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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최초ㆍ최고보다 배려와 공유로 경력ㆍ계급 부끄럽지 않은 삶 살고파"

[인터뷰] ‘화재 배연’ 출간한 이형은 서울 은평소방서 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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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5/07/02 [10:00]

[Hot!119] "최초ㆍ최고보다 배려와 공유로 경력ㆍ계급 부끄럽지 않은 삶 살고파"

[인터뷰] ‘화재 배연’ 출간한 이형은 서울 은평소방서 소방위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5/07/02 [10:00]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신가요?”

 

“한 선배님께서 ‘여기 앉아서 열일하는 너나 밖에서 통화하면서 웃고 떠드는 애나 어차피 받는 월급은 똑같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공부해서 시험승진을 봐라’고 하셨어요. 그때 오히려 제도와 개인의 욕망에 대한 물살에 몸을 맡겨 흘러가는 대로 때 되면 승진하면서 살고 싶진 않더라고요. 그저 경험과 경력이 부끄럽지 않은 소방대원이 되고 싶습니다” 

 

2011년 서울소방에 임용돼 화재진압과 안전교육, 홍보, 화재교수, 의용소방대 업무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이형은 서울 은평소방서 소방위. 그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활발한 SNS 활동으로 이미 소방 조직에선 나름 유명 인사다(본인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SNS를 통해 본인이 아는 지식이나 알게 된 소방 관련 자료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다. 그 나눔은 SNS를 넘어 종이책으로까지 뻗쳤다. 지금까지 저술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만 다섯 권에 달한다. 최근엔 ‘화재 배연’이라는 번역서를 출간했다.

 

 

“모든 소방대원이 화재 환경과 성상, 조건과 지표들을 목도할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화재 지표를 읽으며 불의 숨결을 느끼고 예측해 나와 우리 동료, 나아가 우리가 구조해야 할 모든 인명이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걸 염두에 두고 작성했습니다”

 

‘화재 배연’은 실화재 종주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의 저명한 소방관이자 소방학 교수인 스테판 스벤손 박사의 유명 저서 ‘Fire Ventilation’을 한글화한 책이다. 우리나라 현장 상황에 맞춰 화재 배연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소방사 막내일 땐 지금처럼 정보가 많지 않았어요. 뭔가 궁금하면 소방학교 교재인 진압전술책을 보거나 공문으로 내려오는 매뉴얼을 찾아보는 게 전부였죠. 열심히 일하다가 눈에 띄면 소위 ‘불잡이’라고 하는 관창수 선배님들의 유구한 전통과 자부심을 배울 기회가 주어졌는데 정작 이러한 귀한 지식이나 경험이 구전으로만 학습돼 내려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아쉬움이 커질수록 그만큼 기록물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이에 벨기에 카렐 램버트 교수의 50개 아티클을 하나하나 번역하기 시작했다. 작업엔 최기덕 경기 군포소방서 소방위가 함께 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실화재 이야기’라는 책이 먼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엔 책 팔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진심이 통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지금은 대부분 우호적인 분위기예요. 저뿐 아니라 전국에서 많은 소방 동료들이 수필집이나 기고 형식의 책을 내고 있어서 굉장히 흐뭇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꿈꿨을 것 같은 그이지만 첫 직장은 중국의 한 무역회사였다. 교환 학생으로 중국에 발을 들였다 취업까지 했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며 귀국 길에 올랐다.

 

한국에서 취업을 알아보던 중 관공서 행정 인턴 프로그램에 응시했다. 중국어 분야로 인천시청 국제협력과에 지원했는데 뜬금 인천소방본부로 배치되면서 소방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종합상황실에서 중국어 신고 접수 업무를 맡고 직원들에게 기초 중국어 강의를 하던 그는 어느 날 송도 도시 축전 행사 부스에 파견을 나가게 된다.

 

“부스 활동을 마친 후 고생했다고 맥주를 사주셨어요. 그때 팀장님께 언제가 가장 힘들었냐고 물었더니 논현동 호프집 화재 때 싸늘하게 식은 주검의 자녀 또래 아이들을 꺼내면서 너무 힘들었다며 눈물을 보이시더라고요.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이거다! 평생 주변에 도움만 받고 살았는데 남은 삶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소방관이 된 그는 2016년 서울시 글로벌 정책 체험 연수 프로그램에 발탁되면서 네델란드와 벨기에로 화재진압 훈련을 떠났다. 이를 계기로 ‘실화재 훈련’에 처음 눈을 떴다. 경기소방학교에 실화재 훈련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문을 두드렸지만 내부 교육만으로도 이미 포화인 상태였다.

 

그쯤 실화재 훈련으로 유명한 ‘션 라펠’ 교관이 태국에서 아시아의 화재 강사 교원 양성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라는 정보를 접한 이형은 소방위. 그를 포함 다섯 명의 소방관은 태국으로 건너가 CFBT 인스트럭터 레벨 1을 취득하고 돌아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실화재 국제강사 자격자가 된 셈이다.

 

 

 

 

당시 소방에서는 구조 분야, 특히 로프나 수중 구조 등은 자비로 하는 교육이 굉장히 활성화된 상황이었다. 열정이 있다면 개인 연가를 쓰고 사비를 들여 교육을 받는 게 굉장히 보편화돼 있었다. 하지만 화재는 달랐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기에 십상이었다.

 

“‘진압 대원도 화재 성상이나 연소 공학 공부를 위해 배우러 가기도 하는구나’란 생각의 변화를 일으킨 새로운 출발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누가 최초인지, 문을 열었는지, 최고가 돼 진입장벽을 높이는지보다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잡아두면서 더 쉽고 편하게 들어오게끔 해 주는 게 먼저 그 길을 걸은 선배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근 이 소방위는 국제구조대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2023년 7월에는 캐나다 퀘벡주의 산불을 잡으러 다녀오기도 했다. 우연히 본 뉴스에서 튀르키예 지진 대응에 출동한 국제구조대의 활약상을 본 후 그 눈부신 활동에 매료되면서 국제구조대원을 꿈꿨다.

 

 

“국제구조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아보다가 때마침 시달된 시도 인력풀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대한민국 태극기를 어깨에 달고 국제구조대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개인의 영광을 넘어 엄청난 긍지를 불러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국가대표를 꿈꿔보잖아요. 많은 우수한 자원이 국제구조대에 지원해 레드오션이 되는 날을 꿈꿉니다”

 

 

이렇듯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그는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방재공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도 밟고 있다. 소방 대응 관련 연구를 준비 중이다. 

 

“소방의 예방 분야에는 내로라하는 박사 학위 혹은 기술사를 가진 선배님이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소방의 모태가 대응인데도 실질적인 재난 대비와 대응에 대한 석박사 학위 보유자는 많지 않아요. 관련 학위를 취득해 우리나라 대응에 보탬이 되는 연구와 자료 생산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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