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소방청 출범 첫 감사원 정기감사, 무슨 내용 담겼나엉뚱하게 쓰인 소방안전교부세… “집행 적정성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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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청 전경 ©최누리 기자 |
[FPN 신희섭, 박준호 기자] = 소방청 개청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감사원의 정기감사 결과가 지난 10일 공개됐다.
감사원은 3월 22일부터 15일간 감사 인원 7명을 투입해 소방청과 3개 소속기관(중앙소방학교ㆍ중앙119구조본부ㆍ국립소방연구원)의 정기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번 감사는 소방청과 3개 소속기관이 수행한 업무를 대상으로 소방장비 관리 등 주요 사업과 예산편성ㆍ집행, 직원 채용 등의 적정성 여부 점검 등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그 결과 ▲소방안전교부세 대상 사업 외의 용도로 사용 ▲지휘역량강화센터 세부 시행계획 없이 제각각 운영 ▲소방장비 도입 등 운용 부적정 ▲재공고 시 자격 기준 변경ㆍ업무 소홀로 서류전형 합격자 당락 뒤바뀜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소방헬기 인명구조 인양기에 대한 정비 능력을 확보해 연간 7900만원 상당의 예산을 절감한 중앙119구조본부의 업무는 모범사례로 꼽았다.
<FPN/소방방재신문>은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난 소방청과 3개 소속기관 업무의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소방안전교부세 엉뚱한 곳에 24억여 원 쓰여
정부는 지난 2015년 1월 지방자치단체의 소방 및 안전시설 확충, 안전관리 강화 등을 위해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재원으로 소방안전교부세를 신설했다. 개별소비세 총액의 20%였던 소방안전교부세는 2020년 4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따른 소방인력 충원 지원을 위해 45%로 확대됐다.
감사원이 2018년과 2019년 소방안전교부세 집행내역을 확인한 결과 5개 시ㆍ도에서 소방안전교부세를 대상 사업이 아닌 곳에 사용했다.
‘지방교부세법’ 시행령과 ‘소방안전교부세 교부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는 기동ㆍ구조장비 교체와 보강, 노후 소방관서 개선 등 소방안전교부세 대상 사업이 구분돼 있다.
그런데 광주광역시의 경우 소방안전교육에 필요한 기자재와 장비 등을 구매하는 데 써야 할 소방안전교부세 16억358만원을 교부 대상이 아닌 119시민안전교육센터 신축을 위해 집행했다.
경기도는 노후 소방관서 이전이나 증ㆍ개축을 위한 시설비에 투자해야 할 소방안전교부세를 일산소방서 119구조대와 주엽119안전센터를 증축하는 데 투입했다. 또 시설비 대상이 아닌 안마의자와 TV, 냉장고 등 3999만원 상당의 일반 물품을 구매하는 데도 사용했다.
이 밖에도 인천광역시는 국제안전센터 설계비에, 대전광역시는 노후청사 환경개선 물품 구매에, 세종특별자치시는 노후청사 집기류를 교체하는 데 소방안전교부세를 썼다.
5개 시ㆍ도가 소방안전교부세 대상 사업이 아닌 곳에 집행한 금액은 총 24억2563만원에 달했다.
이에 감사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은 소방청장과 협의해 시ㆍ도의 소방안전교부세 집행의 적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또 “대상 사업 외의 용도로 집행한 금액만큼 향후 소방안전교부세를 감액해 집행관리 기능이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정기적으로 시ㆍ도의 소방안전교부세 집행 실태를 현장 점검할 계획”이라며 “소방안전교부세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소방청, 시ㆍ도와 함께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지휘역량강화센터 사업비 절감 방안 마련하라”
소방청은 29명이 사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현장지휘관의 지휘능력이 문제 되자 가상현실(VR)과 현장 상황을 접목한 시뮬레이션 교육 훈련시설인 지휘역량강화센터 구축 방안을 수립했다. 현재 중앙과 서울, 경기소방학교에는 설치된 상태다.
감사원은 세 곳의 지휘역량강화센터가 세부 시행계획이 없어 제각각 운영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세 곳 지휘역량센터는 총 38억9천만원을 들여 다세대 주택과 지하주차장, 정유공장의 화재 상황 등 총 45개(중앙 4, 서울 36, 경기 5) 가상현실 훈련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를 서로 연계할 수 있는데도 감사일(지난 3월) 당시까지도 소방청은 공동 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또 지휘관 자격인증제도 시행을 위한 교육 훈련 운영ㆍ평가기법 등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중앙과 서울소방학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었다. 경기소방학교는 인증제 운영 없이 개인ㆍ팀 단위 훈련을 중심으로 교육하는 등 자격인증제도도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지휘역량강화센터 구축사업과 관련해선 예산운영을 문제 삼기도 했다. 소방청은 2020년까지 소방학교를 중심으로 8개 권역에 지휘역량강화센터를 설립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중앙과 서울, 경기만 운영 중이고 나머지 여섯 곳(부산, 광주, 경북, 인천, 강원, 충청)은 설립 추진 중이다.
소방청의 중기사업계획서(2021~2025년)에 따르면 1개 소방학교당 사업비는 건축비 30, 특수훈련설비비 20억원 등 총 50억원이다.
하지만 이 사업과는 별개로 충청남도는 2023년까지 총사업비 830억원을 투입해 소방학교 신축 이전 등 소방복합시설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광주소방학교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총사업비 160억원을 들여 지휘역량강화센터가 포함된 다목적교육훈련센터 건립사업을 추진 중이고 인천광역시도 2023년까지 인천소방학교를 강화도로 이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감사원은 “소방청이 소방학교 시설계획 등을 자체 추진 중인 시ㆍ도와 지휘역량강화센터 구축사업을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세부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사업비를 획일적으로 산정했다”며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음에도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추진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소방청은 “현장지휘관 자격인증제 표준모델 운영계획을 마련해 각 센터가 보유 중인 가상현실 훈련프로그램을 공동 활용할 계획이고 자격인증제 표준모델도 운영할 예정”이라며 “충청 등 3개 소방학교에서 자체 추진 중인 훈련시설 신축, 소방학교 이전 설계에 지휘역량강화센터가 반영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 ▲ 감사원은 3월 22일부터 15일간 감사 인원 7명을 투입해 소방청 개청 이후 첫 감사를 진행했다. ©소방방재신문 |
허술한 관리로 지식재산권 활용 못 해
소방청은 2017년 7월 26일 개정된 ‘정부조직법’ 제34조에 따라 구 국민안전처가 수행했던 소방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총괄 업무를 이관받아 담당하면서 ‘소방청 소관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을 제정ㆍ운용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구 국민안전처는 2015년 소방연구개발사업인 ‘재난대응 능력 향상을 위한 구조용 헬기 시뮬레이터 개발’ 과제를 공모해 ○○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했다. 같은 날 ○○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참여기업인 주식회사 △△와 위탁협약도 체결했다.
이들이 체결한 협약서에 따르면 유ㆍ무형적 성과 모두 주관 연구기관인 ○○대학교 산학협력단장이 소유하는 것으로 약정돼 있다. 그런데 이 대학 소속 A 교수는 과제 수행과 관련된 지식재산권인 특허를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 명의로 출원했고 과제 수행 시 획득한 항공기 비행시험 데이터도 주식회사 △△ 명의로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데이터베이스 제작자 권리를 등록했다.
감사원은 “소방청 개청 이후 완료된 소방청 소관 연구개발과제 24건 중 5건의 과제가 위탁업체 명의로 지식재산권이 등록돼 있다”며 “이 중 3건은 위탁협약서에 위탁업체가 지식재산권을 소유하는 것으로 약정돼 있지만 나머지 2건은 그렇지 않음에도 위탁업체가 소유함에 따라 연구개발성과를 공동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소방청은 위탁협약서에 지식재산권의 소유가 위탁업체로 명시되지 않은 2건에 대해 지식재산권을 주관연구기관으로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결국 주식회사 △△는 ○○대학교 산학협력단에 특허 권리와 데이터베이스 제작자 권리를 이전 완료했다.
“소방장비 도입 위한 절차ㆍ매뉴얼 미흡하다”
신규 소방장비 도입 시 해당 장비의 활용도, 타 장비와 기능 중복 등의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와 매뉴얼 등을 마련해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내놨다.
지난 2016년 신규 구조장비로 마취용 석궁을 도입한 소방청은 3년간(2016~2018년) 총 2억7600만원의 예산을 들여 69대를 구매했다. 하지만 지정 3년 만인 2019년 다른 장비(마취총, 블루우건)와 기능이 유사하다는 사유로 마취용 석궁을 구조장비에서 폐지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후에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신규로 도입됐다가 3년 이내에 폐지된 구조장비는 4종이다. 투입된 예산만 17억7600만원에 달한다.
구급장비 구매과정에서도 문제는 확인됐다. 지난 2015년 소방청은 구급대의 현장응급처치 전문성 향상을 이유로 휴대용 인공호흡기 등 9종의 구급장비를 전문 구급장비로 지정했다. 하지만 도입된 장비 중 휴대용 초음파진단기는 의사 또는 의사의 지도하에서만 쓸 수 있는 장비였다. 사용에 제한이 있음에도 충분한 검토 없이 도입한 셈이다.
더욱이 시ㆍ도 소방본부에서 약 34억원을 들여 이 장비를 172대나 구매했는데 사용실적이 저조하자 3년 뒤 전문 구급장비에서 제외했다. 이처럼 사용에 제약이 있거나 활용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전문 구급장비에서 폐지된 장비는 3종이다.
이 같은 지적에 소방청은 “신규로 소방장비를 도입하는 경우 해당 장비의 활용도나 다른 장비와의 기능 중복 여부 등을 사전 검토해 결정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채용업무 검증 절차 강화해야”
소방청은 2018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28회의 경력경쟁채용시험과 22회의 공개채용시험을 통해 각각 85명의 연구직공무원 등과 67명의 공무직 등을 신규로 채용했다.
연구직공무원과 공무직 채용 시에는 1차로 서류전형을 진행한 후 합격자를 대상으로 2차 면접시험을 통해 최종합격자를 결정했다.
그런데 소방청이 첫 채용공고와 다르게 자격 기준을 변경하면서 응시자가 불합리하게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중앙소방학교는 2018년 12월 연구실에서 근무할 6개 분야의 무기계약직 11명에 대한 채용을 공고하고 원서를 접수했다. 마감 후 접수 인원이 채용 인원과 같거나 적은 3개 분야(전산ㆍ통계분석, 홍보ㆍ대외협력, 소방드론 연구)는 재공고를 냈다.
감사원에 따르면 소방드론 연구 분야는 응시자의 적격 여부만 판단하는 소극적 서류전형으로 진행해 당초 공고한 내용과 같은 자격 기준을 가진 자는 서류전형에서 합격하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중앙소방학교는 소방드론 연구 분야의 자격 기준인 ‘전 분야’ 전공 범위가 모호하다고 판단한 뒤 전공을 기존 공고와 달리 ‘이공계 전 분야’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문학석사(문학 콘텐츠 전공) 취득자인 응시자 B 씨는 전공 부적격으로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서류 과정에서 응시자의 정량평가를 잘못해 서류전형에 합격해야 할 응시자들이 면접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감사원은 앞으로 채용시험의 서류전형 시 응시 자격을 공고 내용과 다르게 사후 변경하거나 정량평가를 잘못해 응시자의 당락이 바뀌는 일이 없도록 채용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소방청에 주의를 요구했다.
소방청은 “응시 자격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정량평가 실시 후 서류전형 위원이 평가한 점수를 교차 확인하는 등 제도개선을 통해 응시자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검증 절차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감사 결과를 받아들였다.
인양기 정비능력 확보한 중구본, 검사 비용 절감 성과
중앙119구조본부(이하 중구본)가 운용하는 5대의 소방헬기에는 인명구조 작업을 위한 ‘인명구조 인양기(이하 인양기)’가 설치돼 있다. 소방헬기 정비 교범과 인양기 제작사 교범에 따르면 인양기는 매월 점검하게 돼 있다.
인양기의 경우 항공정비사 자격을 갖추고 있더라도 정비가 불가하다. 중구본은 소방헬기 정비를 위해 항공정비사 자격을 보유한 검사관(정비사)을 채용하고 있었지만 인양기만큼은 외주업체에 정비를 맡겨왔다. 인양기 정비에는 1대당 매월 219만7천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감사원에 따르면 중구본 특수장비항공팀은 인양기 정비능력을 스스로 갖추기 위해 인양기 제작사 측에 정비 교육을 의뢰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을 펼쳤다.
인양기 제작사 측으로부터 대형헬기에 장착된 인양기의 정비 교육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은 후 지역특수구조대 소속 검사관 9명과 통역요원 1명 등 10명을 선정해 교육에 참여시켰다.
이들은 제작사 소속 강사로부터 지상 기능점검의 이해, 케이블 가이드, 절단 어셈블리 등 8개 과정의 교육을 이수했고 10명 전원이 인양기 정비 자격을 보유하게 됐다. 자격은 5년간 유지된다.
감사원은 “중구본 소속 대원들이 대형헬기 인양기 정비 자격을 갖추면서 절감하게 된 예산만 연간 7800만원”이라며 “이 같은 모범사례를 널리 알리고 중구본 특수장비항공팀에 사기를 높여 주길 바란다”고 소방청에 통보했다.
신희섭, 박준호 기자 ssebi79@fpn119.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