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소방의 날이 51주년을 맞이했다. 화재 등 재난의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지내온 세월이 반백년이 넘었다는 것이다.
소방방재청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이 32명에 달한다. 한해 평균 6명 이상이 자살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우리나라 전체 소방관의 수가 37,00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적은 수치가 아니다. 같은 기간 순직한 소방관 35명과도 맞먹는 수치로 지난 2009년과 2011년에는 순직자보다 자살자의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소방방재청에서 지난해 실시한 특수건강진단 PTSD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소방공무원 36,895명의 87%인 실시인원 총 32,112명 중 13.9% 즉 4,462명의 소방공무원이 PTSD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소방공무원의 경우 각종 화재나 재난 현장에서 충격적인 사고를 직접 목격하거나 접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PTSD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따라서 자살률이 높은 이유 역시 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와 더불어 소방관들의 격무도 심각한 문제로 작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소방관 한 명이 담당해야 하는 국민의 수는 1,200여명으로 일본 820명, 미국 1,075명에 비해 높다. 주당 근무시간이 56시간이 된다는 점은 소방공무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방화복 등 장비 구비율도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소방관의 근무여건은 최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는 신념 하나로 누구보다 열심히 현장을 누비는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은 갈 길이 멀다. 먼저 소방공무원들이 다친 몸과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전문 병원의 신설은 시급하다. 지난 몇 년간 소방전문병원 신설 문제는 종종 거론돼 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실은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근무방식 또한 지금과 달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3교대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충분한 인원이 확보되지 못한채 시행됨에 따라 오히려 소방공무원들의 업무를 더욱 과중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노후된 장비 또한 빠르게 교체되어야 한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불리는 방화복조차 절반이 넘는 수치가 노후돼 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니 기가찰 노릇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이제는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더 이상 광역업무니, 지자체 업무니 하는 소모적인 논리와 국가 재원 부족을 빙자한 정부차원의 방치는 소방관을 사지로 몰아넣고 국민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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