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방산업기술원(원장 문성준, 이하 KFI)과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기원, 이하 소방기구조합)이 지난달 30일 제5차 정기 협의회를 개최했다. KFI 문성준 원장을 비롯한 KFI 관계자와 소방기구조합 이사진 등 10여명이 참석한 이날 협의회는 불법ㆍ불량 소방용품 유통 근절 대책 및 사후검사제도 도입에 대해 상호간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회의에 앞서 KFI 문성준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소방기구조합과의 회의를 거듭할수록 그 내용이 실속 있고 충실해지고 있다”며 “소방산업 진흥은 관의 주도가 아닌 민간의 주도로 이뤄져야 그 효과가 클 수 있는 만큼 조합이 중심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소방기구조합 이금성 이사 역시 “관이 아닌 민간이 주도가 되어 소방산업 활성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며 “소방산업은 개인적 이익보다 국민안전이라는 사명감이 필요한 사업으로 조합 구성원 모두는 앞으로 이 점을 유념하고 소방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개최된 협의회에서 KFI와 소방기구조합은 불량 불꽃감지기 유통 사건을 계기로 불거지고 있는 불법ㆍ불량 소방용품에 대한 근절 방안으로 기술기준 및 제품검사 강화, 사후관리제도 강화, 성능확인제 도입 등 다양한 의견을 상호간에 교환했다. KFI - 불법ㆍ불량 소방용품 유통 “제조사 책임 크다” 소방기구조합 - 범법자 양성 제도? “개선할 건 개선해야” KFI에서는 불법ㆍ불량 소방용품 유통의 문제점으로 소방용품의 품질 수준이 낙후돼 있고 제품검사 및 제품설치ㆍ시공 시 불법행위 등이 자행되고 있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소방용품의 품질 수준이 낙후돼 있는 것은 소방산업의 영세성으로 인한 기술개발에 대한 제조사들의 투자가 빈약하고 품질 경쟁 보다는 저가 가격 경쟁의 심화로 기술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방기구조합 조용백 이사는 “소방용품의 품질 수준이 낙후돼 있는 것이 제조사의 투자 문제만은 아니다”며 “고성능의 제품과 저 성능의 제품이 시장에서 동일시 취급받고 있고 중국제품의 경우 20%나 저렴하게 유통되고 있는 실정에서는 경쟁이 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기술기준만 맞춰 KFI에서 인증을 받으면 시중에 유통이 가능한 소방용품이기 때문에 굳이 고품질 제품개발에 투자 할 필요가 없으며 투자를 해서 고품질 제품을 만들어도 가격적인 측면에서 시장에서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불법ㆍ불량 소방용품의 유통은 제조사 직원들의 문제가 가장 크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소방기구조합 박승옥 이사는 “금번 발생한 불량 불꽃감지기 제조사 문제의 핵심은 근본적으로 경영자의 마음가짐에 있었다”며 “향후에는 품질을 관리하는 제조사 직원들은 물론 경영자의 교육을 강화해 의식 향상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소방기구조합 자문의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소방방재신문사 최기환 발행인은 “제도가 오히려 범법자를 양성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며 “이러한 제도는 완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형식을 득해야 하는 소방용품의 경우 부품 수리가 필요한 고장이 발생하면 또다시 새로운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단순 부품 교체로 재사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부품 교체가 금지되어 있기 때에 만약 이를 문제 삼는다면 현행법상 위법이다. 그러나 실상 현장에서는 성능에 큰 이상을 주지 않는 부품에 대해서는 교체를 통해 수리를 하고 있으며 이미 이는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KFI 문성준 원장은 “현장에서 변조되고 있는 소방용품의 현실 등은 소방기구조합 측에서 이야기를 해줘서 알게 됐다”며 “제도가 범법자를 양성하는 꼴이 되고 있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당연히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불법ㆍ불량 소방용품 양성자 처벌 강화 추진 이날 협의회에서 KFI와 소방기구조합은 불법ㆍ불량 소방용품을 제조 또는 제대로 감리ㆍ점검하지 못한 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현행보다 강화해야 시켜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먼저 불법ㆍ불량 소방용품을 제조한 자의 형식승인 재취득 금지 기한을 현행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고 취소범위를 해당형식에서 동종형식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소방방재청에 건의키로 했다. 이와 더불어 소방시설 감리자와 점검자에 대한 행정제재 역시 강화할 것을 소방방재청에 건의해 불법ㆍ불량 소방용품이 시중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제재 강화 방안에 대해 소방기구조합 김태호 고문은 “감리 및 점검 현장에서는 KFI에서 검사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며 “처벌 조항이 강화되더라도 이러한 점은 감안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후제품검사 만이 답은 아니다? 소방기구조합 김학진 이사는 사후제품검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조사들의 리콜 능력을 지적했다. 국내 소방용품 제조사들은 대다수가 영세하다. 때문에 불량제품 발견 시 이를 리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소방용품 제조사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이다. 또 사후제품검사 제도로 전환될 경우 생산능력이 약한 업체는 업을 정리하게 되고 결국 소방용품 제조 시장은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에 의해 모두 잠식당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학진 이사는 또 “사후제품검사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중소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먼저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기구조합 이금성 이사는 소방용품의 사후제품검사가 고효율 제품검사제도와 같이 운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효율 제품검사제도의 경우 문제 발생 시 제조사에게 이를 소명할 기회를 제공하고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형식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금성 이사는 “사전제품검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효율 제품검사제도와 같은 사후제품검사 제도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여 운영해 나간다면 불법ㆍ불량 소방용품의 유통이 어느 정도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FI 검사제도 품질관리체계로 전환 KFI 검사제도가 향후에는 품질관리체계로 전환될 전망이다. KFI 검사제도가 품질관리체계로 개선되면 현재 제조사 소유였던 형식이 KFI 소유로 전환되게 된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KFI 백창선 기술이사는 이와 같은 뜻을 소방기구조합 이사진들에게 전하며 제조사 스스로도 품질관리에 노력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백창선 기술이사에 따르면 품질관리체계로 전환되는 시점이 도래하면 KFI는 기술에 대한 상담을 중단하고 선진기술 연구 및 시험방법 연구에만 매진하게 된다. 특히 제조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형식을 KFI에서 보유함으로써 형식을 매매하는 행위를 근절하고 선진 기준을 도입해 해외 수출 방안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협의회에서는 KFI가 제4차 정기협의회에서 개진된 소방용품 내구연한제 추진방안에 대해 검토한 결과를 소방기구조합에 설명했다. 먼저 제품 및 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해 단품(제품)과 설비(시스템)로 구분하고 단품의 경우는 품목별 특성에 맞게, 설비는 시스템 특성 및 설치환경 등을 고려해 내용연수 지정 기준을 정립한다. 이러한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연구 및 학계, 산업계의 의견수렴을 거친 다음, 품목 및 시스템별 내구연한이 도래한 제품에 대한 확인시험 등을 실시해 제품의 사용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또 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한 사용자와 전문기관, 정책기관(시도지사, 소방방재청) 등 관계기관의 책임과 권한 및 세부업무절차를 규정화하는 등의 도입 방안도 제시했다. 제도의 운영 방안으로는 소방시설 설치유지법 시행령(대통령령) 개정 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내구연한이 필요한 소방용품 및 품목별 내구연한 지정에 관한 내용으로, 내구연한은 제품별 특성과 설치환경 및 유지관리 상태에 따라 매우 상이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 적용이 곤란하다. 이에 내구연한 운영 전문기관에 대한 자격과 업무위탁 근거 마련을 위해 소방시설 설치유지법 시행령의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내구연한 확인 대상 품목에 대해서는 시도지사(소방본부) 또는 사용자가 전문기관에 시험의뢰토록 하고 전문기관은 이에 대한 성능시험 후 시험성적서를 발행한다. 그리고 시험결과에 따라 시도지사(소방본부)가 해당 제품의 교체명령 또는 연장사용 허가를 통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후 소방용품의 교체 및 관리에 관한 방안도 설명했다. 소방대상물 별로 효과적인 설치시기 및 교체주기 등의 관리를 위해 ‘소방시설관리 DB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각 시도지사가 시설별 개별관리, 소방방재청이 전국 통합관리를 담당하게 된다. 또 내구연한 적용 대상 품목을 형식승인 대상에서 성능인증 대상으로, 다시 KFI인정 대상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안도 가지고 있다. KFI는 이러한 소방용품 내구연한제 도입을 통해 소화기 등 노후된 제품 사용에 따른 사고건수와 인명피해 저감으로 소방용품의 성능 확보 및 국민의 안전성 제고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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