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소방장비 예산 늦는 탓에 소방차 업체들도 운다

무더기 입찰 불 보듯… 예산 집행돼도 ‘걱정 태산’

광고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5/07/09 [15:46]

소방장비 예산 늦는 탓에 소방차 업체들도 운다

무더기 입찰 불 보듯… 예산 집행돼도 ‘걱정 태산’

최영 기자 | 입력 : 2015/07/09 [15:46]

“올해 확충하는 장비가 많아 차질 없는 공급을 위해 애썼다. 하지만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가 과연 안전산업을 육성하려는 게 맞긴 한 건지 모르겠다”

소방공무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필수 장비 ‘소방차’를 제조하는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올해 노후 소방장비 확충 예산의 집행 시기가 늦어지면서 전국 소방관서가 비상인 가운데 소방장비 업체들 얼굴에도 웃음이 사라졌다.

예년 같았으면 연초부터 차량 생산 시설이 활발하게 움직일 시기이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간혹 들어오는 소수 물량만을 생산하고 있을 뿐 원치 않는 여유마저 느끼고 있다.

소방차량은 반드시 사전 생산 계획이 필요한 특수 장비다. 관 의존도가 높고 사업 성격 자체가 입찰에 의한 주문자 제작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제고 확보도 불가능하다.

소방조직과 업계가 사전에 예상했던 것과 달리 소방차량 구매가 장기간 지연되자 소방차량 제조사들의 경제 활동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펌프차 등을 제조하는 A업체의 경우 한 달 고정비로 들어가는 기본 인건비 등 운용비만 해도 1억 5천 가량이 든다. 그나마 작년 하반기 특별교부세를 통해 조달된 소방차량들 덕에 2월까지는 일이 있었지만 최근 3월, 4월, 5월, 6월은 공정을 놀릴 수밖에 없었다.

소방차 제조업체인 B사도 올해 중 확충되는 소방차량 물량에 대비해 직원을 10% 늘리고 생산시설도 보강했다. 소방에서 2015년부터 확대되는 소방차 확충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유동자금이 끊겼고 차량 제조 증가를 대비하고 있던 협력 업체들도 손해를 입었다.

장비 확충사업이 지연되면서 소방차량 제조사들은 수개월 동안 일도 없이 인건비와 운영비를 집행하는 등 손해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사정은 C업체, D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소방차량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은 8시간의 일상 작업 시간 외 생산 작업으로 1.5배의 임금을 받는다. 예년 같으면 일주일 중 절반 이상은 특근을 하는 날이다. 그러나 일이 없다보니 특근은 고사하고 낮아진 월급은 생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업체에서 일하는 한 생산직 근로자는 “몇 개월 동안 임금이 낮아지다 보니 가정 생활에도 큰 어려움이 생겼다”며 한숨을 토했다.

감당할 수 있으려나… “예산 나와도 걱정”

소방차량 제조업체들은 정작 예산이 나온다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걱정이 태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만간 정부가 각 지자체에 예산을 내려주면 18개 소방본부에서는 동시에 수많은 차량을 발주하게 되고 대부분의 제조사는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시도 소방본부 입장에서도 올해 12월 예산 결산까지는 차량을 발주해야만 정상적인 예산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 시도의 산발적인 차량 발주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소방에서 매년 구매하는 주요 5종 소방차량(노후소방장비 확충 사업 대상: 펌프, 물탱크, 화학, 사다리차, 구조차)은 200대~300대 가량이다. 올해에는 정부의 소방장비 보강 확대 방침에 따라 300대를 훌쩍 넘는 차량이 확충될 예정이지만 정상적인 예산 집행 시기를 놓치면서 되레 제조사들은 손해는 손해대로, 걱정은 걱정대로 늘었다.

한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벌써 일 년 중 절반이 지났다.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소방차 제조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편적으로 소방차량 한 대를 제작하는 데는 3~5개월이 소요되는데 여기에 각종 인증을 받아 출고하려면 정부 조달 납기일인 ‘7개월’이 빠듯할 때도 있다. 이렇다보니 소방차량 제조사들은 전국의 동시다발적인 입찰이 진행되면 정상적인 수주와 납품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입찰 수주 이후 납기일을 어길 땐 지체상금(입찰가격×지체일수×1.5/1000)을 부과받게 되고 납기 지체로 인한 차후 조달 계약에서 큰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정해진 납기일을 무시하고 소방차량의 입찰을 수주하자니 앞날이 걱정이고, 그렇다고 시기를 고려해 입찰 수주를 안 하자니 정상적인 차량 제조 수량에 한참 미달돼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한 업체 관계자는 “어차피 예산이 나오는데 예산 나오면 차량을 만들어 팔면 되는 것이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하겠지만 밥 세끼를 하루에 세 번 나눠 먹는 것과 한 번에 세 끼니를 무조건 다 먹으라고 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예산 집행의 시기가 늦춰진 문제가 나중에는 마치 소방 제조사들의 능력 부재 문제로 결부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예산 집행 과정의 특수성을 반영한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정상적인 예산집행이 시작될 시기에 맞춰 정부차원에서 각 시도 소방본부별 순차적인 입찰이 가능하도록 교통정리를 해주거나 정부 조달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납기일을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소방장비항공과 관계자는 “예산이 집행되는 시기에는 시도별 시급성 검토를 거쳐 예산을 남은 분기별로 나누어 내릴 수 있도록 조치하고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하겠다”며 “관련 업체들과도 회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원활한 장비 조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관계자는 “올해 예산 집행의 특수성을 감안해 예산의 내년 이월을 예상하고 있고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도 마쳤다”면서 “관련 업체들은 입찰 과정에서 감당할 수 있는 물량만을 수주해 불의의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광고
릴레이 인터뷰
[릴레이 인터뷰] “적재적소 역량 발휘할 응급구조사 배출 위해 노력”
1/5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