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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홍보 고인물의 ‘소방홍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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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소방본부 박태진 | 기사입력 2023/07/20 [10:00]

소방홍보 고인물의 ‘소방홍보 이야기’

전남소방본부 박태진 | 입력 : 2023/07/20 [10:00]

 

커피 한잔하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소방홍보를 소개해 줄 수 없냐는 매거진 측 제의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글 보다는 말로 하는게 편한 스타일이지만 홍보를 이제 시작한 분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두서없는 ‘소방홍보 이야기’를 전해 볼까 합니다.

 

전남소방본부 홍보담당자 박태진입니다. 2011년도에 소방관으로 입문해서 3년 반 정도 외근 생활을 하다 소방민원업무로 내근에 처음 발을 디뎠습니다.

 

2015년 홍보업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말 막막했어요. 경험도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선배님들은 기자님들하고 잘 지내면 된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그것마저도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홍보업무만 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기자단 협업, 보도안ㆍ기고문 의뢰, 사진촬영, 영상제작은 당연했고 서무, 겨울철소방안전대책, 주택용소방시설, 소방안전교육 업무를 봤습니다.

 

그리고 그땐 지금처럼 스크랩 마스터와 같이 기사를 스크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어요. 그래서 아침마다 신문을 자르고 종이에 붙여 보고했던 기억이 납니다.

 

화재 현장 영상을 구하기 위해 주말에도 현장으로 향했고 개인 트럭에 홍보ㆍ교육 장비를 싣고 다니며 캠페인을 하고, 체험장도 운영하고… 나때라는 말은 하는 게 아니라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말 열심히 땀 흘리며 뛰어다녔던 것 같습니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와~ 어찌했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2017년 말까지 홍보를 담당하다 2018년에 소방안전대책 업무를 보고 2019년 소방본부에서 다시 홍보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보통 소방에서는 예방 파트에서 홍보업무가 진행됩니다. 그간 주로 예방 파트 쪽에서 업무를 많이 했다보니 홍보업무를 직ㆍ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소방홍보’

보통 홍보담당자는 소방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반장님들이 맡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쉽고 단순한 업무라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누구든 자기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자기 업무가 힘든 일이라고 느끼겠지만 홍보를 사랑하는 홍보의 고인물로서 감히 말씀드리자면 홍보업무는 ‘어렵고 누구나 할 순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업무는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홍보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홍보담당자는 사건, 사람과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기자단뿐 아니라 직원들과도 많은 교류가 필요합니다. 또 내 업무만이 아니라 소방 전반의 업무를 이해하고 현재 소방의 정책을 바르게 바라보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홍보의 방향을 잡을 수 있고 하나 된 소방의 목소리로 국민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정보의 소통이 없는 상태에서 자료를 만든다면 자칫 오보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간부회의에도 참석해 보고 각 업무 담당자와 소통하며 소방 정책의 흐름과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홍보담당자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홍보담당자가 들어야 하는 말 “홍보 좋다”

 

우선 홍보담당자의 마음가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홍보는 국민에게 소방 정책 등을 알리는 소통 창구역할을 합니다.

 

홍보는 내 업무를 빛내는 게 아니라 소방 정책이나 사건사고, 미담 소개 등 다른 파트 업무, 다른 사람을 빛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게 특별한 점입니다. 그렇기에 홍보담당자의 마음가짐이 무척 중요합니다.

 

단순히 기존 보도안에 내용만 바꿔 기자단에 의뢰하는 걸 홍보라고 생각하는 홍보담당자와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어떻게 하면 빛나게 할 수 있을까, 더 많은 국민에게 소방 정책을 알리기 위한 방식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는 홍보담당자의 차이는 분명하니까요.

 

홍보담당자는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소방정책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홍보담당자는 “보도됐다, 홍보 나왔다”가 아니고 “홍보 좋다”라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9월 고층아파트 화재로 어머니와 3살 어린아이가 고립됐는데 119종합상황실 안내를 통해 경량칸막이로 탈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언론사 보도만으로 많은 이슈가 됐지만 소방에서 안내한 부분은 언급되지 않았죠.

 

그냥 그대로 마무리될 수 있었지만 우리의 활약이 배제된 게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와 상황실 녹취록을 구해 전국 방송을 타게 했습니다. 해당 직원의 방송사 인터뷰도 진행해 경량칸막이 홍보와 소방의 활약상을 알리고 전남소방의 위상까지 높일 수 있었습니다. 

 

또 코로나 시기에 전국의 소방관을 모아 진행했던 ‘하나되어’라는 음원 콘텐츠가 기억납니다. 당시 많은 기관에서 기사나 보도안을 통해 코로나 관련 홍보를 했지만 그중 이 음원 콘텐츠 기획은 정말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홍보담당자의 열정과 기획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을 만큼요. 이렇게 홍보담당자의 열정은 국민에게 다가가는 많은 길을 만들어내고 국민이 소방을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을 만들죠.

 

우린 소방을 기록하며 소방의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

홍보담당자가 영혼을 갈아 넣는 열정으로 홍보업무를 보고 있지만 상관이나 주변 관심도에 따라 달라지는 게 홍보업무입니다. 홍보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해서 잘되면 본전이지만 행여 잘못되면 쪽박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어요.

 

예를 들어 홍보담당자가 매달 사건사고 홍보영상을 만들어 SNS 콘텐츠에 업로드한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죠. 정말 큰 열정이 필요하고 이에 따르는 부수적인 업무가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그 콘텐츠를 보는 시각은 각각 다른 게 현실입니다. “그거 만들어서 몇 명이나 보냐, 조회 수 몇이나 나오는데?”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이 모든 게 00소방의 기록이니 열심히 해봐”라는 분도 있습니다. 모든 콘텐츠가 대박일 순 없습니다. 하다 보면 대박일 수도, 쪽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홍보담당자는 쪽박이 무서워 홍보를 멈춰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기억들이 시간에 희석되면 추억으로 남습니다. 사소한 일상을 담은 예전 사진을 보며 미소 짓는 것처럼 일기장에 사소한 일을 적다 보면 시간에 희석돼 사라질 기억도 훗날 추억으로 남아 내게 미소를 선물하기 마련입니다.

 

홍보담당자는 00소방의 일기를 쓰는 사람입니다. 기록되지 않는다면 역사가 될 수 없으니 홍보담당자는 00소방의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이죠. 홍보업무를 이렇게 바라봐주시고 홍보담당자는 자부심을 품길 희망해 봅니다.

 

얼마 전 퇴직하신 전남 최초 여성 서장님이 있습니다. 서장님은 홍보업무를 시작으로 내근업무를 보셨던 터라 홍보업무의 어려움을 잘 알고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서장님이 되신 후 소방서 홍보담당자를 불러 사비를 주셨답니다. 기자단 만나 차 한잔하면서 소통하라고, 홍보담당자가 소방서의 얼굴이라 생각하면서 업무를 보라고 말이죠.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업무를 인정해주고 알아주는 상관 밑에서 근무하는 건 참 복된 일이죠. 특히 보도안을 넘어서는 홍보 쪽 업무는 상관의 마인드에 따라 추진할 수 있는 범위가 무척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홍보를 알아주시고 홍보담당자 또한 거기에 응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상상 이상의 힘을 가진 ‘영상’ 홍보

홍보의 시작은 ‘어떻게 이걸 빛나게 만들어 볼까’라는 홍보담당자의 설렘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소방업무였고 사소한 에피소드였지만 홍보담당자가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홍보하느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집니다.

 

단순히 언론 보도라는 하나의 방식과 단순 사실, 팩트만으로 승부하려 한다면 홍보로 감흥을 주기 힘듭니다. 그래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영상입니다. 영상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2019년 강원도 산불에 따른 전국 동원령 당시 소방차들의 기나긴 행렬이 많은 국민에게 감동을 줬습니다. 만일 단순히 최초 전국 동원령 발령, 소방차 사진 한 장이었다면 그런 감동을 주진 못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홍보담당자는 ‘이 사건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고 관계기관에 협조를 받아 기나긴 소방차 행렬 영상을 구해서 언론사에 제공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민의 감동을 살 수 있었던 데는 이 영상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소방의 국가직 전환에 대한 국민 여론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홍보업무를 잠깐이라도 보신 분들은 영상 확보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확보도 어렵지만 확보한다고 해도 퀄리티 좋은 영상은 백에 하나 나올까 말까죠.

 

확보된 영상을 관리하는 것도 문제고 그걸 기본적으로 꾸미고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자료를 외부로 알릴 수 있는 홍보담담자의 손길이 필요하죠. 언론사에 제공하는 문제도 잘못하면 직원들의 불신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비번 소방관 터널화재 진압’ 영상 홍보건이 기억에 남습니다. 본부에 와서 처음으로 만들었던 홍보영상 자료인데 처음 이 소식을 소방서 보도안으로 접했어요. 곧바로 직접 당사자인 비번 소방관에게 연락해 영상자료를 확보했죠. 그 자료가 너무 좋아서 많은 분이 좋아할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영상제작 중에 비번 소방관 직원이 “그만하고 싶다”고 하시는 거예요. 이유를 물었더니 “혹시라도 이 영상 나가서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런다. 이미 많은 분에게 칭찬도 받았고 만족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머리가 너무 복잡하고 홍보담당자로서 무척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홍보담당자들이 어떻게 했기에 홍보에 대한 이런 불신을 갖고 있을까. 이런 일을 하고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만족한다고 하다니…’

 

그래서 비번 소방관에게 “이거 잘못되면 제가 다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고 한 번만 믿고 가봅시다”며 설득했습니다. 얼마 전 ‘포크포크’라는 인플루언서와 협업해서 지금은 100만뷰 정도를 달성했고요.

 

하지만 모든 홍보 결과가 내가 기획한 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진 않았던 것 같아요. 노력의 대가가 매번 좋을 순 없다는 부분도 알아 두셨으면 합니다.

 

2020년 고흥에서 병원 화재가 있었습니다. 새벽 시간에 발생한 화재로 다수의 고령환자가 입원해 있었지만 소방과 주민까지 인명구조에 나서며 피해를 최소화했습니다. 현장대원들과 주민들 이야기를 수집하고 신고부터 현장 종료까지의 기록들을 살펴 두달여 동안 어렵게 자료를 모아 기록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첫 댓글이 “사건도, 현장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영상으로 칭찬받고 싶지 않습니다”였어요. 힘이 빠지고 속이 상했지만 그 분은 현장에서 맡은 임무를 수행한 거고 저도 제 업무 범위에서 최선을 다한 거니까 언젠가는 홍보담당자의 기록을 알아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소방이 국민에게 진지한 칭찬을 들을 수 있도록…

분명 시스템보다 사람이 먼저지만 사람인지라 홍보담당자의 열정 하나로 계속 유지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홍보팀을 넘어 웹디자이너나 공보 특채, 영상편집 담당자 등 홍보와 공보가 분리된 시스템을 갖춘 시도 본부도 있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곳이 더 많습니다. 홍보담당자로서 홍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아 ‘홍보팀’ 같은 시스템이 갖춰지는 데 일조해 보고 싶다는 포부 정도는 품었으면 합니다.

 

소방의 모든 정책은 국민 안전으로 시작해 국민 안전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그 소방정책의 시작과 끝은 홍보로 시작해 홍보로 끝납니다. 

 

“5년 전 생일에 무엇을 받았는지 기억이 없지만 10년 전 어떤 꼬마 여자애가 내게서 좋은 비누 냄새가 난다던 칭찬은 아직도 기억난다” 

 

홍보담당자들이 기억해 줬으면 하는 ‘진지한 칭찬은 오래간다’는 책자의 글귀입니다. 국민에게 칭찬받는 좋은 소방이 될 수 있도록 홍보담당자들이 국민 누구나 맡고 싶은 향기를 가진 비누가 되길 바라봅니다.

 

전남소방본부_ 박태진 : 109bn1co@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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