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오후 3시께 진천군 이월면 소재 모 폐유기용제 정제공장의 작업 중이던 탱크로리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기둥은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하수관을 통해서도 불길이 올라오고 있었다.
당시 현장은 소화 약제까지 휘날려 흡사 지옥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진천소방서 소속 소방관은 거침없이 현장에 진입해 불을 껐고 다행히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앞서 한 달 전 경기도 안성 종이상자 제조공장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로 동료 소방관이 순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화재였지만 소방관들은 현장 활동에 주저함이 없었다.
소방관은 어떻게 두려움을 무릅쓰고 슈퍼맨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어떻게 소방관이 됐을까?
이들은 일반인이라면 평소에 겪기 힘든 재난 현장을 누비며 영웅과 같이 행동한다. 이런 행동은 단순히 소방학교에서 받은 신규 소방관교육의 힘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아무리 소방관으로서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자신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 현장에서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일은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같은 고민을 했었고 첫 화재 출동을 나갔을 때 두려움과 긴장감을 잊을 수 없다. 이런 고민들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적 사명감과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이런 고민이 모여 우리를 훌륭한 소방관으로 성장시킨다.
넬슨만델라는 “용기 있는 사람이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소방관은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인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우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위험군 판정을 받은 소방관은 1만명에 이르렀다. 겉으로 보기에는 용감한 영웅이지만 속은 계속해서 멍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난달 19일 ‘소방 복합치유센터’ 설립 근거가 담긴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소방관이 조금 더 건강하고 용감한 모습으로 현장을 누빌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진천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소방위 이명주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