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전기자동차가 많이 보입니다. 전기자동차가 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전기자동차의 AI나 자율주행, 디자인 발전에만 치우칩니다. 그런데 최근 전기자동차 화재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언론을 통해 현대나 테슬라 등 주요 제조사의 전기자동차 화재 소식이 연이어 보도됐기 때문이죠.
전기자동차 화재 현황
우선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내용 중 하나는 전기자동차 화재가 일반 자동차 화재보다 더 자주 발생한다는 겁니다.
국내 전기자동차 화재 중 교통사고에 의해 발생한 건수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는 현재까지 총 17건입니다(2018년 5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전기자동차 화재를 시작으로 2021년 7월 기준 총 17건 발생).
국내 전기자동차 화재 17건 중 약 64%인 11건이 여름에 발생했습니다. 2018년 이후로 전기자동차 화재는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20년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 수와 소방청의 화재통계를 분석해보니 자동차 1만 대당 화재 발생률이 전기자동차는 1.63%고 내연 기관 자동차는 1.88%로 전기자동차의 화재 발생률이 높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기자동차 화재 중에서도 소화에 어려움이 있는 배터리 발화 건수만으로 한정하면 화재 발생률은 0.52%로 더 낮아집니다. 통계를 분석해 보면 전기자동차의 화재 발생률이 일반 차량의 화재 발생률에 비해 높은 건 아니지만 문제는 소화하기 어렵고 소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위에서 언급한 전기자동차 소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선 소방서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기자동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데 어떤 게 가장 효과적일까요?”
사실 현재 전기자동차 화재는 이렇게 하면 잘 꺼진다고 할 수 있는 뾰쪽한 대응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 일선 소방관서에서 전기자동차 화재로 출동하면 주수에 의한 냉각소화나 질식소화덮개, 포소화약제를 활용한 질식 소화로 대응하고 있는데 어느 하나 효과적이라고 할만한 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전기자동차 화재에 관한 정확하지 않은 대응 정보가 언론 보도를 통해 전파되기도 하고 ‘질식소화덮개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배터리에는 물을 뿌리면 안 된다’는 등의 잘못된 정보를 접할 수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열 폭주 현상과 소화 실험 이에 국립소방연구원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 현상과 소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열 폭주가 발생한 후 주수 소화를 통해 화재를 진압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최초 열 폭주가 발생한 배터리와 인접한 배터리에 집중적으로 소화했으며 일정 시간 주수 소화 후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주수 소화를 시작한 후 배터리 온도가 급격하게 하강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미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는 화재로 인해 주수 소화 시 리튬과 물의 반응성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인접한 배터리에 주수 소화했을 때도 물과의 반응성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1)최근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에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시 불산이 누출되고 물은 그 반응을 가속하는 촉진제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따라서 직접 주수를 할 때는 원거리에서 아주 다량의 물을 지속해서 주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적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레벨 A 화학보호복 수준으로 장비를 갖추는 게 좋습니다.
두 번째로 질식에 의한 소화 가능성을 분석하고자 일선에 보급된 질식소화덮개를 이용해 질식 소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열 폭주가 발생한 배터리에 질식소화덮개를 덮어 소화를 시도했습니다.
언뜻 보기엔 소화된 것처럼 보이나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는 지속해서 오프 가스가 방출됐고 질식소화덮개 표면 온도도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했습니다.
또 배터리 온도를 분석한 결과 모두 열 폭주가 진행됨이 확인됐습니다.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다량의 오프 가스가 방출됐습니다. 이 가스는 가연성+조연성이므로 만약 점화원이 있었다면 폭발을 동반한 화재가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기자동차 화재 대응방법으로 화재 차량을 수조에 담가서 처리하는 방법이 소개되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이 방법의 이론적 실효성에 관해 묻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이는 효과적인 방법인 건 분명합니다.
화재 차량이 물에 잠기면 다량의 물에 의해 열 폭주된 배터리가 효과적으로 냉각되고 외부로부터 산소 유입이 차단돼 질식 효과도 발생하게 될 겁니다.
2021년 4월 일산소방서 주관으로 이동형 간이수조를 이용해 전기자동차 화재 진압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전기자동차를 수조에 담가 진압했으나 실제 간이수조 설치와 충수, 전기자동차 이동 등에 약 40분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따라서 시간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현재 전기자동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량의 물로 냉각소화하는 게 최선입니다. 열 폭주 메커니즘에서 보듯이 다음 단계로 지속적인 반응 폭주가 발생하려면 열이 필요한데 냉각을 통해 제어한다면 연쇄적인 반응 폭주를 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관건은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효과적으로 냉각시키는 방법을 강구하는 겁니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1) <119플러스> 매거진 2020년 11ㆍ12월호,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 ‘불산’이?, 김흥환
국립소방연구원_ 김용현 : cakaeo1627@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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