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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전기차 자동 방사시스템이 소방관ㆍ국민 안전에 보탬되길”

[인터뷰] ‘전기차 자동 방사시스템’ 개발한 김철훈 서울 서대문소방서 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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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5/05/02 [17:00]

[Hot!119] “전기차 자동 방사시스템이 소방관ㆍ국민 안전에 보탬되길”

[인터뷰] ‘전기차 자동 방사시스템’ 개발한 김철훈 서울 서대문소방서 소방위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5/05/02 [17:00]

“전기차 화재는 진압이 어렵습니다. 주차장에서 불이 나면 시야 확보가 어려울 뿐 아니라 공간 제약으로 인해 진압에 시간이 오래 걸리곤 하죠. 초기 화재 때 조금이라도 화세를 억제한다면 현장에 도착한 동료들이 더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전기차 자동 방사시스템’이 개발됐다. 실내 전기차 충전구역 바닥에 고정형 노즐을 설치해 화재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소화수를 주수하는 방식이다.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폭주 현상을 억제해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의 안전한 소방활동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이 시스템은 한 소방관의 아이디어로 개발됐다. 그 주인공은 서울 서대문소방서에서 예방계획 업무를 담당하는 김철훈 소방위다. 2009년 소방에 입문한 그는 양천ㆍ강서소방서와 서울소방재난본부 등에서 근무하며 화재진압과 화재조사, 구급, 안전 등 현장과 행정 관련 내공을 다져왔다. 

 

 

김 소방위가 처음부터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던 건 아니다. 2008년 관세직 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한 이력이 있다. 임용을 기다리던 중 우연히 소방위 승진시험을 준비하던 소방관을 알게 되면서 관심이 생겼다. 이후 초대를 받아 그 소방관이 근무하는 소방서에 방문한 후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현직 소방관들과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소방의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평생 월급을 받으면서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겐 큰 매력으로 다가왔죠. 소방서 방문 후 며칠의 고민 끝에 소방관이 되기로 마음 먹었고 지금까지 그때의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2024년 8월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순식간에 천장 가연물 등으로 옮겨붙으면서 주변을 집어삼켰다. 당시 거센 열기와 짙은 연기로 인해 건물 내부에서 진압 작전을 펼치는 게 녹록지 않았다. 이 화재를 보며 김 소방위는 ‘뭔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 화재를 계기로 선착대가 현장 도착 전 열폭주 현상을 제어하는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에 전기차 화재진압 관창을 개발했던 터라 해당 기술을 응용하면 시스템 개발도 수월할 것 같았죠.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기술이었다. 문과 출신인 그는 전기와 기계 등 전문지식이 많이 부족했다.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관련 논문과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화재감지기, 배관, 수신기 등 소방시설 체계를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도면은 손으로 직접 그리며 완성도를 높여갔다. 

 

 

시스템 제작은 한 업체 대표에게 부탁했다. 주말마다 업체 대표를 만나 시스템 도면을 수정하고 작동 방식을 보완하는 등 일곱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시제품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처음엔 아파트 물탱크로부터 수원을 공급받으려 했지만 관련법상 물탱크가 20분간 소화수를 공급하도록 설계돼 추가 사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나가는 차량으로 인해 바닥에 설치된 열감지기가 부서지는 문제도 있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좋은 뜻으로 시작했지만 돌아오는 것도 없는데 괜히 일을 시작한 건 아닐까 싶더군요. 그런데도 차근차근 끈기 있게 문제를 해결해 나갔습니다. 어떻게든 이 시스템을 개발해 국민과 소방관 안전에 보탬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세상에 나온 ‘전기차 자동 방사시스템’. 김 소방위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가장 먼저 설치했다. 주민으로서 입주자대표회의 때 설명하기 편할 뿐 아니라 직접 겪으면서 향후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차차 보급될 거로 예상했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주변 아파트에서는 정부 지원 없이 자체 경비론 설치가 어렵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다 서대문구에서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대응 지원사업을 추진한다는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관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와 시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시스템 시연회를 하기로 했죠. 시스템을 직접 보고 작동 방식을 눈으로 확인한다면 도입 결정에도 탄력이 붙을 것 같다는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대부분 ‘우리도 꼭 설치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김 소방위는 ‘전기차 자동 방사시스템’ 개발로 현재 맡은 예방업무에 더 흥미가 생겼다. 어떤 재난 현장에서든 예방을 잘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곧 모든 시민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소방관이 되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계기는 바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16년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찾은 의미는 다름 아닌 ‘시민의 안전’입니다. 현재 업무에 충실하다 보면 신종 재난에 대비한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시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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