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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추위ㆍ눈보라와의 사투 끝 10시간 만에 용문산 조난자 구조한 소방대원들

[인터뷰] 경기 양평소방서 구조 2팀… 헬기 구조 실패하자 밤새 부축해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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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5/03/05 [13:30]

[Hot!119] 추위ㆍ눈보라와의 사투 끝 10시간 만에 용문산 조난자 구조한 소방대원들

[인터뷰] 경기 양평소방서 구조 2팀… 헬기 구조 실패하자 밤새 부축해 하산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5/03/05 [13:30]

“여기 용문산인데요. 산에서 굴렀어요. 빨리 와주세요. 

엉덩이가 너무 아파 걸을 수 없습니다”

 

2024년 12월 21일 오후 5시 8분께 경기소방에 급박한 조난신고가 접수됐다. 한겨울, 해는 점점 지는 상황에 신고자의 휴대전화 배터리도 거의 바닥이었다.

 

당시 근무 중이던 경기 양평소방서 구조 2팀은 조난자 구출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란 걸 직감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신은 있었다. 바로 무사히 구조해낼 거라는 것. 그리고 그 확신은 현실이 됐다. ‘10시간 만에’.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밤새 추위, 눈보라와 싸운 양평소방서 구조 2팀. 귀에 동상도 걸렸지만 별 것 아니라는 듯 미소를 감추지 않는 그들을 <119플러스>가 만났다. 

 

 

경기 양평소방서 구조 2팀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임병권 소방위 2006년 소방에 입직해 동두천, 의정부, 하남소방서를 거쳐 현재 양평소방서에서 구조 2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우요한 소방교 2018년 소방관이 됐습니다. 첫 근무지는 화성소방서였고 현재 양평소방서에서 근무 중입니다.

 

김권섭 소방교 2019년 소방에 입문해 여주소방서를 거쳐 양평소방서 구조 2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건모 소방사 2021년 소방에 입직해 5년째 양평소방서에서 구조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홍명균 소방사 2021년 소방관이 됐습니다. 입직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양평소방서에서만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수현 소방사 2021년부터 소방제복을 입었습니다. 양평소방서 구조 2팀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출동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임병권 소방위 2024년 12월 21일 오후 5시 8분께 한 등산객이 용문산 등반 중 아래로 굴렀다는 신고가 접수됐어요. 정상인 백운봉에서 사나사 방향으로 하산 중이었고 1시간 이상 내려왔을 뿐 구체적인 장소는 모르시더라고요.

 

특히 휴대전화 배터리가 16%밖에 없다고 하셔서 최대한 빨리 구조해야겠단 생각만 들었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귀소하자마자 다시 구조장비를 챙겨 팀원들과 바로 용문산으로 향했어요.

 

산속에서 조난자 위치를 모르면 찾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특단의 조치를 하셨다고요?

이건모 소방사 휴대전화가 꺼지면 GPS 추적이 안 돼 조난자의 위치파악을 할 수 없습니다. 수색에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죠. 조난자에게 지금 당장 휴대전화를 끄고 30분마다 켜서 통화하자고 했어요. 계속 GPS를 확인해야 조난자를 찾기가 수월하거든요.

 

그런데 간혹 GPS가 부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이날도 중간에 위치파악이 안 돼 조난자에게 조금 이동해달라는 식으로 서로 소통했어요. 구조대상자는 본격적인 구조 시작 1시간 33분 만에 발견했습니다. 등산로 초입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릴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거의 정확히 그 시간에 도착했어요.

 

구조대원이더라도 한겨울 산에 오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김권섭 소방교 2024년 11월 27일 폭설이 전국을 강타했잖아요. 그때 전국에서 가장 눈이 많이 온 곳이 바로 용문산입니다. 용문산은 평소 산세가 험하지만 많은 등산객이 찾는 곳인데요. 그만큼 조난신고도 잦아 자주 올라갑니다.

 

그런데 그날의 용문산은 제가 알던 용문산이 아니었어요. 마치 히말라야에 온 것 같았죠. 눈 무게를 못 이긴 수십 그루의 나무가 쓰러져 있었고 산 전체가 눈으로 덮여 어디가 등산로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정강이 정도까지 눈이 쌓여 올라가는 데 너무 힘들었어요. 악조건이었지만 얼른 조난자를 구해야 한단 생각에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발견 당시 구조대상자의 상태는요?

홍명균 소방사 용문산 계곡 골짜기에 쓰러져 있었어요. 엉덩이 쪽이 많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것보다 저체온증이 더 심각해 보였습니다. 입술은 시퍼렇게 변했고 근육경련 증세도 보였죠. 빨리 구조하지 않으면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겠단 생각에 바로 방한용품을 입히고 들것으로 옮겼어요.

 

 

구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임병권 소방위 생각보다 아주 힘들었습니다. 일단 구조대상자를 발견하는 데까지 1시간 30분, 구조대상자를 등산로까지 옮기는 데 또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눈이 많이 온 데다 경사가 45°에 달해 썰매처럼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미는 식으로 옮겼어요.

 

겨우 등산로에 도착했는데 구조대상자의 상태가 더 나빠졌습니다. 들것에서 누운 상태로 움직이는 게 어지러웠는지 구토를 했고 탈진 증상까지 보였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이 올라온 구급대원 2명도 저체온증을 호소했어요.

 

저희만으론 도저히 구조를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습니다. 소방서에 인력증원과 소방헬기 출동을 요청했어요. 홍명균 대원에겐 먼저 구급대원과 함께 하산하라고 했죠. 상당히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헬기로 구조하면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우요한 소방교 보통 산악사고는 헬기로 구조합니다. 그런데 이날은 헬기 구조에 실패했어요. 헬기 구조팀과 백운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구조대상자의 상태가 안 좋아 9부 능선인 형제약수터 쪽에서 인양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지원팀이 다른 루트로 백운대에 온다고 해 김권섭, 이건모 대원이 인도하러 정상으로 가서 세 명만 있던 상황이었거든요.

 

헬기가 호이스트를 잘 내릴 수 있도록 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등 자리 확보를 하고 있었는데 구조가 불가하다는 무전이 들려왔어요. 프로펠러로 인해 눈보라가 너무 심하게 쳐 호버링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구조대상자가 특히 힘들어했습니다. 구조될 거란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면서 완전 패닉에 빠진 거죠. 저희도 힘들었지만 “걱정하지 말라, 반드시 같이 내려갈 거다”고 위로했던 기억이 나네요.

 

생각보다 길어진 구조에 추위와 싸우느라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임병권 소방위 지원팀 없이 구조하는 건 무리라는 판단에 형제약수터에서 1시간 넘게 대기했는데요. 그야말로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죠. 갖고 올라간 물이 전부 떨어져 특수부대원처럼 눈을 파먹기까지 했습니다.

 

무엇보다 추운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귀마개와 버프 등을 착용했지만 흘린 땀이 얼면서 오히려 방한 역할을 전혀 못 하더라고요. 입김으로 연신 손을 녹여도 냉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특히 귀와 발가락이 떨어져 나갈 듯 아렸어요.

 

점점 한계에 다다를 때 김권섭, 이건모 대원과 지원팀 5명이 왔어요. 비상식량과 응급처치 장비, 하산이 어려울 것에 대비해 비박용 개인 침낭까지 가져왔는데 정말 구세주가 따로 없었습니다.

 

 

구조를 기다리면서 구조대상자의 상태는 어땠나요? 

이수현 소방사 기다리면서 계속 “할 수 있다, 같이 내려간다”고 용기를 줬습니다. 지원팀이 도착하자마자 응급처치했고 물과 에너지바 등을 줬어요. 그랬더니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돼 하산할 땐 걸어보겠다고까지 하더라고요. 물론 저체온증도 있었지만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은 게 컸다고 생각합니다.

 

하산할 땐 힘들지 않으셨나요?

이건모 소방사 많이 걱정했는데 그래도 구조대상자가 천천히라도 걸어주셔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내려갔습니다. 앞 대원이 어깨를 내어주고 뒤 대원이 허리를 밀어주면서 하산했어요. 힘이 들 때면 잠시 쉬어갔고 그때마다 모든 대원이 용기를 북돋아 줬습니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고서야 등산로 초입으로 내려올 수 있었어요. 시계를 보니 오전 3시 40분이더라고요. 산에서 밤을 꼴딱 새운 거죠. 구조대상자는 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다행히도 당일에 퇴원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너무 고생하셨는데 혹시 다치신 분은 없나요.

임병권 소방위 다른 대원들은 크게 다친 곳이 없지만 이건모 대원이 귀에 동상을 입어 수일간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래도 큰 사고 없이 구조대상자를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기에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등산객 분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용문산은 산세가 험한 산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많은 등산객이 찾아요. 어려운 코스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거죠.

 

그래서 양평소방서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용문산에서의 구조 신고가 접수돼요. 이날도 금방 구조할 줄 알았는데 여러 변수로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구조하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 건 처음이에요.

 

용문산을 찾는 등산객분들, 꼭 보조배터리 챙기시고 궂은 날씨엔 등산을 삼가는 등 안전하게 산행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데도 사고가 발생했을 땐 저희가 반드시 구조하러 갈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상 양평소방서 구조 2팀이었습니다.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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