trauma’s Lethal Triad’(외상 환자 죽음의 3 징후)2) 중 하나로 35℃ 이하의 저체온은 혈액 응고 시스템을 손상시켜(혈액 응고 장애 발생) 출혈을 조절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장에서부터 적극적인 체온 유지가 생존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 심정지 소생술에서는 35℃ 이하 저체온 상태에서 대사 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약물에 대한 반응이 저하된다는 연구와 현장소생률은 높을지라도 생존율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015 AHA Guideline에서도 심폐소생술(전문소생술 포함)과 함께 재가온(Rewarming)을 하는 게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권고한다.
병원 전 단계의 한랭손상 환자는 노출된 시간이나 사고 처리, 구조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 구급차까지 이동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 이송에 협조가 어려운 상황에서 체온 유지와 가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증의 저체온증에서는 체온상승을 위해 골격근 떨림과 피부혈관 수축, 말초 혈류 감소, 대뇌혈류 증가, 이뇨(냉이뇨), 심박수 증가, 호흡수 증가, 심박출량 증가, 혈압상승 등의 현상이 나타나지만 이마저도 30~32℃ 중증도 저체온에서는 감소하게 된다.
이송 중 저체온 처치 저체온 치료는 잔류저체온(after drop)을 방지하는 개념으로 적용한다. 재가온에는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 수동적 체외 재가온(자신의 신체 반응에 의한 재가온 방법으로 골격근 떨림, 혈관수축 등)
둘째 : 능동적 체외 재가온(신체 바깥에서 히터나 온열, 핫팩, 물주머니, 열풍 담요, 더운물 마시기 등) ※1~2℃ 체온상승 효과가 있다.
셋째 : 능동적 체내 재가온(신체 안으로 외부의 열을 전달하는 방법. 가온수액, 위장관 튜브, 복막세척 등) ※ 1~7℃ 체온상승 효과가 있다.
넷째 : 체외 재가온(신체 내 차가운 혈액을 외부 기계에 의해 가온해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방법)
네 가지 방법 중에서 체외 재가온은 전문병원(대학병원)에서만 가능하고 현장에서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실 병원 전 단계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더는 체온을 잃지 않게 하는 것(젖은 의복 제거, 물기 닦기, 담요 씌우기, 추운 환경에서 벗어날 것)과 능동적 체외 재가온(따듯한 물, 가온 된 산소공급, 온풍 담요, 히터, 가온 수액 정맥주입, 핫팩 적용 등), 저산소증(체온이 1℃ 하강할 때 산소소모량이 6% 증가)에 대비해 따듯한 물에 데워진 산소를 공급하는 거다.
하지만 아직 소방청 구급 차량 적재기준과 119현장 표준지침에서는 재가온을 위해 ‘히터 작동, 온장고에 보관 중인 수액을 정맥로 주입이 아닌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에 적용’으로만 돼 있어 앞으로 가온을 위한 범위가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현재로는 의료지도를 통해 정맥로 확보나 수액투여를 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가온에 유용한 장비 앞으로 다가올 겨울철 한랭손상 환자를 위해 이미 알고 있는 방법 외에 두 가지 장비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장비는 ‘우주 담요’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3년 전부터 해양경찰청에서 기상이 좋지 않거나 수난 구조를 할 때 사용 중이다. 국내 구급대원 중에도 개인적으로 구매하거나 관서에서 구매해 보급하는 곳도 여럿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주로 방풍 담요나 은박비닐, 응급구호 담요 등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가격이 매우 저렴(장당 천원 정도)하고 휴대가 간편하다. 1964년 NASA는 우주 환경에서 우주인과 우주선을 열 손실이나 뜨거운 태양열로부터 보호하려고 우주담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 [그림 1] 우주 담요의 활용
Aluminized PE로 코팅된 비닐 재질은 열을 97% 반사하고 체온소실을 90%까지 막아줄 수 있다. 210×130~160㎝의 길이로 성인 몸 전체를 덮을 수 있는 크기다. 필요에 따라 고립된 상황에서 간단한 천막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부피가 매우 작아 구급대원 조끼에 하나씩 넣고 다니며 한파가 몰아치는 현장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거로 보인다.
두 번째로 소개할 장비는 ‘수액 가온기’다. 중증외상으로 쇼크가 진행되거나 중증도 저체온증(34℃ 이하)에서 능동적 가온을 위해 따듯한 수액을 공급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현재 구급차 적재 장비는 아니지만 주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수술실에서 상용전원(220V)을 이용해 혈액 가온기로 사용한다. 수액 가온을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병원 전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 가온 백(팩)과 가온기로 구분할 수 있다. 가온 백은 수액을 담을 수 있는 가방(팩)에 전열판을 설치해 차량용 시가 전원(5, 12V) 또는 상용전원 (110~220V)으로 수액을 데우거나 보온할 수 있다.
가온되는 시간은 제조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분당 최대 0.5℃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장에서 급히 가온할 수 없으니 평소에 가온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림 3] 직접 제작해 사용 가능한 수액 가온 방법
반면 수액 가온기는 수액을 데울 필요 없이 가열판을 통과하는 수액 라인을 데움으로써 수액이 가온되는 방식이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대 10초 이내 20℃까지 상승 가능한 장비도 있어 현장 출동 중 충분히 가온이 가능할 거로 보인다.
하지만 부피나 고정, 구급차 외에 사용할 때 전원사용 등의 제한은 단점이 될 수 있다. 만약 대용량 배터리를 활용한다면 산악지역이나 해안 등에서 발생하는 사고에서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다.
가온 수액 기법의 주의점 아직 우리나라 업무 범위에는 수액 가온기에 대한 지침이 없다. 따라서 아직은 수액 가온기를 사용하는 게 먼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수액 가온기를 사용하려면 의료지도를 통한 논의가 우선돼야 할 거다.
수액 가온은 기본적으로 변성이 없는 ‘crystalloid fluids only(Normal saline and ringers lactate)’로만 보관되거나 사용돼야 한다. 다시 말해 포도당이나 다른 약제들과 혼용해 사용할 수 없다. 가열판과 수액 백이 직접적으로 오래 접촉하면 설정값보다 빨리 높은 온도에 도달하게 된다.
설정값 온도 센서 부근일 때는 부분적인 온도가 전체 온도 값을 대변할 수 있으므로 이중 백에 보관되는 수액만 사용해야 한다. 수액의 안정성을 위해 가온 상태로 2주 이상 보관되지 않도록 보관날짜를 표기하고 주기적으로 교환해줘야 한다.
구급활동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저체온증 환자는 겨울철에 발생한다. 정도가 약한 동상에서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상태의 환자까지 다양하다. 부분적인 증상이 있는 환자가 응급상황이 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가끔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 오기도 해 반드시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 환자가 이송을 거부할 땐 의료지도를 받아 두는 게 좋다(가볍게 연고를 바르는 것도 포함).
노인층이나 학대받는 구조대상자의 경우 겨울이 아니라도 움직이지 못하는 그 자체가 저체온증 위험에 빠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옷을 계절에 맞춰 입지 못했거나 젖은 상태일 수 있다.
우리들의 현장은 늘 지침에서 말해주지 못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상존한다. 몇 가지 상황에서의 증상과 징후가 맞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을 찾고 연관 짓는 노력이 필요할 거다.
1) H. Brugger, B. Durrer. The medical on site treatment of hypothermia. Consensus guidelines on mountain emergency medicine and risk reduction(ICAR MEDCOM–UIAA MEDCOM), pp. 71-75 2) Gerecht R. The lethal triad. Hypothermia, acidosis & coagulopathy create a deadly cycle for trauma patients. JEMS. 2014;39(4):5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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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소방서_ 박윤택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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