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STORY] 세상에 혼자된 느낌을 받을 때 읽는 책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던 밤’
세상을 살다 보면 문득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딸아이는 잘 크고 있고 언제든 전화해 수다 떨 수 있는 아내가 있으며 마음 맞는 직장동료가 있는데도 문득 생겨나는 외로움까지 막긴 어렵습니다.
그 외로움이 쌓여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때 읽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목회자이자 철학자이신 김남준 목사님 저서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던 밤’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젊어서 방황하던 당시의 내면과 그 내면의 혼란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적은 에세이입니다. 전 외로움에 허덕일 때마다 도서관을 찾아 이 책을 펼칩니다. 굳이 책을 대출할 필요도 없습니다. 딱 세 부분만 보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답을 찾지 못할 때 막연히 세상에 대해 앙심을 품게 됩니다. 그러한 앙심은 메아리가 되어 자신을 황폐하게 하고 이에 마음은 더욱 거칠어져 가시나무숲과 같이 되어서 지친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을 수 없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사랑이 필요한데 말입니다”
서문의 글입니다. 외로움에 점령된 제 상태를 너무 정확히 표현한 글입니다. 외로움 때문에 더욱 예민해져 사람을 밀어내고 마는 제 상태를, 마치 거울처럼 외롭다 주장하는 저를 너무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당신은 무엇입니까? 제가 무엇이길래 당신을 사랑하라고 명하십니까? 이 문장을 만날 때 내가 그랬다. 내가 무엇인지 규정해주었다. 홀로 있는 내가 아니었다.
끝없는 우주 속, 나는 만물과 함께 있었고 만물은 그분 안에 있었다. 티끌 같으나 결코 우주의 일부분이 아닌 나, 사람과 섞여 사나 인류의 부품이 아닌 나. 나 없이는 세계의 의미가 결정되지 않을 나. 그런데 나를 위해 자기를 사랑해달라는 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아, 나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 문구를 읽을 때마다 세상과 사랑이란 걸 생각해봅니다. 세상은 잘 짜인 하나의 유기체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무질서해 보여도 그 무질서조차 하나의 법칙 또는 원리로 설명 가능한 조합 속에 이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하나의 구성품으로 살아갑니다.
때론 거대한 세상의 사소한 부품이란 게 하찮게 느껴지고 그 하찮다는 기분에 스스로를 더욱 작게 만듭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 정교한 세상에 내가 자리 잡았다는 건 반대로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세상도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물론 세상은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갈 겁니다. 하지만 내가 없는 세상은 이미 내가 있는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내가 세상의 한 구성원으로서 존재하는 세상은 나로 인해 완성된 세상입니다.
하지만 내가 사라졌습니다. 세상은 내가 없는 새로운 세상을 구성해야 합니다. 나는 그 세상의 가장 중요한 무언가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거대한 세상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이라는 허무함은 사실 잘못된 생각입니다.
“외로움은 선택하지 않은 고독이고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외로움이다. 고독한 자는 벗어날 길도 찾는다. 찾아야지! 그러나 갈 길을 모르니 이 사람은 이것을, 저 사람은 저것을 길이라 여긴다.
그래서 쾌락에 자신을 던지는 방탕조차 종교적인 것이다. 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고독하나 두렵지 않다. 때론 고독이 되려 달콤하다. 그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중에서 가장 소중한 가르침 한 가지만 꼽으라면 말하겠다. ‘인간은 엄숙하도록 존귀하다’”
이 문장을 반복해서 읽으며 고독과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다른 누구보다 특별히 아끼는 마음이 사랑일까? 다른 누구보다 특별히 나를 아끼는 누군가가 없어서 외로움을 느끼는 걸까? 하지만 나는 이미 세상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다른 누구보다 더 특별한 대우를 받는 건 온당한 처사인가? 세상이 내게 온갖 편애를 제공하고 수많은 특혜를 준다면 그건 올바르게 만들어진 세상인가? 다른 이들과 공평히 받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맞다. 그건 사랑이 아니다. 하지만 이 세상을 구성하는 우주의 원리(또는 신의 의지)에서 바라보면 그건 틀린 말이다. 내게만 주어지는 특혜는 외려 사랑이 아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과 동등해야 한다.
동등한 정도로 행운과 불행이 교차하고 공평하게 기쁨과 슬픔이 찾아와야 한다. 그래야 이 세상을 온전히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신 또는 우주의 원리가 내게 준 사랑이다. 따라서 고독은 필연적이다.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은 때론 나를 외롭게 만든다.
특별해지고 싶고 편애받고 싶다는 생각은 선천적인 유전자 속에 각인된 욕구다. 그게 충족되지 않으면 고독이 찾아온다. 하지만 전 우주 속의 나를 생각한다면 그 고독은 오히려 필연적이다’
위 구절을 읽으며 내린 결론입니다. 외로움은 필연적이나 그건 결코 내가 하찮고 불필요한 존재이기에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란 걸 상기시키는 책입니다.
우린 너무 열심히 살기에 지치고 너무 사랑에 충실해서 오히려 외로워집니다. 그 외로움이 잠식돼 갈 때 이 책을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던 밤’은 당신이 황폐해진 마음에 날아와 앉을 수 있는 지친 새가 되지 않도록 가시가 없는 편안한 나뭇가지를 만들어 줄 겁니다.
충북 단양소방서_ 김선원 : jamejam@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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