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최영 기자] = 올해 초 발생한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처럼 소방시설 차단 등의 부실 관리는 화재 때마다 심각한 물적, 인적 피해를 불러 온다. 이 때문에 화재 사고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건 소방시설의 적정 상태다. 폐쇄나 차단, 부실 점검 등 잘못 관리된 소방시설은 사고 뒤 언제나 도마 위에 오른다.
소방시설의 정상 상태와 관리ㆍ감독을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관할 소방서의 역할도 크다. 소방서가 잘못을 묵인하면 잠재적 위험이 쌓여 사고 땐 결국 큰 재앙으로 다가온다. 소방서의 예방행정 업무가 중요한 이유다.
우리 주변 곳곳 건축물에는 수많은 종류의 여가시설이 들어서 있고 불특정한 다수의 국민은 이런 시설을 상시 이용한다. 그럼에도 소방서가 이 건물들을 제대로 관리ㆍ감독할 수 있는 여건은 마땅치가 않다.
흔히 사람들은 건물을 가진 자들을 돈 많은 자라 칭한다. 세를 받아 건물을 임대해 주고 돈을 버는 그들은 그 지역에서 힘 꾀나 쓰는 사람이 많다. 소방서의 예방행정은 이런 환경에서 가장 객관성을 띄어야하는 행정 분야이기에 누구에게나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쉽지가 않다. 소방특별조사를 나가거나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때면 언제나 관할 소방서는 골치를 썩는다. 문제가 많아서가 아니다. 회유와 협박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힘 있는 지역 유지를 시작으로 심지어 시장이나 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소방서에 부탁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소방 예방행정의 감독과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를 맞닥뜨리는 소방공무원의 입장에선 그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지역 유지의 횡포가 얼마나 심한지 모를 겁니다. 화재 사고면 사고, 단속이면 단속, 그 때마다 윗선에 줄을 대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담당자 입장에서 적정 조치를 취하려고 해도 연이어 내려오는 지시와 압력에서 누가 끝까지 버틸 수 있겠습니까. 저도 진급을 해야하는데…”
다년간 예방업무를 담당해 온 한 소방관의 말이다. 지자체 공무원 신분에서 윗선이나 그 지역 유지에게 객관적이면서도 엄정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또 지자체장 같은 권력층으로부터 받는 압박감은 그야말로 조직 내 생사와도 직결되기에 그들의 고충은 자긍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금의 소방 예방행정 한계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방 예방행정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단초는 소방공무원 신분의 국가직화다. 그래야만 지역 사회의 권력층으로부터 자유로운 화재예방 행정을 펼칠 수 있다.
재난 사고의 현장 대응 업무를 맡고 있는 소방조직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확립, 그리고 재정자립도에 따라 천차만별로 차이 나는 119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선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소방관의 국가직화는 화재 예방업무를 담당하는 소방조직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만 조직 내 치부이면서도 잘못된 일이기에 내부적으로 쉬쉬하고 있을 뿐이다. 재난 현장의 효율적인 대응과 예방행정의 정상화를 위한 구조적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가 잡은 소방관의 목줄을 반드시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