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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재 훈련과 대기오염방지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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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방학교 박지수 | 기사입력 2023/04/20 [10:00]

실화재 훈련과 대기오염방지 시설

서울소방학교 박지수 | 입력 : 2023/04/20 [10:00]

▲ [그림 1] 영국 맨체스터 지역 산업화 당시의 풍경을 묘사한 그림(출처 en.wikipedia.org/wiki/Industrial_Revolution)

 

1780년 영국 맨체스터의 한적한 교외 지역, 형제 둘이 심부름을 마치고 언덕을 지나 집으로 향하고 있다. 양들이 눈앞에 보이는 언덕 위에서 형제는 멀리 시내를 바라본다.

 

시내엔 석탄을 태우고 나온 먼지와 재에 가려 어렴풋한 가운데 숫자를 세지도 못할 만큼 많은 굴뚝에서 검은색 연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먼지와 재로 뒤덮인 검은색 하늘을 보며 “누가 하늘을 검은색으로 칠해놨어!”라고 형이 말한다. 옆에 있는 동생은 “형! 저기 봐. 양털도 누가 검은색으로 칠했어!”라고 대답했다.

 

영국에서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된 18세기 말 이후부터 여러 가지 환경문제가 도시와 교외 지역의 골칫거리로 자리 잡았다. 석탄을 연료로 태우고 난 후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그중 하나였다.

 

연기 속 미세한 분진을 모아 처리해주는 집진설비의 배경과 발전 역사는 산업혁명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방청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관심을 두고 추진하는 ‘실화재 운영 표준지침’과 함께 전국의 각 소방학교에서 실화재 훈련장 건립 진행이 한창이다.

 

이에 따라 실화재 훈련장 건축기획과 설계 등의 단계에서 집진설비와 같은 대기오염방지시설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수 없게 됐다.

 

많은 시도에서 채택하려는 컨테이너를 활용한 A급 화재 재현 실화재 훈련에선 교육에 필요한 화재 성상을 만들기 위해 목재 파티클 보드와 팔레트 등을 태울 때 배출되는 다량의 연기를 피할 수 없다.

 

특히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제42조(고체연료의 사용금지 등)에서 지정한 땔나무를 포함한 고체연료 사용이 금지된 특별시나 광역시, 수도권 지역은 대기오염방지시설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 실화재 훈련장에서 적용되는 시설

연기는 훈련장이 아닌 실제 화재 현장에서도 현장 활동을 어렵게 하는 가장 성가신 존재다. 가시성을 떨어뜨려 현장 활동을 방해하고 유독 가스와 분진 등으로 호흡곤란이나 패닉 상태를 만들기 일쑤다.

 

화재 현장에서 구조대상자들의 대피도 어렵게 한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는 불로 인한 직접적인 소사보다는 연기로 인한 질식사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집진설비는 연기 안에 포함된 미세분진을 걸러주고 유해가스까지 처리하는 여러 종류의 대기오염방지시설 중 하나다. 가깝게는 일상에서 흔히 연기와 냄새로 불편을 호소하는 커피 로스팅 기계가 설치된 카페, 규모가 있는 고깃집 같은 곳에서 설치해 사용한다.

 

좀 더 큰 규모의 대기오염방지시설이 설치된 곳인 화장장이나 시멘트공장, 화력발전소 등은 직접 대기 환경에 영향을 줄 만큼 많은 양의 연기를 대기 중에 배출한다.

 

따라서 반드시 대기오염방지시설 허가를 받고 처리 과정을 거쳐 대기 중으로 배출해야 한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별표4에서는 대기오염방지시설1)을 16가지로 분류한다.

 

▲ [그림 2]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별표4(도표화 자료, 출처 greenlink.or.kr, 소규모대기배출시설 관리시스템)

 

필자는 2022년 서울소방학교에서 진행한 실화재 훈련장 건립 타당성 용역 사업과정에서 대기오염방지시설에 관한 리서치 일부분을 담당했다. 국내외 사례들을 종합해봤을 때 실제 실화재 훈련장에서 적용되는 시설은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됐다.

 

흡수에 의한 시설에 속하는 습식 스크러버 시설과 직접연소에 의한 시설에 속하는 통칭 애프터 버너방식, 전기집진시설이다.

 

홍콩소방학교의 경우 습식 스크러버 시설을 사용하다가 연기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설을 중단한 대표적인 사례다.

 

홍콩소방학교 실화재 훈련장은 단일 층으로는 꽤 높은 약 18m에 달한다. 상부에 설치된 스크러버 시설까지 연기가 상승하는 도중 온도가 떨어지면서 연기와 주변 공기 밀도가 점점 비슷해졌고 힘도 약해졌다.

 

최종적으로는 연기가 자연적인 부력으로 상단에 설치된 스크러버 시설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건물 중단부터 스크러버 시설 사이에 머물러 있으면서 제대로 된 집진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추가로 홍콩은 연기 배출에 대한 구역설정을 간과했다. 바닥면적이 3200㎡에 달하는 넓은 훈련장에 별도의 제연구역 설정이 없어 상당히 비효율적인 제연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현재 홍콩소방학교는 전기집진시설을 추가하고 제연구역을 설정한 후 연기를 전기집진시설까지 도달하게 해줄 공조설비 설치ㆍ운영을 준비 중인 거로 알고 있다.

 

사실 습식 스크러버 시설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습식스크러버가 연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연기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추측건대 그런데도 습식스크러버에서 전기집진시설로 교체하려는 이유는 운영 면에서 스크러버 시설의 단점으로 꼽히는 오염물질 흡수액 처리 등과 같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기집진시설은 초기 설치 비용이 많이 들지만 운영 비용이 적고 유지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특히 화력발전소에서 전기집진시설을 많이 활용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국내 기술로도 충분히 설치ㆍ유지관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애프터 버너방식의 경우 중앙소방학교와 유럽의 실화재 훈련시설 제조업체에서 사용되는 사례가 꽤 있는 거로 알고 있다. 연기를 다시 한번 직접연소하는 식이라 최종 부산물이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운영상 연기를 연소하는 데 사용하는 가스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애프터 버너방식을 납품하는 많은 외국업체는 후드를 컨테이너에 바로 붙여 설치해 강제적으로 연기가 배출되게 한다.

 

일부에서는 이런 강제배출방식이 컨테이너에서 자연적으로 배출되는 방식에 비해 교육용 화재 성상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었다.

 

▲ [그림 3] 집진장치 선정 절차(출처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인허가 업무 가이드라인, 2016, 환경부)

 

집진설비를 선정하는 데는 초기 설치 비용과 운영예산, 설치공간에 대한 고려뿐 아니라 처리해야 하는 연기 종류의 특성과 배출량을 파악해 놔야 한다. 처리 규모에 대한 계산을 생략하면 과도한 설비로 인해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 지나치게 작은 용량으로 설치하면 매우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실화재 훈련 중 연기는 얼마나 나올까?

실험적 방법으로 실화재 훈련 중 연기 발생량을 측정하는 게 가장 정확할 테지만 현실적으론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기존에 나와 있는 이론적인 자료를 참고해 개략적인 계산을 시도해 봤다. 연기 발생량을 계산하는 방식은 열 방출량 등을 변수로 화재 플럼의 유량으로 계산하는 방식과 화재 둘레로 계산하는 방식이 있다.

 

여기선 국가화재안전기준 해설서에서 제시하는 둘레에 의한 방식(영국 Hinkley의 공식)에 따라 실화재 40ft 컨테이너 한 개 기준으로 최소한의 정량적인 계산을 해봤다.

 

화재 시 불꽃 상층부에서의 뜨거운 가스 기류는 다양한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다. 크게 아래 세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연소물질에 의해 방출되는 뜨거운 증기와 가스

2. 미연소 열분해 물질과 응축 물질(옅은 색에서 검은색까지 다양한 색으로 표현)

3. 상승 기류에 의해 흡인된 공기와 불꽃에 의해 가열된 공기

 

대부분 불꽃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며 우리가 연기라고 부르는 증기는 이 세 그룹의 혼합 조성이다. 그 그룹은 가스와 증기, 분산된 고체 물질을 포함해 구성된다.

 

연소 시 연기와 같은 거무칙칙한 생성물과 흡인된 공기의 혼합으로 발생하는 걸 연기의 양으로 간주한다. 농도와 유독성은 연소물질에 따라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 화재에 공급된 공기 체적과 비교할 때 연료 가스의 체적은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화재로 인한 연기 발생량은 뜨거운 가스와 화염의 상승 기둥에 의해 동반되는 공기량과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실화재 훈련장에서 실제 사용하는 재료 기준으로 연소물질은 목재 파티클 보드 1200×1200㎜(12t) 4~5장과 나무 팔레트, 지푸라기로 설정했다.

 

▲ [그림 4] 서울소방학교 간이 실화재 훈련장 측면 사진

▲ [그림 5] 서울소방학교 간이 실화재 훈련장 화점실

 

훈련 커리큘럼이나 교육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 서울소방학교에서 운영하는 플래시 오버 셀 기준으로 보자면 20~25분 교육 중 처음 5분 정도 자유 연소를 시키며 상층부에 쌓여가는 고온의 연기를 관찰한다.

 

그런 후 어느 정도 화재가 진행되고 상층부에 연기가 쌓이면 5회 정도 도어 컨트롤을 하면서 공기를 차단해 중성대가 내려오는 걸 관찰한다.

 

환기 부족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공기가 유입됐을 때 발생하는 이상 연소 현상을 관찰하기도 한다. 공기를 차단하고 나서 다시 문을 열고 공기를 유입하는 과정에서 연기가 많이 발생한다. 훈소가 진행되면서 연기 밀도가 높아지고 갑작스러운 다량의 공기 유입과 함께 화재 플럼도 커진다.

 

따라서 앞서 언급했듯이 다량의 공기 유입은 곧 다량의 연기를 의미하니 연기가 많이 발생하는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한 논문 실험결과에서 목재 훈소 시 평균 2~3배 정도 밀도가 차이 나는 걸 참작해 밀도는 보수적으로 3배 높아진다고 계산했다.

 

식의 기본적인 바탕은 국가화재기준에서 제시한 바닥면적 1㎡당 1㎥/min을 응용했다(아래 국가화재기준 해설서 참고).

 

▲ [그림 6] 연기 발생량 계산식(출처 국가화재안전기준 해설서(5권))

 

화재 둘레는 파티클 보드의 너비와 화점실의 둘레를 고려해 국가화재안전기준에서 기준으로 잡은 화재 둘레 4m의 3배를 적용, 12m 둘레의 화재라고 계산했다.

 

25분 동안 기본적으로 40ft 컨테이너 1㎡에서 분당 3㎥의 체적으로 연기를 뿜어내는데 40ft 컨테이너의 바닥면적(28.2㎡)과 화점실의 바닥면적(7.05㎡)을 합친 35.25㎡의 3배, 즉 105.75㎥의 연기를 매분 기본적으로 발생시킨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를 전체 교육 시간인 25분에 곱하면 2643.75㎥의 체적을 가진 연기가 발생하는데 여기에 앞서 언급한 도어 컨트롤을 통해 발생한 고밀도의 연기를 더했다. 

 

도어 컨트롤 한 번 할 때 1분이라는 시간을 설정했는데 기준은 다음과 같다. 환기 부족 상태가 돼 밀도 높은 연기가 생성되는 50초와 문을 열고 나서 중성대 높이가 문을 닫기 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10초를 합쳐 1분을 한 번의 사이클로 정했다. 

 

낮아진 중성대 높이가 다시 빠르게 문 열기 전 수준으로 상승하는 10초 동안 공기 유입이 많아지고 연소작용도 활발해져 앞선 50초와 같은 수준으로 기본 연기 발생량의 3배를 추가 발생시킨다고 여겼다. 

 

여기에 다시 다섯 번의 도어 컨트롤 횟수를 곱해 총 5분으로 계산했다. 105.75㎥의 3배에 해당하는 317.25㎥에 5분을 곱해 1586.25㎥의 추가된 연기를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연기에 합하면 대략 25분의 교육 중 4230㎥ 정도의 체적을 가진 연기가 발생한다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2) 

 

이는 대략 가로, 세로 20m, 높이 10m의 3차원 공간을 가득 채운 연기의 양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다.

 

이론을 토대로 한 개략적인 계산에 한계가 많아 앞으로 진행되는 훈련을 옆에서 관찰한 실증데이터, 다른 화재실험 데이터 등과 비교해 실제와 최대한 가깝게 자료들을 모아볼 예정이다.

 

서울소방학교에서는 작년 실화재 훈련장 건립 타당성 용역이 마무리되고 올해부터 예산 마련을 위한 작업과 시설 등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실화재 훈련장 건립 과정 진행 중 공유할 만한 내용이 있거나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함께 논의되면 좋을 것 같은 주제가 있으면 나누겠다.

 

 


1) 입자상 물질을 걸러 배출해내는 설비가 집진설비라고 하면 가스상 물질까지 걸러내는 시설을 통합해 대기오염방지시설이라고 칭한다.

2) 교육 과정상 펄싱으로 컨테이너 내부의 상층 연기를 냉각하게 되면 샤를의 법칙에 따라 온도가 떨어지며 연기의 부피도 감소하게 되기 때문에 연기가 감소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자.

 

참고문헌

우태영, 유지선, 정영진, ‘생활 주변에서 사용되는 건축용 목재의 연소성’, 한국화재소방학회 논문집, 제31권 제2호, 2017년, p.5.

김형석, ‘제연설비의 급기방식에 따른 제연효과에 관한 연구’, 부경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2, p13.

이복영, ‘연기와 연기감지기술에 대한 고찰’, 방재기술, 제15호, 1993년, p1,2.

“서울소방학교 소방교육훈련센터 화재교관 소방장 이동철과의 대화”, 2023. 3.

 

 

서울소방학교_ 박지수 : pjs8891@seoul.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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