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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119] 수마(水魔)가 삼켜버린 젊은 소방 영웅 장순원(張舜源) 소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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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스토리텔러 | 기사입력 2022/08/22 [10:00]

[리멤버 119] 수마(水魔)가 삼켜버린 젊은 소방 영웅 장순원(張舜源) 소방교

김진태 스토리텔러 | 입력 : 2022/08/22 [10:00]

소방공무원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우리는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를 기억하는 일.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첫걸음이지 않을까요?

<119플러스>가 순직소방공무원추모기념회와 함께 순직소방관의 이야기를 지면에 담으려고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고립된 2명의 구조대상자를 구한 뒤 안타깝게 순직한 경기구리소방서 소속 장순원 소방교의 이야기를 재구성했습니다. 그의 일대기 속으로 떠나보시죠. 

 

소속: 경기도 구리소방서

계급: 소방교

성명: 장순원(張舜源)

1970년 1월 16일 인천 출생~1998년 8월 6일 순직

장순원 소방관은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에서 금은방을 경영하는 부친 장우성 씨와 모친 김복염 씨의 2녀 1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부친을 닮아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책임감이 강할 뿐 아니라 어려운 친구를 돕는 일에도 늘 앞장섰다. 

 

줄곧 서울에서 성장한 그는 1990년 2월 서울 면목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군에 입대해 만기 제대한 이후 1995년 평소 꿈꾸던 소방관이 됐다. 

 

소방사 임용 후엔 경기도 광주소방서를 거쳐 구리소방서 교문119안전센터(당시 교문파출소)에서 119구급대원으로 성실히 근무했다.

 

평소 동료애가 강하고 격무 가운데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던 그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간호사였던 정은영(24) 씨와 결혼해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1998년 여름은 엘니뇨 현상으로 기상이변이 자주 일어나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 특히 경기도 북부지역은 수해로 인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사건 전날인 1998년 8월 5일 아침 장 소방관은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자택에서 임신 8개월인 아내 정은영 씨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길에 나섰다. 소방관이란 직업을 가진 남편을 택한 부인은 그날도 밤샘 근무를 무사히 마치고 다음 날 아침이면 일상처럼 웃으면서 남편이 돌아올거라고 생각했다.

 

장 소방관은 밤새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가운데서도 구급차를 몰고 이리저리 뛰며 업무에 임했다. 그러던 중 1998년 8월 6일 오전 5시 25분께 관내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에서 하천이 범람해 주민 4명이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았다.

 

구급차를 운전하며 동료였던 박미숙(여, 37) 소방사와 출동한 지 10여 분이 지났을 무렵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별내면 광전리 광전주유소 앞에 이르자 게릴라성 폭우로 도로가 침수돼 더 나아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때 어디선가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황토물에 잠긴 채 지붕만 보이는 비닐하우스 위에서 남녀 두 명이 손전등을 흔들며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곧이어 이들을 먼저 구조하라는 무전이 왔다. 

 

장 소방관은 구급차 운전 요원으로 구조가 전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무조건 구출해야 한다고 판단해 갓길에 주차된 승용차와 나무 사이에 밧줄을 묶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세찬 흙탕물 속을 헤집고 도로에서 5m가량 떨어진 비닐하우스에 가까스로 도달했다. 

 

비닐하우스 지붕으로 올라가 로프를 기둥에 묶은 후 고립된 주민 이병관(50), 한옥희(42) 씨 부부를 로프에 매달아 차례로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물이 불어날 것을 예상한 그는 박미숙 소방사로 하여금 이들을 먼저 안전지대로 피신시켰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한숨 돌린 장 소방관은 자신도 로프에 몸을 의지하며 길 밖으로 천천히 나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거세게 불어난 물살이 비닐하우스를 덮쳤고 로프와 비닐하우스 구조물에 휘감겨 버린 장 소방사는 급류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수마(水魔)는 이렇게 한 젊은 소방관을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몇 달 후면 아빠가 된다고 좋아하며 동료들에게 자랑하던 장 소방관의 시신은 사건이 발생한 지 4시간가량이 지난 오전 9시 20분께 사고 현장 부근에서 동료들에 의해 발견됐다. 

 

가족들의 애끓는 심정을 뒤로하고 순직한 장순원 소방관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소방교로 특진 됐으며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유족으론 유복자 장정현(23) 씨와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부친 장우성(86) 씨가 있다. 이들은 현재 경기도 시흥에 거주하고 있다.

 

<119플러스> 편집 참여위원 중에도 장순원 소방관을 기억하는 이가 있다. 바로 화재조사관 이야기의 집필자인 경기 김포소방서 소속 이종인 소방관이다. 그는 순직소방관추모기념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평소 장순원 소방관과 남다른 친분을 맺고 있던 이종인 소방관은 “다음에 웃는 얼굴로 만나 이야기 좀 나누자”고 근황을 전했던 게 그와의 마지막 대화였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종인 소방관은 여전히 장 소방관을 그리워하면서 그가 영면 중인 현충원을 찾고 있다.

 

젊은 청춘 장순원은 천금보다 귀중한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리고 그의 의로운 소방혼은 여전히 소방제복을 입고 오늘도 아비규환의 현장을 누비는 동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글_ 김진태 스토리텔러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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