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도로 위에서 내 차에 갑자기 연기가 피어오른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일이지만 차량 화재는 매년 수천 건씩 발생하는 우리 주변의 흔한 재난 중 하나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차량 화재의 상당수는 엔진룸 과열, 전기 배선 결함, 혹은 교통사고 충격 등으로 발생한다.
차량 화재가 유독 무서운 이유는 화재 확산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연료와 가연성 내장재가 가득한 자동차는 불이 붙은 지 불과 몇 분 만에 차 전체가 집어삼켜지곤 한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소방차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 무력하다. 초기 1분, 즉 ‘골든타임’에 소화기 한 대가 발휘하는 위력은 소방차 한 대와 맞먹는다.
이에 따라 법적 규제도 강화됐다. 현행법상 7인승 이상 차량에만 의무화됐던 차량용 소화기 설치 의무가 5인승 이상의 모든 승용차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이는 차량 화재의 위험성이 특정 대형 차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방증이자 국민 모두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제도화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운전자가 “설마 내 차에 불이 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차량용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거나 트렁크 깊숙한 곳에 짐과 함께 방치해 두곤 한다.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며 불이 난 직후 트렁크를 열어 소화기를 꺼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화기는 운전석이나 조수석에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위치에 둬야 진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차량용 소화기를 구매할 때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점이 있다. 일반 가정용 분말소화기가 아닌 진동과 고온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 시험을 통과한 ‘자동차겸용’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차량용 소화기는 단순히 법적 의무를 채우기 위한 과태료 방지용 물건이 아니다.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보험’이며, 도로 위에서 위험에 처한 다른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구호 장비’다. 오늘 당장 내 차의 운전석 옆을 확인해 보자. 작은 소화기 한 대가 당신의 소중한 일상을 지켜줄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될 것이다.
청주서부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 신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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