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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우리는 예상치 못한 대형 화재 뉴스를 접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흔히 화재라고 하면 대형 빌딩이나 공장, 물류창고 같은 곳을 떠올리기 쉽지만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전체 화재 사망자 중 상당수가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집’에서 발생한다.
가장 평화로워야 할 보금자리가 한순간에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비극의 현장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도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다.
주택용 소방시설이란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연립ㆍ다세대주택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말한다. 법적 의무화를 떠나 이는 우리 가족의 생명줄과 다름없다.
화재 발생 초기에 소화기 한 대의 위력은 소방차 한 대와 맞먹는다. 불이 붙기 시작한 지 수 분 이내에 소화기를 사용해 불길을 잡는다면 대형 화재로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잠든 심야 시간이라면 소화기가 있어도 화재 사실을 알지 못해 화를 입을 수 있다. 이때 구원투수가 되는 것이 단독경보형감지기다. 이 장치는 연기를 감지하면 자체 내장된 음향장치로 큰 소리를 내 거주자가 신속하게 대피하거나 초기에 진화할 수 있도록 깨워준다. 1만원 안팎의 작은 기계 하나가 잠든 우리 가족의 목숨을 구하는 파수꾼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간혹 설치가 복잡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까봐 미루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단독경보형감지기는 별도의 배선 공사 없이 배터리 전원으로 작동하므로 천장에 나사못 몇 개만 고정하면 누구나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소화기 역시 눈에 잘 띄고 사용하기 편리한 곳에 비치해 두기만 하면 된다. 마트나 인터넷을 통해 커피 몇 잔 값으로 구매할 수 있는 비용이다.
“설마 우리 집에 불이 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며 자신과 가족도 예외일 수 없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는 대단한 투자가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이웃을 위한 배려다.
안전한 사회는 정부나 소방서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각 가정에서 실천하는 작은 관심이 모일 때 비로소 든든한 안전망이 만들어진다. 오늘 당장 우리 집 천장과 신발장 옆을 확인해 보자. 화재 예방의 첫걸음인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이제 ‘선택’이 아닌 안전한 삶을 위한 최고의 ‘필수’ 조건이다.
둔산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소방령 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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