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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전기적 요인인가, 기계적 요인인가?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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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0/09/22 [15:50]

[화재조사관 이야기] 전기적 요인인가, 기계적 요인인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0/09/22 [15:50]

화재 원인 중 전기적 요인과 기계적 요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자기기나 전기기기는 동력원을 전기로 사용한다. 따라서 화재가 발생하면 남는 증거는 전선에서 관찰되는 단락 흔적이다. 

 

“전기기기 내 전선에서 단락 흔적이 발견된다면 전기적 요인일까, 기계적 요인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면 각자 다른 답변을 한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전자기기나 전기기기 내부 전선에서 단락이 발생했다면 ‘전기적 요인’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지만 전자기기나 전기기기는 하나의 기계로 해석해 ‘기계적 요인’으로 기록하는 이가 있다.

 

그렇다면 ‘전기적 요인이 맞을까, 기계적 요인이 맞을까?’ 어떤 게 정확한 분류이자 표현일까? 필자의 생각은 ‘기계적 요인’으로 기록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기계는 어떤 동력을 사용해 움직이는 일을 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따라서 전기는 동력원일 뿐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동력원이 전자기기를 동작하는 메커니즘(Mechanism)은 기계적 동작 원리에 의해 구동하는 거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전기적 요인 중 ‘절연 열화에 의한 단락’이란 소분류가 있다. 절연은 전기 또는 열이 통하지 않게 하는 걸 뜻한다. 화재조사관 대부분은 절연에 대해선 분명하게 이해하지만 열화에 대해선 다소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 ‘열화’의 사전적 의미는 맹렬하게 불에 타는 것, 혹은 뜨거운 불길, 격렬한 열정, 매우 급하게 치밀어오르는 화증 등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화재조사관은 열화에 대한 해석을 다르게 해야 한다. 

 

한자로는 ‘劣化’로 표기한다. 정의는 절연체(Insulator)가 외부적 혹은 내부적인 원인에 의해 화학적이나 물질적 성질이 나빠지는 현상, 다시 말해 ‘못하게 된다’란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화재조사관이라면 쉽게 이해하고 있을 테지만 화재조사관이 아닌 이들은 전자로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해 겨울 화학연마 공장 화재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기계적 요인에 의한 화재다. 화재 현장은 화학연마가 주 산업인 공장이다. 발생 시기는 어느 해 겨울 오전 7시 53분께로 확인된다. 박 씨는 공장 내 연기를 발견하고 공장 주변을 돌아보다 화학연마 공장 문틈으로 연기가 나오는 걸 목격한 후 황 씨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고 대피했다고 진술했다.

 

출근 중이던 정 씨는 소방차들이 지나가는 걸 보고 ‘우리 공장에 불이 났나?’ 걱정하며 출근을 재촉했다. 공장에 도착하니 화학연마 탱크 공정이 있는 작업장에 불길을 봤다고 했다. 또 “평소 온도 세팅을 해놓고 사용하는데 누가 온도를 119℃로 세팅했는진 알 수 없으나 현장 작업자가 했을 것”이라며 “보통 120~125℃로 세팅해 사용한다”고 진술했다.

 

현장을 파악하라!

공장 입구는 내부에서 연기가 분출해 천장과 출입문 상단에 그을림이 응착돼 있었다.

 

▲ [사진 1] 공장 입구


출입문에는 화염 전파가 확인되지 않았고 단순한 그을림만 보였다. 출입문을 열고 내부로 진입하니 내부는 온통 그을린 형태였다. 천장에 설치된 환기 시설 PVC 구조물은 모두 용융된 상태로 탈락해 있었다. 작업장 내 일부 도금 수조는 원형이어서 화염 전파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 수조에는 화재로 생성된 탄화물이 비산해 수조에 잠긴 상태로 있었다. 

 

▲ [사진 2] 공장 내부


공장 내부 전체는 천장만 그을린 형태로 관찰됐다. 출입구 안쪽에 설치된 분전함을 확인하니 차단기 1개가 트립(Trip) 상태로 식별됐다. 플라스틱 구조물은 용융된 채 일부는 탈락하고 일부는 원형으로 유지돼 있었다.

 

▲ [사진 3] 분전반


분전반 차단기로는 통전 여부만 알 수 있고 전기적 화재 요인에 대한 부분은 논할 수 없다. 다만 통전 됐고 통전 중 트립이 발생했다는 거로 미뤄볼 때 부하 측에 어떤 이상이 있었을 거로 추정된다. 그게 화재 때문인건지, 전기적 이상으로 발생한 형상인지 알 수 없다.

 

평면도를 작성해 보라!

공장 내부에는 다수의 도금 수조와 일반 물통, 화학연마 탱크 등이 설치돼 있었다.

▲ [그림 1] 평면도

 

현장에서 평면도를 작성한 거라 거리 측정을 정확하게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도금 수조와 전기시설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간단하게 작성하면 관계자에게 질의응답할 때나 시설 구조 파악에 도움이 된다.

 

적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발화지점이고 주변으로 연소한 흔적이 식별됐다. 목격자가 진술한 지점과도 일치했다.

 

사실을 찾아 기록하라!

현장에서 발화지점을 찾을 땐 우선 그 지점을 먼저 추론하는 게 아니라 넓은 곳에서 좁은 곳으로, 그을린 지점에서 탄화한 지점으로 발화지점을 찾아야 한다. 원인은 연역적 방법이 아니라 귀납적 방법으로 소거하는 방법을 택해 발화지점이나 발화요인을 찾는 게 좋다.

 

원인을 먼저 발굴하고 이에 대해 논하면 자칫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감식보고서를 작성할 땐 사실에 근거해 기록해야 한다. 사실(Fact)과 소설(Fiction)을 혼동해 기록하면 안 된다. 추측이나 가능성을 사실인 양 표현해서도 안 된다. 때론 소거법에 의해 최종적으로 잔류하는 요인을 논할 때 가장 근사치의 원인이 규명되기도 한다.

 

화재실 중 다른 연소 부분과 비교해 확연하게 나타나는 연소 지점을 발화지점으로 추론할 수 있다. 주변으로 연소 확대한 분열 흔적이나 목격자의 진술이 일치할 때 비로소 발화지점으로 추정할 수 있다.

 

확연하게 나타나는 연소 지점을 찾아보라!

화재 현장에서 탄화형태가 가장 심하고 확연하게 연소한 형태가 식별되는 지점이 발화지점이다.

 

▲ [사진 4] 발화지점

 

[사진 4]는 공장 작업실 안쪽 중 탄화와 연소형태, 케이블 트레이 철재 만곡 형태, 변색 흔적이 가장 심한 지점이다. 도금 수조 1개는 전소됐고 정면에 보이는 분전반은 화열에 의해 탈락한 상태다. 천장 콘크리트는 일부가 박리돼 있었다. 도금 수조에는 물이 2/3 이상 담겨 있었다고 하는데 전소됐다는 건 누수가 있었거나 도금 수조에 물이 없었던 거로 해석된다.

 

도금 수조는 플라스틱 재질로 탱크 변형 방지를 위해 철재로 보강해 사용한 거로 확인됐다. 수조는 소실되고 보강한 철재만 잔류해 있었다.

 

▲ [사진 5] 수조 소훼 형태


도금 수조 위 형광등 모양으로 잔류한 건 도금 수조의 온도를 올리기 위한 히터로 확인된다. 외형은 마치 형광등처럼 식별되고 전선이 연결돼 있었으나 전선이나 히터에서 이상 점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전기시설을 확인하라!

전기시설은 전원 측이 어디고 어느 부하로 연결됐는지 확인 가능한 지점이라면 확인해야 한다. 통전 여부나 전기 이상 점을 논할 때 활용할 수 있다. 또 분전반 내 차단기는 OFF 혹은 ON 상태인지, 아니면 트립 상태인지 확인해야 한다.

 

소훼 상태가 심한 경우 확인이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레버(Laver) 부분 안쪽 철재는 변형되지 않으므로 내부 철재 걸림쇠 부분 확인은 통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차단기 트립이 확인된다면 전선에 특이점은 없는지와 단락 흔적이 식별되는지, 용융 흔적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차단기 트립만으로 전선의 이상 유무를 섣불리 판단하는 건 자칫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단기는 부하가 없더라도 화염이 전파되면서 염전류에 의한 통전 효과가 나타나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 분전반 차단기가 트립됐어도 전기적 특이점이 반드시 형성되는 건 아니다. 따라서 트립은 단순하게 통전 여부만을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2차 부하 측에 단락이나 용융 흔적이 발견된다면 전기적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전기로 인한 화재 대부분은 전선에 증거를 남기는 현상이 발굴된다.

 

그러나 전혀 흔적이 없거나 발굴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화재진압과정에서 증거가 유실되거나 먼지, 습기 등에 의해 도전로가 형성되며 발화하는 경우, 또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전계1)로 발열해 화재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사진 6] 분전반

 

▲ [사진 7] 차단기 부품

 

분전반 차단기가 소훼돼도 차단기 부품은 철재이기 때문에 현장에 잔류하는 경우가 있다. 현장을 세세하게 발굴하다 보면 이런 증거를 찾을 수 있는데 [사진 7]과 같이 걸림핀이 반달 모양 중간에 걸린 형태로 잔류한 건 차단기가 트립된 형태를 나타낸다.

 

증거물 수집을 위해 섬세하게 발굴해 보면 이처럼 작지만 확실한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작은 증거물을 발굴할 때는 발굴 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자칫 충격을 주고 발굴하면 증거물이 변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7]의 차단기 부품은 열팽창에 의해 고정돼 변형되지 않았으나 더 작은 부품들은 열팽창으로 변형되기 쉬우므로 현장 발굴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관계자 진술과 잔류한 증거를 확인하라!

도금 수조의 온도를 119℃로 세팅했다는 진술 확인을 위해 현장에 잔류한 설정값을 확인했다.

 

▲ [사진 8] 설정 온도

 

수조의 설정 온도는 정 씨의 진술대로 누가 세팅했는진 알 수 없으나 119℃로 확인됐다. 온도는 119℃지만 언제 작동하고 언제 멈춘 건지 확인해야 한다. 

 

작업자들이 공장에 출근하기 전 수조 히터에 전원을 공급하고 히터가 작동하도록 타이머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다.

 

▲ [사진 9] 타이머


[사진 9]는 수조를 작동하는 전원 타이머다. 차단기는 ON 상태고 오전 5시 40분에 작동해 오전 9시에 정지하도록 설정돼 있었으나 오전 7시 55분께에 멈춰 있다. 화재로 인해 단전되면서 타이머가 작동을 멈춘 것으로 판단된다.

 

수열 흔적을 확인하라!

▲ [사진 10] 수열 형태

 

[사진 10]을 보면 창문 방향에서 작업장 내부로 화염이 진행한 형태로 보인다. 천장에 설치된 플라스틱 구조물이 용융돼 소락한 형태를 보고 화염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심하게 탄화한 중심에 화학연마 탱크가 있고 주변으로 심하게 탄화한 형태도 관찰된다.

 

화학연마 탱크 내 인산과 질산, 황산 등을 혼합한 화학약품 온도가 상승한 상태로 수증기가 증발한 모습이 확인된다. 측면은 수열에 의해 변색한 형태였다. 화학연마 탱크는 이중 구조로 화학약품이 담기는 내부는 수조 형태다. 그 수조를 감싸는 외부는 열매체 유가 담긴 형태의 이중 탱크 형태다. 온도를 올리기 위해 중탕 형태로 제작, 설치됐다.

 

▲ [사진 11] 화학연마 탱크


유독 화학연마 탱크 하단부터 심하게 탄화한 형태가 관찰됐다. 적 산화 현상이나 탄화물이 잔류한 형태로 보니 하단에서부터 연소한 형태로 판단됐다. 수조 측면 수열 형태는 깊게 탄화한 거로 관찰됐다. 탄화물이 있어 탄화물을 제거하고 하단을 확인해 보니 [사진 11]과 같이 수조 측면 하단에 녹색 물질이 응착돼 있었다. 측면에는 전선이 연결된 형태가 관찰됐다.

 

전선은 3개의 히터로 연결됐고 하단은 미상의 탄화물이 묻어 있었다. 탄화물을 제거하니 전선이 나선(裸線) 상태로 잔류해 있었다. 전선에서는 전기적 특이점으로 식별되는 흔적이 관찰됐고 수조 측면 일부에 균열이 발생한 거로 확인됐다.

 

▲ [사진 12] 화학연마 탱크 이상 점


[사진 12]와 같이 히터에 연결된 전선에서 전기적 이상에 의해 형성된 흔적을 단락 흔적으로 판단했다. 전선에 이상이 발생한 형태는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절연이 열화(劣化)되며 나타난 현상으로 결론지었다.

 

▲ [사진 13] Arc Mapping


전선에 잔류한 흔적으로 보면 부하 측에서 전원 측으로 연결된 형태다. [사진 13] 좌측 상단이 부하이며 우측과 좌하, 우하 순으로 연결돼 있었다. 즉, 좌측 상단 전선의 이상 점이 최초 발화점일 가능성이 있다. 그 지점에 있는 전선이 말단 부하 측으로 확인됐다. 

 

▲ [사진 14] 연소 패턴

 

연소 패턴은 화학연마 탱크 하단 구조물이 군청색으로 변색한 형태다. 전면 벽면에는 ‘U’ 패턴이 관찰된다. 이 패턴이 나타나는 경우는 하단에 가연물이 있어 연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가연물 양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 [사진 15] 히터


화학연마 탱크에 설치된 히터를 확인한바 외관상 특이점이나 집중 발열 점이 관찰되지 않았다.

 

▲ [사진 16] 히터 전원 접속부


히터 전원 접속부이며 유독 1개 히터에 변색흔적과 탄화흔적이 관찰됐다. [사진 16]은 화학연마 탱크에 설치된 순서대로 히터를 배열한 거다. 우측 히터 접속부에 오일이 식별돼 누유가 있었던 거로 판단했다.

 

▲ [사진 17] 오일 확인

 

[사진 17]의 첫 번째 사진은 오일이 누유돼 응착한 거로 보였다. 촉감으로 확인한바 젤처럼 느껴졌다. 일부는 탄화한 형태로 확인됐다.

 

▲ [사진 18] 유사 탱크


유사 탱크에 히터와 통기관 등이 설치된 게 관찰됐다.

 

▲ [사진 19] 잔류 흔적


화학연마 탱크에 잔류한 흔적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화염이 진행한 패턴으로 식별됐다. 좌측 하단에 녹색으로 변색한 흔적이 관찰되고 탱크 균열이 발생해 화학물질이 누수된 거로 판단했다. 그로 인해 하단 전선에 영향을 줘 [사진 12]와 같이 전선에 이상이 발생한 거로 결론지었다.

 

▲ [사진 20] 탱크 균열

 

결론적으로 탱크가 균열하면서 열매체 유가 누유되고 가열된 히터 발열에 의해 열매체 유가 증발하며 탄화 과정에서 전선에 영향을 줘 발생한 화재로 추정했다.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화학연마 탱크 주변이다. 내부의 열매체 유는 인화점이 240℃인 것으로 확인됐다. 탱크 내 서미스터(thermistor, 온도 센서) 세팅은 119℃였다. 열매체 유를 가열해 간접적으로 화학연마 탱크(인산, 질산, 황산)의 온도를 119℃로 상승하도록 세팅했다면 과열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히터를 수조에 직접 넣고 세팅하던 방식의 수조에서 서미스터 센서를 [사진 21]과 같은 형태 그대로 사용해 온도를 119℃로 세팅한 건 직접 또는 간접가열 시 발생하는 온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부주의 가능성도 있는 거로 판단했다.

 

또 ○○산업 관계자 고 씨가 “화학연마 탱크 세팅 시 내부에 열매체 유 약 140ℓ를 넣고 세팅했는데 히터 제거 시 회수된 열매체 유는 약 110ℓ고 화학연마 탱크에 약 10ℓ 정도 잔류해 있었다”고 진술한 내용과 화학연마 탱크에 설치된 히터는 각 220V 3상 5㎾, 히터에 전기선이 약 5m 정도 연결돼 있었다고 진술한 점, 화학연마 탱크 한 부분에 균열이 발생한 점, 탱크 하단부에서 화염이 시작된 것으로 식별되는 점 등으로 볼 때 과열로 팽창된 화학연마 탱크 열매체 유가 누유되면서 히터 열에 의해 점화됐을 가능성도 크다. 

 

▲ [사진 21] 온도 센서

 

관계자 진술과 최초목격자 진술을 참고하고 잔류된 연소 패턴과 Arc Mapping, 주염흔, 집중 탄화된 지점이 발굴된 점 등으로 발화지점을 찾았다. 그 결과 화학연마 탱크에서 발화된 화재로 추정했다. 전기선에 잔류한 Arc 흔적으로 화염 방향성을 추측했다. 전기특성상 부하 끝부분에 나타난 Arc 흔적이 최초 형성됐을 거로 판단했다.

 

△△산업 정 씨 진술에 따르면 화학연마 탱크 온도 세팅은 119℃로 돼 있었으나 누가 세팅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했다. ▲▲전기 관계자는 전기선만 연결했을 뿐 화학연마 탱크 설치와는 무관하다고 진술했다. 화학연마 탱크 측면 차단기 부속이 트립된 상태로 발굴된 점은 전기적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산업 대표자는 “공장을 가동한 게 아니라 시설작업 중”이라고 진술했다.

 

발화지점 주변 화학연마 탱크 내 화학약품은 인산이 90%, 진산 5%, 황산 5%로 혼합해 사용했다. 이들 화학약품의 끓는 점은 인산 158℃, 질산 83℃, 황산 330℃로 확인됐다. 질산은 1차 83℃에서 끓고 인산은 2차로 158℃에서 끓고 마지막으로 황산 끓는 점이 330℃로 온도상승이 되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을 거로 판단했다.

 

하지만 세팅 온도가 119℃면 질산의 끓는 점 이상으로 온도가 상승하면서 부피가 팽창해 공간적 변화가 있었을 거로 짐작했다. 이는 화학연마 탱크가 균열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크다. 탱크 하단부 목재 탄화가 다른 부분에 비해 심하게 관찰되는 건 열매체 유가 누유되면서 연소해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된다.

 

열매체 유(sk super therm)를 생산한 □□에너지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살펴보면 열매체 유의 인화점은 240℃다.

 

따라서 화학연마 탱크를 가열 시 내부 압력이 방출되는 부분의 밸브가 개방돼야 하나 개방되지 않은 상태로 가열돼 화학연마 탱크 측면이 균열되고 누유된 열매체 유가 가열된 히터 열에 의해 점화됐을 개연성이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히터봉에 잔류한 젤 타입의 성분도 열매체 유로 식별돼 과열에 의해 누유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타이머 시간이 오전 7시 55분께에 멈춰 있는 건 화재 신고 시간인 오전 7시 53분보다 늦은 시간으로 화재 발생 후 Arc 형태가 형성되며 차단기가 작동해 타이머가 멈췄을 거로 판단했다. 과열된 화학연마 탱크가 팽창되며 균열이 발생했고 누유된 열매체 유가 히터 열에 의해 기화하며 점화했을 가능성이 큰 화재로 판가름했다.

 


1) 전계 : 대전체가 존재하는 공간. 공간의 각 점에서 정지하는 단위 전하에 작용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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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소방서_ 이종인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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