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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지진 7.8- Ⅹ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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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19구조본부 김상호 | 기사입력 2025/02/06 [10:00]

튀르키예 지진 7.8- ⅩⅦ

중앙119구조본부 김상호 | 입력 : 2025/02/06 [10:00]

2월 11일 상황일지_ 

생존자 3명 구조, 사망자 5명 수습③

 

생존자 1명 구조, 사망자 1명 수습

할머니를 사랑한 할아버지

▲ 위치(경도, 위도): 36.205654, 36.157527, 생존자: ümit ○○(여, 65)

 

반쯤 무너진 건물을 수색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튀르키예 치안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급하게 뛰어왔다. 그들은 현지 통역사와 튀르키예어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큰일이 난 것 같은 분위기라 긴장하며 그들의 표정을 살폈다.

 

“저기 위쪽 건물에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는데요”

 

대화를 마친 통역사가 도로의 오른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우린 서둘러 장비를 챙겼다. 군인의 안내를 받으며 사람 소리가 들린다는 붕괴된 건물로 이동했다.

 

건물은 왕복 2차선 도로가 교차하는 사거리에 있는 4층짜리 건물이었다. 팬케이크형으로 완전히 무너져 정확히 4층이라고 단정하긴 힘들었다. 소리가 들린다는 맨 꼭대기 층으로 기어서 올라갔다. 

 

상황 판단을 위해 회의를 한 후 생존자 신호를 찾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생존자 신호는 발견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건물 잔해 더미에서 내려왔다. 그때 또 다른 군인이 뛰어왔다. 

 

“반대편 무너진 건물에서 생존자 소리가 들려요!”

 

오인 신고가 난무했지만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해낼 수 있다면 백번이고 수색할 각오가 돼 있었다. 조금 전 수색을 마치고 내려온 건물과 붕괴한 형태, 층수가 비슷했다. 군인의 손짓을 따라 건물 꼭대기로 올라갔다.

 

Top-Down 방식으로 수색하던 중 3층쯤에서 미약하게 사람 소리가 들려왔다. 생존자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선 구조견이 제 역할을 해줘야 했다. 구조견을 투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구조견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 지점으로 가니 4층 콘크리트 바닥이 깨져 엉켜있었다. 콘크리트 사이로 생존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지고 간 장비로 콘크리트를 깨고 철근을 절단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튀르키예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과 합동으로 깨진 콘크리트 잔해물을 치웠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생존자를 구해야겠다는 마음만은 같았다. 콘크리트뿐 아니라 나무 가구, 전자제품 등 잔해가 많았다. 그걸 어느 정도 걷어낸 후에야 생존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었다. 통역사는 콘크리트 틈 사이로 생존자와 대화를 나누며 심리적 안정을 도왔다.

 

4층 바닥(3층 천장) 콘크리트를 안전하게 제거하고 나니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할머니의 머리는 밖으로 나와 있었지만 할아버지의 머리는 콘크리트 잔해물 속에 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절대 빗나가지 않는다. 예상했던 대로 할아버지는 의식이 없었다. 할머니를 바로 꺼내고 싶었지만 양국 의료진이 만류했다. 압좌증후군(크러시 증후군)이 의심돼서였다. 어쩔 수 없이 1차 응급처치 후 생존자 상태를 파악하고 계속 구조작업을 이어갔다.

 

▲ 생존자 할머니 의료진 확인

 

매몰된 할머니의 신체가 가슴까지 나올 수 있도록 콘크리트와 생활 잔해물을 계속 제거한 끝에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 

 

▲ 생존자 할머니 수액 처치

 

상황을 보니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보호한 것 같았다. 할아버지가 없었으면 할머니도 생존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 상황에서 몸을 날려 할머니를 감싸고 보호했을까.

 

골든타임이 훨씬 지났는데도 건강하게 버텨주신 할머니에게 감사했다. 반면 시간 내 구조하지 못한 할아버지에겐 죄송한 마음에 코끝이 찡해졌다.

 

 


튀르키예 지진 7.8

<119플러스>를 통해 연재되는 

‘튀르키예 지진 7.8’이 동명의 에세이로 출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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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19구조본부_ 김상호 : sdt1970@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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