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대한민국 소방의 다수 사상자 대응 방법의 변화 필요성- Ⅲ

광고
부산 해운대소방서 이재현 | 기사입력 2023/04/20 [10:00]

대한민국 소방의 다수 사상자 대응 방법의 변화 필요성- Ⅲ

부산 해운대소방서 이재현 | 입력 : 2023/04/20 [10:00]

<지난 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서의 교훈

▲ [그림 1] 보스턴 마라톤 테러 현장(출처 위: 뉴욕타임즈, 아래: Preparing for mass casualty : lessons from Boston.pdf)

 

2013년 4월 1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마라톤 대회1)에서 사제 폭발물을 사용한 테러가 발생했다. 범인은 이슬람 극단주의자 조하르와 타메를란. 

 

▲ [그림 2] 압력 밥솥 형태의 급조 폭발 장치(출처 www.nydailynews.com)

인터넷을 통해 폭발 장치 제작 방법을 습득한 후 압력솥 내부에 구슬과 못, 금속 파편 등을 넣어 급조 폭발 장치(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를 만들었다. 

 

이런 압력솥을 이용한 테러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 이외에도 2006년 209명의 사망자를 낳은 인도 뭄바이 기차 테러와 2010년 파키스탄 폭탄 테러(사망 6명), 2010년 미국 타임스퀘어 테러 시도(실패), 2012년 파리 테러 시도(실패), 2013년 아프가니스탄 테러(사망 5명) 등이 있다.

 

비교적 쉽게 제작할 수 있고 다수의 사상자를 유발할 수 있어 테러에 많이 사용된다.

 

이들은 폭발물을 백팩 형태의 가방에 넣은 후 결승선 부근 두 곳에 놔뒀다.

 

오후 2시 49분께 671 Boylston Street(마라톤 스포츠 매장) 앞에서 첫 번째 폭발물이 폭발했고 13초 후 약 200m 떨어진 755 Boylston Street(포럼 레스토랑)에서 두 번째 폭발물이 폭발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세 명으로 많지 않았으나 264명의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폭발물이 바닥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부상자 대부분은 집중적으로 다리 쪽 절단, 열상 등을 입었다.

 

현장이 매우 광범위하고 환자가 여러 곳에 분포된 Dynamic MCI, 부상자 200여 명의 레벨4 MCI 규모다. 출동하는 구급대나 지휘관은 이렇게 MCI 형태와 레벨만 듣고도 어떤 상황인지 빠르게 유추할 수 있다.

 

▲ [그림 3] 보스턴 마라톤 테러 현장의 참혹한 광경(출처 구글 오픈소스)


결승선 인근에는 1차 반응자인 경찰과 소방대원, 민간 소속의 구급차, 의료봉사자가 다수 대기하고 있었다. 의료 텐트(Alpha Medical Tent)도 설치돼 있었다.

 

이로 인해 사고 발생 장소 근처의 소방관과 경찰, 구급대원, 의료진, 관중이 부상자들을 도왔고 동시다발적으로 환자 분류와 치료, 이송을 제공할 수 있었다.

▲ [그림 4] 결승선 옆의 알파 의료 텐트(Alpha Medical Tent)(출처 Massachusetts FirstNet Use Cases The Boston Marathon Panel Discussion.pdf)

▲ [그림 5] 보스턴 마라톤 의료 텐트 내부 모습(출처 2015-Boston-Marathon-Lessons-Learned.pdf)

 

사고 발생 4분 만인 오후 2시 53분, 보스턴 지역 병원들은 이메일과 무전을 통해 결승선 인근에서 대량 사상자 사고가 발생했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이때 사고 발생 이전부터 병상에 대한 정보가 MACC(Multi-Agency Command Center, 다수기관 통합 지휘 센터)로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사고 발생 6분 후인 오후 2시 55분, 보스턴 EMS 당국은 보스턴 지역 구급 상호 응급 무선망(Boston EMS Area Mutual Aid, BAMA)을 통해 민간 EMS 구급차 회사에 사용 가능한 구급차를 요청했다.

 

이에 9개 민간 구급차 회사(Action, AMR, American, Armstrong, EasCare, Fallon, LifeLine, McCall, Professional)가 참여를 통보했고 총 73대의 민간 EMS 구급차가 사고 현장에 투입됐다.

 

사고 발생 8분 만에 중상을 입은 첫 번째 환자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으로 이송됐고 오후 3시 37분 마지막 중환자가 현장에서 구급차로 이송됐다. 

 

▲ [그림 6]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고 응급환자 이송 통계(출처 Massachusetts FirstNet Use Cases The Boston Marathon Panel Discussion.pdf)

 

264명의 부상자 중 118명이 구급차로 이송됐는데 그중 75명은 보스턴 EMS2) 소속의 구급차(Boston EMS), 43명은 다수의 민간 구급차로 이송됐다. 특히 보스턴 EMS 구급차는 Red 태그(긴급환자 분류)가 달린 중환자 30명을 18분 만에 이송하는 신속함을 보였다.

 

Red 태그가 달린 긴급 환자의 41%는 사고 발생 30분 이내에 이송됐다. 75%는 45분 이내, 나머지 모든 응급환자는 60분 이내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긴급한 이송이 필요하지 않았던 16명의 비응급환자는 사고 발생 60분 이후에 이송됐고 마지막 환자는 오후 8시 50분에 구급차로 이송됐다.

 

그 결과 현장에서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된 모든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의 대량 사상자 대응이 완벽했던 이유는

2014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는 3만6천여 명이 사전 참가 신청을 했고 현장에서 바로 신청한 미등록 참가자만 1천여 명에 달했다.

 

대회가 열리는 도로를 따라 1만명이 넘는 군중이 관전하고 있었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2200여 명의 미디어 담당자도 함께했다. 

 

대회에는 안전한 진행과 다수 사상자 발생을 대비해 3500명 이상의 경찰과 1천여 명의 최초 반응자가 배치됐다. 보스턴 체육 협회(Boston Athletic Association, BAA)에서는 1만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를 대회 코스에 배치했다.

 

의료 대비 수준도 매우 높았는데 800여 명의 의료 자원봉사자와 스텝이 배치됐고 의료 텐트 26개가 설치됐다. 그중 텐트 10개는 구급차가 배치된 고급 의료 텐트였다.

 

알파(Alpha) 의료 텐트와 베타(Beta) 의료 텐트에는 100개의 임시 침대와 많은 의료장비가 구비돼 있었다. 이 중 결승선 바로 옆의 알파 텐트는 사고 발생 직후 중증도 분류와 외상 처치, 영안실로 사용되면서 다수 사상자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환자가 두 곳으로 분산해서 발생한 까닭에 다수 사상자 대비 지휘부는 알파 의료 텐트에서만 환자를 수집하고 구급차로 이송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환자 분류와 수집, 구급차 탑승 위치를 2개소로 분리ㆍ운용하면서 환자를 빠르게 이송할 수 있었다.

 

휠체어 100개와 들것이 사전 배치돼 있었다. 3개의 텐트에는 재난 대응 승인팀(Disaster Management Admin Teams)이 배치돼 있었다. EMT와 파라메딕은 자전거와 카트를 타고 분산 배치돼 있었고 마라톤 코스 중간에는 MCI 트레일러가 배치돼 있어 다수 사상자 발생에 즉시 대응할 준비가 돼 있었다.

 

2004년 대회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탈수나 심장질환, 기타 의학적 문제가 발생한 환자가 1100여 명이나 발생했다. 2012년 대회 역시 31℃에 달하는 폭염으로 경기 시작 전 940명이 시합을 포기했다. 

 

이때 약 2500여 명이 의료텐트에서 응급처치를 받았고 약 150여 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이처럼 많은 다수 사상자 발생 상황을 겪었던 게 사고 대처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대량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강력한 리더십, 여러 관계기관과의 협업이 필수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는 보스턴 시 소속 구급대, 보스턴 소방국, 보스턴 경찰국, 매사추세츠 응급상황 관리 기관(MEMA), 연방수사국(FBI), 10여 개의 지역 병원, 매사추세츠주 경찰(State Police), 주연방군(National Guard), 적십자, 8개의 도시 등 다수의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등이 모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를 통제하고 관리할 강력한 리더십과 조직이 잘 갖춰져 있었다.

 

이태원 사고 때 관할 구청, 경찰, 보건소, 소방 그리고 지역 병원이 서로 통신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협업이 제대로 됐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 [그림 7] 보스턴 마라톤 대회 지휘부 MACC(공공안전 다수기관 협동센터) 구성(출처 Massachusetts first net use cases the boston marathon panel discussion.pdf)


보스턴 지역 병원의 대응

대회 당일 보스턴 지역의 6개 레벨1 외상 센터3)를 운영하는 베스 이스라엘 집사 병원과 보스턴 메디컬 센터, 브리검 여성병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마운트 어반 병원, 뉴튼-웰즐리 병원, 터프츠 메디컬 센터는 모두 다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 병상 정보는 다수 사상자 지휘 센터에 수시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사고 발생 4분 만에 보스턴 지역 내 병원에 상황이 통보되자 대부분 병원에서는 응급의료센터 운영을 강화하고 의료진을 보강했다. 사고 시각이 의료진들의 교대 시간이라 많은 의료진이 추가로 지원 근무를 할 수 있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이송될 부상자의 추정치를 전달받기도 했다.

 

▲ [그림 8] 보스턴 지역 내 레벨 1 외상센터(출처 구글 지도)

 

다수는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였다. 절단, 파편상, 열상 등 전쟁 상황에서나 봄 직한 상태였다. 병원들은 예정된 수술과 촬영을 모두 연기하고 외상팀을 즉시 가동했다. 

 

혈관 손상 처치와 정형외과 수술을 위한 절차가 준비된 후 혈액은행에 혈액을 요청하고 수술을 위한 수술 장비를 의료기 업체에 요청했다.

 

▲ [표 1]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의 이송시간과 부상 형태(출처 The Boston Marathon Bombings Lessons Learned.pdf)

 

 

보스턴 메디컬 센터 외상외과 과장은 “우린 이렇게 팔다리가 심하게 손상된 환자를 접하긴 하지만 16명의 환자가 폭발로 인해 한꺼번에 이송된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렇듯 병원 입장에서도 혼란스럽고 심각한 상황이었다.

 

브리검 여성병원에서는 39명의 환자를 수용했는데 그중 28명이 심각하게 부상한 상태였다. 오후 3시 8분께부터 7명의 환자가 동시에 도착했고 대부분 응급 수술이 필요했다.

 

가장 심각한 환자는 사고 발생 후 불과 35분 만인 오후 3시 25분에 수술이 시작됐고 12명의 환자는 저녁 식사가 끝나기 전에 모두 수술받을 수 있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역시 39명의 환자를 수용했는데 최소 4명은 절단상(Amputation)을 입은 환자였다.

 

보스턴 메디컬 센터는 환자 23,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 센터는 환자 21, 보스턴 아동병원은 어린이 환자 10명을 수용했다. 이외에도 많은 환자가 지역 내 병원에 분산 이송됐다.

 

한국에서 분산 이송은 가능할까?

이태원 참사 사고에서 환자 분산 이송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걸 보면 아직 대한민국에는 다수 사상자 분류와 이송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특히 응급실 병상이 20개인 순천향대학병원으로 82명이 이송됐는데 이는 수용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로 여겨진다.

 

약 5㎞ 거리의 국립중앙의료원에는 9, 강북삼성병원에는 8명의 환자가 이송된 것과 매우 대비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순천향병원에 이송된 82명 중 79명은 안타깝게도 최종 사망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순천향병원에서 사망 추정자를 받지 않는다고 통보했으나 용산소방서장은 “사망자 태우고 순천향병원으로 이송”이라고 두 번이나 지시했다. 이는 결국 구속 영장 청구 사유 중 하나가 됐다.

 

이태원 참사가 아니더라도 다수 사상자 현장에서 지휘관이 구급대에게 빠른 이송을 지시하거나 이미 사망한 환자를 먼저 이송하라고 지시하는 경향이 있다.

 

현장에서 사망한 자를 응급환자라고 여겨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사망자를 현장에 두는 걸 꺼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환자가 적거나 소방력이 우세한 상황에서는 구출 순서에 따라 심정지 환자를 심폐소생술 하면서 우선 이송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고나 이태원 참사 같은 극도의 소방력 열세가 예상되는 대량 사상자 현장에서는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행동이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앞으로 다수 사상자 사고나 대량 사상자 사고 현장에서 망자를 먼저 이송하라는 지시는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1) 보스턴 마라톤은 1775년 4월 19일 렉싱턴 콩코드 전투 기념일을 기념하는 매사추세츠 휴일인 ‘애국자의 날’에 열리는 연례 행사다.

2) 보스턴 시 공중보건위원회 소속의 구급대

3) 외상센터 레벨은 레벨1부터 레벨5까지로 분류하며 레벨1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산 해운대소방서_ 이재현 : taiji3833@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소방의 다수 사상자 대응 방법의 변화 필요성 관련기사목록
[인터뷰]
[인터뷰] 김종길 “소방 분야 발전 위해선 업체들도 역량 키워야”
1/9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