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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출동 중 또 다쳤다”… 반복되는 소방차 사고 무엇이 문제인가?

5년간 1025건 중 487건은 100% 소방관 과실이었다
소방인력 2만명 충원하고도 여전히 부족한 현장 인력
면허는 있는데… 사라지는 전문성과 허술한 교육 체계
소방 대응 환경 변화에 늘어난 장비들, 일상화된 ‘과적’
소방청 “차량 배치ㆍ운전 교육ㆍ적재 문제 개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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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25/08/11 [09:59]

[집중취재] “출동 중 또 다쳤다”… 반복되는 소방차 사고 무엇이 문제인가?

5년간 1025건 중 487건은 100% 소방관 과실이었다
소방인력 2만명 충원하고도 여전히 부족한 현장 인력
면허는 있는데… 사라지는 전문성과 허술한 교육 체계
소방 대응 환경 변화에 늘어난 장비들, 일상화된 ‘과적’
소방청 “차량 배치ㆍ운전 교육ㆍ적재 문제 개선하겠다”

신희섭 기자 | 입력 : 2025/08/11 [09:59]

▲ 지난달 21일 경북 영천시 신녕면 치산리에서 벌집 제거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던 소방펌프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 경북소방본부 사진제공

 

[FPN 신희섭 기자] = 지난달 21일 오후 12시 56분께 경북 영천시 신녕면 치산리에서 벌집 제거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던 소방펌프차가 전복됐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던 중 뒤로 미끄러진 차량은 약 10m 아래 경사지로 굴러떨어졌다. 이 사고로 소방관 3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북소방본부가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행정안전위원회, 서울 영등포갑)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차량에는 영천소방서 신녕119안전센터 소속 황모 소방경(50대), 박모 소방교(30대), 신모 소방교(30대)가 탑승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황 소방경은 늑골 7개가 골절되고 폐기흉 증세로 6주 임상 진단을 받았으며 박 소방교는 요추 1번과 흉골이 골절되고 중추신경 손상까지 입어 8주 임상 진단을 받았다. 운전자였던 신 소방교의 부상 정도가 가장 심했다. 경추 4번 골절과 손가락 열상, 뇌출혈 증세까지 확인돼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조직 내에선 신모 소방교가 하반신 마비증세까지 보인다는 증언도 나온다.

 

이들이 탑승했던 소형펌프차는 전손 처리됐고 차량에 적재된 장비 40종 84점도 파손됐다. 해당 차량은 지난 2017년 12월 도입돼 7년 6개월간 총 10만5290㎞를 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출동 중 발생한 소방차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소방차 사고는 1025건에 달한다. 이로 인해 871명의 소방관이 다쳤고 1명이 순직했다. 

 

과실 여부를 살펴보면 전체 사고 중 소방관 과실이 60% 이상인 사고가 609건이 넘는다. 이 가운데 487건의 경우 100% 소방관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조직 내부에선 소방차 사고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숨겨진 문제들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인력 부족 실태와 부실한 운전 교육 체계, 과다한 장비 적재 등이 거론된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일선 소방관들이 제기하는 소방차량 사고의 근본 원인을 추적했다.

 

늘어난 소방관서로 여전히 부족한 현장 인력

 

일선 소방관들은 소방차의 운행 사고 뒤에는 부족한 현장 인력의 문제가 숨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발생한 사고 역시 그 이면에는 소방펌프차를 타고 벌집 제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근무 환경을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일선에서 근무 중인 A 소방관은 “벌집 제거는 원래 소방업무가 아니었다. 과거에는 주민 요청에 따라 지역 소방관서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하던 일이었는데 생활 안전 업무가 확대된 지금은 벌집 크기와 상관없이 119로 신고가 몰려 쉴 틈 없이 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벌집 제거에 펌프차를 타고 나가는 이유도 다 있다. 인력이 없다 보니 벌집을 제거하다가도 화재신고가 접수되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과거보다 소방관이 대폭 충원됐지만 펌프차 출동 인원은 여전히 3명뿐이다. 생활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소방관이 별도 배치돼 있었다면 이번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2만명에 달하는 소방인력을 충원했다. 하지만 인력 증가와 함께 소방관서도 늘어나면서 현장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A 소방관은 “인력 부족 문제는 무분별하게 확장된 소방관서와도 연관 있다”며 “간부들이나 승진 자리가 늘어나 좋아졌지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현장 대원은 인력 분산으로 업무만 더 과중 됐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2018년 인력 충원 정책이 확정될 당시 <FPN/소방방재신문>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소방청은 소방수요를 분석해 소방관서를 3단계로 등급화하고 이에 따라 소방력 산정기준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화재진압과 구조ㆍ구급, 상황실, 지역대 등 기능별로 배치기준을 세분하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결과적으로 등급화 정책에 따라 최소 전술 인력 기준은 일부 상향된 게 맞다. 펌프차 1대와 탱크차 1대를 기준으로 6명을 배치하던 기존 체계는 1급서의 경우 8명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정책 이후 생겨나는 소방관서의 분산 인력 수요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제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적으로 27개의 소방서가 신설됐다. 119안전센터와 지역대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무려 150여 개소로 확대된다. 

 

소방조직의 한 고위직 관계자는 “현장 인력 2만명을 충원해 가까스로 부족한 3교대를 맞춰놓고 다시 관서를 늘려 인력을 분산하다 보니 현장 인력은 결국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차량 운영은 전문성이 필수인데… 현실은?

 

소방차 사고가 잇따르는 배경 중 하나는 과거와 달리 점점 더 약화하는 운전자의 전문성이다. 소방관이 된 후 운전직 업무를 담당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자동차운전 분야의 경력경쟁채용(이하 경채)을 통해 애초에 운전직으로 입직하거나 1종 대형면허를 보유한 상태에서 공개경쟁채용(이하 공채)을 거쳐 소방관이 된 뒤 운전 업무를 수행하는 거다.

 

과거에는 경채를 통해 입직하는 운전직 소방관의 비율이 높았다. 소방관 준비생 중 대형 차량 운전경력 등 경채 응시자격을 갖춘 인력이 많았고 진입장벽 역시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운전 능력에 특화된 인력들이 채용돼 소방차 운용 업무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과거와 달리 사회 전반적으로 대형 차량 운전경력을 보유한 인력이 줄면서 경채에 응시하는 인력도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게다가 민간 운송 업계에서 일하면 더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그나마 자격을 갖춘 이들조차 경채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다. 

 

여기에 실기시험 부담과 조직 내 승진 한계, 화재 현장의 위험성 등 운전직 소방관에 대한 회의적 시선까지 겹치며 운전직 경채에 대한 지원 동기가 약해지고 채용 숫자마저 줄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4년(2022~2025년)간 경채를 통해 선발된 운전직 소방관은 전국적으로 89명에 불과하다. 올해는 제주에서 단 2명을 선발한 게 전부다. 한때 각 시도 소방본부별로 수십 명을 선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운전직 경채의 의미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채 인력 축소로 생긴 공백은 현재 공채 출신들이 메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가 1종 대형면허만 갖춘 채 운전 업무를 맡고 있어 소방조직 내부에선 현장 투입에 대한 걱정이 많다.

 

현장에서 운전 업무를 담당했던 B 소방관은 “경채 출신은 입직 전 이미 대형 차량을 운전한 경험이 있고 채용 과정에서도 실기시험을 거친다”며 “그만큼 숙련도가 높고 장비 조작 능력도 어느 정도 갖췄기 때문에 공채 출신보단 안정적 차량 운용이 가능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채로 입직해 운전 업무를 맡게 되면 소방청이나 시도 소방본부 교육시스템에 따라 교육을 받지만 내용 자체가 운전면허 학원에서 배우는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요구되는 감각이나 대응 능력을 갖추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면허가 있는 건 맞는데… “형식적인 교육시스템 한계”

 

소방조직 내에서 1종 대형면허를 보유한 공채 출신 소방관이 소방펌프차를 몰고 출동에 나서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그러나 운전 능력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운전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사실상 부재하기 때문이다.

 

소방청은 현장 대원의 운전 능력 향상을 위해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협업하며 소방차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시도 소방본부 단위로 ‘기본 차량 부서 자체교육(On-The-Job Training, OJT)’을 병행한다. 

 

OJT 교육은 300㎞ 운행 교육 후 수료증을 발급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차량 구조 이해와 기초 점검, 공설면허장 주행, 도심 주행 등으로 진행된다. 소방본부 감독 아래 소방관서(서, 센터, 지역대 등) 단위로 운영된다.

 

하지만 단순히 누적 주행 거리만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B 소방관은 “300km를 주행했다고 해도 실제로 어떤 도로 환경에서 훈련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언덕이나 좁은 골목은 피하고 쉬운 구간만 반복해도 수료가 가능하다는 게 이 교육의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의 허술한 교육 실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C 소방관은 “OJT는 선임운전자가 멘토로 지정돼 기록지를 작성하게 되는데 다른 직원에게 멘토 역할을 미루거나 사후 일괄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운영하는 교육 과정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틀에 불과한 교육 일정에 맞춰 소방차 기본원리와 코스 주행실습, 가상 운전체험 시뮬레이터 교육 등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도 관련 교육의 한계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운전 교육은 1년 미만의 현장 대원이나 소방차량 운전 초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다”며 “운행에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만 진행하고 있어 교육을 마쳤다고 해서 당장 운전 능력이 향상되는 걸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오르막길에서 뒤로 밀리는 소방차, 장비 과적 ‘쉬쉬’

 

운전 능력도 문제지만 구조적으로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장비 과적’이다. 최근에는 기존 소방장비로 대응이 어려운 전기차 화재를 비롯해 벌집 제거 등 생활 안전 출동이 증가하면서 차량에 실어야 할 장비 또한 많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적재중량을 초과한 상태로 출동하는 일이 빈번하다. 사고 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D 소방관은 “펌프차에는 기본적으로 소방펌프와 물탱크, 소방호스 등이 탑재된다. 여기에 개인보호장비를 비롯해 전기차 화재 등 각종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더하면 순식간에 허용 중량을 초과하게 된다”며 “다들 쉬쉬해서 그렇지 실제 차량 제조사 측이 허용하는 중량을 초과한 채 운행하는 차량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더 큰 우려는 과적 운행이 일상화됐는데도 정확한 실태조사나 기준 강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방청 차원의 장비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정작 현실적인 장비 적재 기준이나 차량별 하중 관리 방안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E 소방관은 “출동에 필요한 장비를 빼자니 사고 대응에 어려움이 생기고 다 싣자니 차량이 너무 무거워진다”며 “오르막에서 브레이크가 밀려 부상한 경험까지 생기니 대형 사고가 무서워 소방차 탑승이 늘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소방청 “차량 배치ㆍ운전 교육ㆍ적재 개선하겠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소방청도 소방차량 운행 시 발생하는 사고 방지를 위해 관련 대책을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소방차 배치기준 개선에 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효율적인 소방차 배치기준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지역마다 다른 소방대상물 규모에 따라 획일적으로 배치되는 소방차량을 현장 특수성을 고려해 개선하려고 구상 중이다.

 

대상 차량은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소방펌프차를 비롯해 ▲물탱크차 ▲무인방수차 ▲화학차 ▲화생방대응차 ▲고가차 ▲소형사다리차 ▲재난지휘차 ▲구조차 ▲구급차 ▲화재조사차 ▲조명배연차 등 12종이다. 이 같은 배치기준 재정립으로 소방관서 특성에 맞춘 소방차량 운영 체계를 마련해 효율적인 인력 배치와 연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선에서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소방차의 과적 문제 해소를 위한 TF도 운영하기로 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과적 문제는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조직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이라며 “소방업무가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적재 한계를 넘어서는 장비 운용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 특성과 현장 환경을 반영한 표준 적재 기준 등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TF에선 소방차 엔진과 브레이크 성능도 짚어볼 계획이다. 차대 제조사와 직접 만나 현장 실태를 공유하고 기술적 보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는 게 소방청 입장이다.

 

소방차량 운전원에 대한 교육 미비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 기관 위탁 교육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고 시도 소방본부별로 이뤄지는 OJT 교육의 관리ㆍ감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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