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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구급일지 Part 3 -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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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소방서 이재현 | 기사입력 2020/07/20 [10:00]

이재현의 구급일지 Part 3 -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웠어”

부산 부산진소방서 이재현 | 입력 : 2020/07/20 [10:00]

 

어느 겨울날 깊은 새벽 시간. 짹짹거리는 구급 출동 벨 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아 이상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센터 지근의 아파트라 엔진에 열이 오르기도 전에 현장에 도착했고 부부는 아기를 안은 채 벌써 1층으로 내려와 있었다. 4개월 남아는 아빠의 팔 사이로 힘없이 팔다리가 축 늘어져 있어 눈으로도 상태의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아이를 받아드는 순간, 피부로 전해지는 싸늘함이 이내 정신을 퍼뜩 들게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아빠가 자다가 다리로 아기를 누른 것 같단다. 엄마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아기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고 있다.

 

여기서 해운대의 병원까지는 11km. 빨리 가면 10분 안에 갈 수 있다. 병원까지 가는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처치를 혼자 해내야 한다. 

 

들것에 아기를 뉘고 호흡과 맥박이 없는 걸 확인한 후 바로 압박을 한다. 왼손으로는 압박하면서 오른손으로 패드를 붙이고 제세동기를 켜니 의미 없는 전기리듬만 겨우 남아있다.

 

‘영아용 마스크는 왜 그리 깊숙한 곳에 넣어놨을까?’ 자책하며 흉부 압박과 구조 호흡을 번갈아 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모니터를 보니 미약한 세동 리듬이 보이고 제세동기는 ‘전기충격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시끄럽게 안내하고 있다. 이건 artifact가 아니다. 바로 지도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의료지도를 요청했다.

 

“현재 미세심실세동 관찰되는데요. 4개월 아기라 오토모드로 제세동하면 150j 다 들어갈 텐데 어떻게 할까요?”

 

내 손가락은 주황빛으로 깜빡이는 제세동 버튼 위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네. 제세동해야 한다면 오토모드라도 해야죠.”

 

나는 아직도 확신이 서질 않았다. ‘자신이 없었다’는 말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제세동해도 괜찮겠습니까…?” 재차 물었지만 지도 의사의 대답은 단호했다.

 

“네. 제세동 해야죠”

 

그제야 버튼 위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고 아기는 크게 움찔거린다. 심박동은 회복되지 않고 아기의 코와 입에서는 거품 섞인 분홍색 혈액이 흘러나온다.

 

구급차는 병원에 도착하고 아기는 병원 의료진에 인계된다. 엄마는 다리에 힘이 풀려 병원 바닥에 주저앉고 아빠는 그런 아내를 다독거린다. 결국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소생하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의 얘기를 들은 엄마는 눈물을 멈추고 아기에게 다가가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넨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한테 와줘서 고마웠어…”

 

내내 울지 않았던 아빠는 응급실 밖으로 나가 그제야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한다. 한참을 응급실에서 떠나지 못하다 구급차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아기 아빠가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넨다.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 세상 어떤 말이 위로될까 싶어 아무 말 없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구급차에 올랐다.

 

부산 부산진소방서_ 이재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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