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안전기준 이원화 3년… “성능ㆍ기술 분리한 뒤 문제만 늘었다”공고 분리해도 규제심사 절차는 동일, 당초 개정 목적은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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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최영 기자] = 소방청이 국가 화재안전기준을 ‘성능기준’과 ‘기술기준’으로 분리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당초 기준 개정의 ‘유연성 강화’라는 목적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소방 분야 전반에선 기준 개선의 취지가 사라진 데다 단일 기준 때보다 되레 운용의 복잡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청(청장 김승룡)은 지난 2022년 12월 1일 하나의 고시로 운영되던 화재안전기준을 성능기준(고시)과 기술기준(공고)으로 이원화하면서 명확한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화재안전 확보를 위한 재료나 공간, 설비 등에 요구되는 규정은 ‘고시’로 두되 특정 수치나 시험방법 등 세부 기술 사항은 ‘공고’로 내려 개정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소방청은 신기술ㆍ신공법의 현장 반영이 늦다는 분야 내 오랜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지금의 화재안전기술기준은 공고로 운영하면서도 규제심사를 거치고 있다. 두 기준 모두 동일한 절차를 거쳐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실질적 차이가 사라진 셈이다.
기준을 적용받는 현장에선 개정 체감 속도가 분리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준의 형상만 바뀌었을 뿐 개정의 신속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소방기술사 A 씨는 “화재안전기준 이원화는 관련 기준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시대 변화에 따른 개정의 신속성 확보가 가능해질 거란 기대를 받았지만 현실에선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기준의 내용 또한 실질적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능기준은 조, 항, 호, 목 형식을 취하고 기술기준은 숫자 코드 번호 형식을 채택해 규정의 구분 형태만 다를 뿐 내용이 유사하거나 아예 똑같은 내용도 수두룩하다.
예방업무를 담당하는 소방공무원 B 씨는 “화재안전기준의 이원화로 현장에서의 혼란은 사실 더 커졌다”며 “유사한 내용을 왜 고시와 공고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는지조차 이해가 안 될 지경”이라고 했다.
기준 분리가 오히려 운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거세다. 설계자와 현장기술자들은 과거 하나의 기준만으로도 규정을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분리 이후에는 성능기준 고시와 기술기준 공고를 동시에 확인하고 두 규정 사이의 관계까지 해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어떤 사안이 고시 또는 공고 소관인지조차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현장에선 적용 기준을 두고 혼선이 크다는 토로가 나온다.
소방감리 분야 종사자 C 씨는 “기술기준이나 성능기준의 내용 대부분이 똑같지만 일부 기준은 분할돼 있어 구분조차 힘들다”며 “반드시 지켜야 할 소방법령이 단순하고 명확해야 하는데도 이해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두 기준의 정합성도 문제다. 고시가 개정됐는데 공고가 뒤따르지 못해 개정 시기를 억지로 맞춰야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두 규정 사이의 공백과 충돌 역시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고시 수준의 한 가지 기준일 때에는 없던 문제까지 추가로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소방공무원 D 씨는 “법은 예측이 가능하게 만들어져야 하는데 두 가지 화재안전기준으로 바뀐 이후 소방공무원들조차도 예측이 안 될 정도로 혼란스럽다”며 “법을 집행해야 하는 행정 담당 기관의 입장에서도 어려운 게 많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화재안전기준의 분리 타당성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소방기술사 E 씨는 “화재안전기준 개편이 이뤄진 지 3년이 지났지만 전문성이 높아지거나 개정의 신속성이 확보됐다고 체감하는 소방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기준 개편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은 만큼 냉정한 평가를 통해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