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긴급진단> 화재시 피난 생명줄 ‘완강기’, 문제는 없나

- 100kg 초과 국민은 외면해 버린 우리나라 완강기
- 모텔서 완강기로 피난하려면 가위 바위 보 잘해야?

광고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2/01/09 [13:31]

<긴급진단> 화재시 피난 생명줄 ‘완강기’, 문제는 없나

- 100kg 초과 국민은 외면해 버린 우리나라 완강기
- 모텔서 완강기로 피난하려면 가위 바위 보 잘해야?

최영 기자 | 입력 : 2012/01/09 [13:31]
▲ 지난 25일 완강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일산의 한 모텔, 이곳에는 일반완강기가 비치되어 있었으나 두 명의 투숙객이 동시에 피난을 시도하다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행 100kg까지밖에 견디지 못하는 완강기에 두 명이 매달리면서 하중을 견디지 못해 급속도로 하강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일산소방서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완강기는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감식중이다.     © 소방방재신문
화재발생시 피난을 위해 소방대상물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완강기’가 과체중 국민은 차별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숙박시설에 의무적으로 간이완강기를 설치토록 법으로 강제해 놓고도 시설물의 기본적인 특성은 배제하고 있어 개선책이 요구된다.

지난달 25일 새벽 1시 14분경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 위치한 한 모텔에서 촛불 이벤트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옆방에 있던 2명의 투숙객이 하나의 완강기로 동시에 피난을 시도하다 추락하면서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숨진 두 명의 투숙객은 완강기 사용법을 무시하고 밸트를 손으로 잡고 내려오다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이후 공중파를 비롯해 수많은 주요 언론에서는 소방대상물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완강기의 중요성과 사용법 숙지 필요성 등에 대해 잇따른 보도를 쏟아냈다.

올바른 사용방법을 주요 소재로 다룬 보도들로 이번 사고는 화재시 피난을 위한 ‘생명줄’인 완강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범국민적인 안전의식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게 됐다.
▲ 사고 당시 투숙객이 있었던 객실. 이 모텔에는 '간이완강기'가 아닌 일반적인 '완강기'를 비치하고 있었음에도 동시 피난을 시도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반 ‘완강기’를 적용할 경우는 전용 ‘지지대’를 설치했어야 하나 이 객실에는 ‘간이완강기’에 쓰이는 일반적인 ‘앙카’를 지지대로 적용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하지만 이처럼 숙박시설이나 아파트와 같은 특정소방대상물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완강기’의 내면에는 드러나지 않은 심각한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다. 본지에서는 화재시 국민의 안전한 피난을 위해 법으로 강제해 놓은 ‘완강기’의 기능상 문제점과 숨겨진 제도적 문제를 긴급진단해 본다.

완강기, 체중 100kg 넘으면 ‘무용지물’

의무적으로 비치되는 ‘완강기’가 체중 100kg을 넘는 사람의 안전은 도외시하고 있어 관련 제품의 검정기준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 보급되는 모든 완강기는 소방법에 따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해 형식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제품 검정시 대부분의 제조사는 100kg 하중을 최대치로 설정해 검정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완강기는 속도조절기에 의해 사용자가 일정한 속도로 하강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피난기구로 검증을 거치지 않은 큰 하중이 가해질 경우 하강속도에 영향을 미치고 최악의 경우는 추락의 위험까지 동반한다.

▲ 시중에 유통되는 완강기이 표시면에는 최대하중이 100kg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 소방방재신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운용중인 검정기술기준(완강기의 형식승인 및 검정기술기준-소방방재청 고시 제2011-7호)에는 최대하중을 1000N(100kg)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제조업체들이 규정 이상으로 검정을 받을리는 만무하다.

소방용품 특성상 검정기술기준 이상의 성능을 보유하더라도 유통과정에서 동일한 ‘형식승인’ 제품으로 치부되기 마련이고 결국 가격경쟁에서 밀려 제조사 마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완강기를 생산하는 제조업계도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형식승인 기준에 100kg 이상으로 규정돼 있지만 그 이상의 성능을 갖추더라도 가격만 비싸져 시장에서는 팔지도 못한다”며 “검정 기준이 100kg이상이면 되기 때문에 해당 규정에 딱 맞춰 완강기를 생산하고 있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처럼 100kg의 하중에 맞춰 생산된 완강기가 숙박시설이나 아파트 등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모든 소방대상물에 의무적으로 설치되고 있고 유사시 누가 사용하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신장과 체중은 경제발전에 따른 소득 안정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에 의해 날로 커져 가는 추세다. 본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확인한 국민건강검진종합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총 1천85만1,277명의 건강검진자 중 100kg이 넘는 사람은 6만 4,72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라나라에도 과체중 인구가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완강기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린이나 노약자 등 재해취약자가 동시 피난하는 경우도 고려한다면 100kg넘는 상황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국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이창우 교수는 “완강기 사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린이나 장애인 등이 함께 있을 경우 취약자를 혼자 완강기를 태워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100kg을 넘어가는 경우의 수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공공의 안전을 목적으로 법에서 강제하는 피난기구가 100kg이상의 국민은 배제하고 있고 실사용자인 국민은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110kg 체중에 육박하는 임 모씨(30)에게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자 “만인앞에 평등해야할 법이 차별을 하고 있다”면서 “덩치나 키가 커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완강기를 사용해 피난할 자격도 없는 것이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 경기도 하남시에 사는 105kg의 송 모씨(34세)도 “누가 사용할지 모르는 피난기구가 체중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고 있는 것이냐”며 “안그래도 체중 때문에 완강기를 사용해야 하면 불안할텐데 100kg까지만 성능 검증이 이뤄진다는 건 결국 사용하면 위험하다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내 상황과는 다르게 유럽에서는 표준규격(낙하방지용 개인보호장비 (BS EN 341:1993)으로 완강기의 성능검증시 최대하중을 150kg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일본의 경우에는 120kg이상의 하중시험을 거친 완강기들이 보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우리나라 검정기술기준의 보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객실은 2인 기준인데 … 피난은 한명만?

현행 소방법에 따라 숙박시설에는 의무적으로 ‘간이완강기’가 설치된다. 하지만 단 한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1회용 이어서 모텔이나 호텔 등 숙박시설에 두 명 이상이 묵을 때에는 가위 바위 보(?)로 살아남을 한 사람을 정해야할 판국이다.

▲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완강기 및 간이완강기  
우리나라에 보급되는 ‘완강기’는 일반적인 ‘완강기’와 ‘간이완강기’ 로 구분된다. 이 두 가지 완강기의 가장 큰 특징은 ‘완강기’는 한 명씩 교대로 연속적인 사용이 가능하지만 ‘간이완강기’는 한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1회용 제품이라는 점이다.

국내 숙박시설의 모든 객실은 소방관련법(국가화재안전기준)에 따라 ‘간이완강기’를 갖춰야 하는데 2인 기준으로 운영되는 숙박시설의 기본적인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화재시 연기나 화염이 확산되면 인근 객실의 투숙객이 복도나 계단으로 피난하기 어려울 때 완강기를 이용해 창문으로 대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피난기구가 바로 ‘완강기’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2명을 기준으로 운영되는 숙박시설의 객실에 단 한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1회용 ‘간이완강기’가 설치되고 있어 2명 이상의 투숙객이 완강기로 피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각 층 바닥면적이 500제곱미터를 넘는 숙박시설의 경우 복도에 일반 ‘완강기’가 기본적으로 설치되지만 이또한 복도 피난이 불가능하면 사용이 불가능하고 객실이 많은 층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피난해야 하는 상황이 도출될 수밖에 없다.

만일 객실에 일반 ‘완강기’가 설치되어 있거나 투숙인원에 맞춰 간이완강기가 구비되어 있다면 모든 투숙객의 피난이 가능하겠지만 소방법에는 인원 고려도 없이 ‘간이완강기를 설치할 것’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대부분의 숙박시설 객실에는 단 1개만의 간이완강기가 설치되고 있다.

완강기와 간이완강기의 경제성 측면에서는 어떤 차이점을 보일까. 5층에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의 대략적인 유통가격은 일반 ‘완강기’가 4만 4천원(인터넷 유통가격) 정도로 간이완강기 또한 이와 동일한 수준이다.

간이완강기는 지지고리나 앙카를 벽면에 설치하면 되지만 완강기의 경우 전용 ‘지지대’를 별도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설치가 번거롭고 일정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될 수 있다.

한국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이창우 교수는 “숙박시설과 아파트 등에 설치되는 피난기구는 업주 또는 건설사가 아닌 불특정다수인 투숙객과 입주자의 안전을 위한 법적 의무사항이기에 경제성이나 설치상의 불편함을 잣대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광고
소다Talk
[소방수다Talk] “빈틈없이 살려라” 소방과 경찰의 공조
1/4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