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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119] #30 소방관 금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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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부소방서 이태영 | 기사입력 2025/07/02 [10:00]

[희로애락 119] #30 소방관 금기어

광주 남부소방서 이태영 | 입력 : 2025/07/02 [10:00]

“오늘 왜 이렇게 한가해?”

 

2023년 어느 봄날로 기억된다. 아이들을 재운 뒤 아내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 OTT와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며 육퇴(육아퇴근)의 소소한 행복을 만끽할 콘텐츠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석규 주연의 ‘낭만 닥터 김사부’ 시즌 3에 리모컨 조작 버튼이 멈춰 섰다.

 

후배 소방관이 김사부 시즌 3에 재난 현장 자문역할로 참여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재난 현장 속 소방관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배우들의 시시콜콜한 서사뿐이었다. 몇 번이고 채널을 돌릴까 말까를 고민하던 차에 장면이 천천히 바뀌었다.

 

늦은 밤, 두 명의 남녀배우가 택시에 나란히 내리며 드라마의 주요 무대인 돌담병원을 한참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다 여배우가 굳게 닫혔던 입을 뗀다.

 

“병원이 왜 이렇게 한가하지?”

 

잠시 뒤 여배우는 입을 틀어막고 남배우를 바라보며 어찌할 줄 몰라한다. 남배우도 그런 여배우를 원망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돌담병원 응급실을 향한다. 

 

환자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가득한 그곳에서는 119구급차가 응급환자를 연신 병원으로 이송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선홍색 피가 묻은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느라 여념이 없다.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듯한 모습이다. 마치 우리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하는 듯 놀라울 뿐이었다.

 

아내에게 우리 소방서에서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드라마 속 대사처럼 “오늘 왜 이렇게 한가하지?”라는 말이라고 전했다. 그러자 아내도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내 말을 받아치며 “우리 매장에서도 파트너들끼리 ‘한가하다’는 말은 금기어야”라고 하는 것이다.

 

참고로 아내는 세상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외국계 대형 커피숍에서 근무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될 리 없는 이야기지만 어떻게 이 말이 소방뿐 아니라 병원, 커피숍까지 금기어가 됐는지…. “한가하다”는 말이 공기 중에 흩어지는 순간 왜 이렇게 사건ㆍ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 된다면 심리학에선 답을 알고 있을까? 아니면 인문학에선 답을 알고 있을까?

 

CHAT GPT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가함은 마치 평화로운 호수 같아서 건드리지 않으면 그냥 고요하게 흘러간다. 

그런데 괜히 “오늘 왜 이렇게 조용하지?” 하고 말하는 순간 돌을 던지게 되는 거다.” 

 

 

광주 남부소방서_ 이태영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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