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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화재 시 알아야 할 해상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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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소방서 최광현 | 기사입력 2024/05/02 [10:00]

선박화재 시 알아야 할 해상 상태

부산 강서소방서 최광현 | 입력 : 2024/05/02 [10:00]

우리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열과 연기, 교통, 건물 붕괴 등 수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서도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낮과 밤의 일교차, 풍랑특보 등 기상악화가 빈번히 일어나고 이는 곧 화재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소방기본법’ 제2조에서는 ‘항구에 매어둔 선박’이 소방대상물에 해당한다고 정의합니다. 인천과 울산, 부산, 목포 등 바다를 가까이 두고 있는 지역 이외에는 선박화재란 단어가 생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륙 지역의 강, 하천, 저수지, 호수와 같은 내수면에서도 화재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선박화재사고는 ’94년 충주호 유람선(사망 30명), ’18년 인천항에서 발생한 오토배너호(자동차운반선), ’19년 울산항 플래티넘레이호(자동차운반선), 스톨트그로이란드호(화학제품운반선) 화재 폭발사고 등이 있습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을 보면 ’23년 기준 3년간 발생한 선박화재사고는 총 370건(사망 5, 부상 4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통계자료로는 선박이 항해 중이었는지 정박 중이었는지 구분할 수 없지만 선박화재가 전체 화재사고 중 일부를 차지하는 건 확인이 가능합니다.

 

▲ 출처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항구에 매어둔 계류 선박이나 해안시설 화재의 긴급 상황에 대응할 땐 이에 따른 위험을 어느 정도 예상해야 합니다. 계류 선박 화재진압 작업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해상 상태 또는 기상조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부두에 정박한 계류 선박 화재진압은 날씨와 해상 상태에 따라 소방관들에게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가지 위험을 안겨줍니다. 위급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호스와 여러 장비를 들고 현문1) 또는 사다리를 사용해 선박으로 이동ㆍ탑승하는 건 육체적으로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불규칙한 해상 상태나 기상악화, 예를 들어 강풍, 얼어있는 갑판, 비, 뇌우 등의 상황에서 종종 소방관들이 다치곤 합니다. 조석의 상승과 하강은 부두에서 화재 선박으로 접근 시 소방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저조

 

▲ 만조

 

필자가 근무하는 부산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서해 방면인 인천이나 평택, 목포 같은 지역은 조석간만의 차가 큽니다. 만조 시에는 화재 선박의 주갑판2)에 접근하기 위해, 저조 시에는 갑판으로 내려가기 위해 사다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강풍과 같은 기상악화 상황에서는 소방정으로의 접근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선박이 부두에 계류한 경우 화재진압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려면 항만 서비스와 시설ㆍ장비에 대한 지식이 필수입니다. 인간은 날씨나 주변 해상 상태가 악화하는 천재지변에 맞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우린 이런 상황들을 이해하고 대처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그럼 해상 상태와 기상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날씨(Weather)

날씨는 해상사고와 선박화재 진압 활동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큰 수역은 여름에 상대적으로 시원한 수분, 겨울에 상대적으로 따뜻한 수분의 원천입니다. 온도나 습도를 가진 큰 공기 덩어리가 이 수역을 이동할 때 해당 지역 날씨가 빠르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항구나 만의 차가운 바다 위를 이동할 때 짙은 안개가 형성되는 게 가장 좋은 예입니다. 안개나 어둠과 같이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화재ㆍ소방정의 비상대응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소방관의 추락이나 넘어짐, 방향감각 상실 문제와 같은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 짙은 안개에 휩싸인 정박 선박들(출처 n.news.naver.com/article/003/0010224196?sid=104)

 

금속 물질로 이뤄진 선박은 낙뢰에 취약합니다. 선원들은 번개나 폭풍이 치는 동안 빠르게 육상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선박에서 화재진압을 하는 소방관도 육상이나 다른 곳으로 피해야(엄폐) 하며 낙뢰가 치는 동안에는 선박 갑판에 머물지 않아야 합니다. 

 

바람과 급변하는 온도는 육지나 선박에서 화재진압 중인 소방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들은 선박의 통로나 작업하는 갑판 위에 결빙 조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소방관들은 넘어져 다칠 수 있습니다. 

 

더운 여름엔 기온이 상승하면서 휘발성 화물이 과열돼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출처 ‘Oceanography’ 6th Ed. Garrison, T.

 

육지와 바다의 온도 차로 인해 해안을 따라 부는 바람이 존재합니다. 이때 온도 차가 15℃만 돼도 바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육풍과 해풍은 대류의 원리처럼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흐릅니다. 

 

주로 밤이 되면 지표면은 비열이 큰물에 비해 더 빨리 냉각돼 바다보다 더 낮은 온도로 차가워집니다. 그럼 비교적 따뜻한 바다의 공기는 위로, 육지의 차가워진 공기는 바다로 부는 걸 육풍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낮에는 지표면이 바다보다 빨리 가열돼 육지의 따뜻한 공기는 위로, 바다의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흐르는데 이를 해풍이라고 합니다.

 

이는 소방관이라면 수없이 들어 봤을 열의 이동 경로와 전도, 대류, 복사 중 대류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장시간 화재진압 활동을 하는 소방관은 시간 경과에 따라 바람의 변화를 예상해야 합니다. 

 

낮과 밤에 부는 바람의 방향이 다르므로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 또는 연소 생성물이 육지로 흘러들어 작업하는 소방관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습니다. 화재 선박에서 자연 환기를 사용할 땐 바람의 변화 가능성과 이런 조건들이 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바람으로 인해 먼 바다로부터 파도가 생성되면 선박이 출렁이게 되고 이는 작업을 어렵게 만듭니다. 육상(부두)에서 선박에 탑승하는 건 파도가 높을 때 더욱 위험합니다. 파도가 거세짐에 따라 화재 선박에서 나오는 유류와 같은 오염물질을 봉쇄ㆍ관리하는 건 더욱 어려워집니다. 

 

또 선박 크기에 따라 파도에 의한 선박의 움직임이 달라집니다. 크기가 작은 선박일수록 화재진압 하는 대원들은 균형을 잡기가 힘듭니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이런 환경에 익숙지 않은 소방관들은 뱃멀미(어지러움)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크루즈선, 자동차운반선, 대형컨테이너선과 같은 대형 선박은 바람에 대한 상당한 표면적을 가집니다. 바람의 영향으로 선박이 부두에서 멀어지면 계류라인3)이 끊어지면서 선박이 바다로 표류할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해 계류라인을 보강하거나 예인선을 이용해 부두와 멀어지는 걸 방지해야 합니다.

 

조수4)(Tide)

조석은 태양과 달의 중력에 의해 발생한 힘의 영향으로 해수면의 높낮이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현상입니다. 사다리나 통로를 이용해 선박으로 접근하는 건 시간이 지나면서 조석의 차이 때문에 움직임의 영향을 받아 소방 활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조석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소방관에게 중요합니다. 

 

▲ 슈퍼문 영향, 조수간만의 차 주의해야(출처 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233)

▲ 흘수선

 

• 저조 시 선박이 바닥에 닿으면 취수구가 막혀 발전기에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장비가 손상되고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선체 특성상 선박 아래 모양이 둥글다 보니 썰물 때 바닥에 편평하게 안착할 수 없습니다. 

• 둥근 선체가 바닥에 안착했을 때 선체가 기울어져 부두에서 멀어지거나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호스에 영향을 미칩니다. 

• 계류라인이 끊어지고 육상과 배를 연결하는 통로 사다리가 휘어지거나 끊기는 경우가 생깁니다. 

 

선박은 계류라인이나 와이어를 사용해 부두 또는 선박에 고정됩니다. 조수가 오르내릴 때 또는 화물을 싣고 내리는 동안 선박의 흘수5)가 크게 변하므로 계류라인의 지속적인 조정이 필요합니다. 장력을 받아 끊어져 퉁겨지는 계류라인 또는 와이어의 위력은 화재진압 하는 소방관에게 신체 절단 등 치명적인 부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계류라인 주변에 안전지대를 설정해야 합니다. 계류라인 장력이 팽팽해짐에 따라 갈라짐이나 터지는 소리 등은 라인이 곧 파손될 위험이 있다는 걸 알리는 신호이므로 즉시 계류라인(위험 서클)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 볼라드(출처 나무위키)

▲ 청해진함 홋줄사고 재조사 시작(출처 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34228)

 

※ 훈련된 직원들이 계류라인을 조정해야 합니다. 소방관들은 원활한 현장 활동을 위해 훈련된 인력으로 계류라인 조정을 요청해야 합니다. 만약 계류라인을 조정할 수 없을 땐 신속하게 안전지대를 설정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항구 내에서는 조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므로 조류에 관한 내용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부두 근처의 항만시설에는 사고대응ㆍ사전계획 수립 과정에서 관계자로부터 사고 부두에 대한 여러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 육상과 선박에 연결된 계류라인은 양쪽 끝에서 파손될 수 있으므로위험구역은 계류라인 길이와 동일함.

 

• 유형, 크기(선박의 종류)

• 화물 취급능력

• 소방시설 배치

 

석유나 화학제품을 선적하는 경우에는 자체소방대와 선박화재진압 관련 장비들이 있어 선착대와 지휘부에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상상태와 항만조건 등은 선박화재진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화재진압에 있어 환경적인 부분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화재 현장에서의 사고대응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육상과 선박을 이어주는 통로

2) 배 위의 평평한 바닥

3) 선박을 일정한 곳에 붙들어 매는 데 쓰는 밧줄

4) 밀물과 썰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5) 선박과 물의 경계선에 따라 선체가 잠기는 한계선

 

참고자료

MARINE FIRE FIGHTING FOR LAND-BASED FIREFIGHTERS Third edition

 

부산 강서소방서_ 최광현 : alockh@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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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수다Talk] “안전교육 일타강사 나야, 나” 시민 안전의식 일깨우는 안전체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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