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항에서 CAFS 시연회가 열렸다.  ©태안소방서 제공

[FPN 박준호 기자] = 해마다 반복되는 정박 어선화재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 태안 해안에 도입됐다. 태안소방서(서장 류진원)는 전국 최초로 선박화재 전용 이동식 압축공기포소화장치를 배치하고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지난 2021년 3월 23일 오전 3시 30분께 충남 태안군 신진항에 정박 중인 어선에서 불이 났다.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진 불은 600m 떨어진 어선까지 옮겨붙었다. 이 화재로 어선 31척이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1월 10일에도 태안군 영목항에 계류 중인 6.5t급 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선내에 물이 차면서 선박이 침몰하고 말았다.

태안소방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현재까지 태안에서 발생한 어선화재는 총 15건이다. 재산피해액은 약 62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선박에서 불이 나면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선박 자체가 값이 비싼 것도 있지만 마치 주차장처럼 다닥다닥 붙어 정박하기에 한 곳에서 불이 나면 다른 어선으로 옮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불에 취약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도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등록어선 6만4233대 중 6만2220대(96.8%)가 FRP(Fiber Reinforced Plastic)로 제작됐다.

FRP는 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가볍고 튼튼한 데다 유지보수가 쉬워 1980년대 이후 선진개량사업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그러나 플라스틱 특성상 화재에 취약하다.

매년 선박화재가 끊이지 않자 태안소방서가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전국 최초로 항구에 이동식 압축공기포소화장치(Compressed Air Foam System, 이하 CAFS)를 구축한 것이다.

CAFS는 물과 포소화약제, 압축공기를 연속적으로 혼합해 공기포를 토출하는 시스템이다. 물은 적게 사용하면서 화재진압 효과는 10배 이상 있다고 알려진다.

이동식 CAFS는 태안소방서가 소방기계 전문 제조기업 (주)에프씨인터내셔널(대표 정도준)에 의뢰해 선박화재 전용으로 개발한 시스템이다.

태안소방서가 군비 2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 시스템을 설치한 건 이동식 CAFS가 선박화재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란 판단에서다.

먼저 CAFS의 뛰어난 화재적응성을 꼽는다. 태안소방서 관계자는 “FRP는 B급(유류)화재로 취급하는데 CAFS는 B급 화재 소화에 매우 우수하다”며 “게다가 물을 적게 사용해 무게 때문에 어선이 침몰하는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에 의한 신속한 진압도 기대하고 있다. 태안소방서 관계자는 “선박이 있는 곳은 아무래도 소방서와 거리가 있어 빠른 진화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이 시스템은 불을 발견한 어민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태안소방서는 지난 11일 신진항에서 이동식 CAFS 제작사인 에프씨인터내셔널과 어민, 소방대원 등 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제품 시연회를 열었다.

태안소방서 관계자는 “시연회 결과 CAFS가 초기 진압에 효과를 보인다는 건 확인했지만 육지와 먼 곳의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약제가 닿지 않는 문제가 있어 방사호스 길이를 150m로 대폭 늘리는 등 개선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시범운영 차원이지만 실제 선박화재 피해 저감에 효과가 있다는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오면 관내 설치를 확대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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