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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용 열화상 카메라의 사용-Ⅰ

경기 안산소방서(119+ 화재진압 발전 연구회) 최기덕 | 기사입력 2021/12/20 [10:00]

소방용 열화상 카메라의 사용-Ⅰ

경기 안산소방서(119+ 화재진압 발전 연구회) 최기덕 | 입력 : 2021/12/20 [10:00]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현장 활동

제가 근무하는 경기도 안산소방서는 반월산업단지가 위치한 곳으로 공장화재 출동이 많은 관서입니다. 소방관으로 임용된 지 2년여가 지난 2008년 4월 새벽 관내 공장화재 현장에 출동했었습니다.

 

이슬비가 내리는 새벽에 10여 분 정도 소방차로 달려간 화재 현장은 공장의 생산설비가 설치된 넓은 작업장이었습니다.

 

당시 농연으로 랜턴을 켜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선착한 진압대에서 화점을 찾지 못해 제가 속한 구조대에게 화점을 찾아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당시 열화상 카메라(TIC, Thermal Imaging Camera)는 구조대에서만 1대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 TIC는 F 사의 구형 모델로 약 30㎝ 길이에 2㎏(?) 이상의 무게로 가장 젊던 제가 강제진입 장비와 함께 휴대하고 있었습니다.

 

작업장 내부로 진입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TIC를 통해 화점을 발견한 후 진압대에 인계했습니다. 동료 구조대원들과 함께 배연작업을 위해 창문을 열려고 벽을 따라 이동 중이었습니다.

 

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TIC의 모니터에 사람과 비슷한 실루엣이 보였습니다. 놀란 저는 가까이 다가가 랜턴을 비춰보니 성인 남자 1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현장 진입 전 선착 대장의 브리핑에서는 구조대상자가 없고 작업장의 모든 인원은 대피한 상태라고 설명을 들었기에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저는 바로 보조 마스크를 구조대상자에게 씌웠고 퍼지 버튼을 눌러 깨끗한 공기를 구조대상자에게 공급해줬습니다.

 

그리고 동료와 함께 구조대상자를 화재실 밖으로 구출해 구급대원에게 인계했습니다. 얼마 동안 화재실에서 쓰러져있었는지, 유독가스를 얼마나 들여 마셨는지, 뜨거운 열기를 들여 마셔 기도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걱정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사무실로 돌아와 몇 시간 후 퇴근하기 전 구급대원을 통해 구조된 분의 상태를 물어보니 의식을 회복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살렸다는 기쁨과 자부심에 굉장히 보람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TIC의 위력에 많이 감탄했습니다.

 

그 후 몇 년의 시간이 흐른 2015년 2월. 비번이라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하던 때 ‘현장 활동 중 대원 부상’이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사무실에 전화로 확인하니 당시 근무하던 선배님이 공장 화재 현장에서 인명검색 중 화물용 승강기 통로로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굉장히 유능한 분이신데 어쩌다가 추락을 하셨을까?’는 생각과 ‘많이 다치시지 않으셨어야 할 텐데…’라는 걱정으로 우울해졌습니다.

 

그 후 화재방어 검토 회의를 통해 선배님께서 검색 활동 중 TIC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만약 당시에 선배님께서 TIC를 갖고 검색 활동을 하셨더라면 추락사고를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 [그림 1] 소방용 TIC의 교육(출처 www.leader-group.company)


제가 새내기 소방관이던 2000년대 중반까지도 TIC는 각 소방서의 구조대에서만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안전센터에서도 1대 이상의 TIC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방장비 보강을 위한 사업이 지속해서 추진됐고 2016년 삼성전자에서도 ‘이그니스’라는 소방용 TIC를 자체 개발해 여러 서에 기부해 줬습니다.

 

우린 열화상 카메라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가?

하지만 아직도 우린 현장에서 TIC를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교육훈련 과정도 없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TIC를 잘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고 현장에서 적용해봤던 여러 내용을 토대로 소방용 TIC에 대한 효과적인 사용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19플러스>에도 ‘이그니스’ TIC 개발자로 참여하신 삼성전자의 김윤래 연구원님께서 소방용 TIC에 대한 글을 작성해주셨지만 저는 소방관 관점에서 소방용 TIC의 전술적인 사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열화상 카메라의 두 가지 유형

▲ [그림 2] 소방용 TIC의 종류(출처 Insight Fire Training)

 

국내ㆍ외 많은 소방서에서 사용되는 소방용 TIC는 FLIR와 ARGUS, LEADER, BULLARD, MSA, 이그니스 등 다양한 업체에서 생산하는 많은 종류(모델)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 중 FLIR-K1/K2, SCOTT-SIGHT, MSA-ITIC, SEEK과 같은 모델은 화재실의 출입구와 화점의 방향을 찾는 상황인식용(situational-awareness)일 뿐 화재실 내에서 진압대원들이 상황판단(size up)이나 인명검색, 주수 목표 설정 등에 사용하는 전술 결정용(decision making) TIC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TIC의 해상도(resolution)를 고려해봐야 합니다. 상황인식용 TIC의 해상도는 NFPA-18011)에서 요구하는 최소치인 320×240(7만6800PX)의 해상도를 지원하지 않습니다(모니터의 해상도가 아닌 검출기의 해상도).

 

적어도 320×240의 해상도가 지원돼야만 농연의 화재 현장에서 약 5m 떨어진 곳에 쓰러진 어린아이의 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화재 현장의 농연이나 수증기로 인한 검출기의 방해 등 화재 현장에서 TIC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데 영향을 주는 변수는 다양하지만 저해상도의 소방용 TIC를 사용하는 건 소방대원이 주변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할 겁니다.

 

모니터에 보이는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FLIR-K1/K2는 적외선 이미지 위에 광학 디지털카메라 영상을 덧입혀 더 이미지가 선명해집니다.

 

이는 농연이 없는 화재실 밖에서는 선명한 영상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연의 환경에서는 광학 디지털카메라를 통해 관찰할 수 있는 영상을 얻을 수 없어 K65에 비해 흐린 영상을 보여줍니다([그림 3] 참조).

 

▲ [그림 3] 같은 장소에서의 K2(왼쪽), K65(오른쪽) 화면(출처 Insight Fire Training)


다음은 TIC의 프로세서 처리속도(processor speed/refresh rate)를 고려해봐야 합니다. 대부분 상황인식용 TIC의 처리속도는 9~16(1초에 9~16번 사진을 찍는다고 비유하고 싶습니다)입니다. 인간의 눈과 뇌가 영상을 처리하는 처리속도는 27Hz입니다.

 

즉 인간의 눈과 뇌는 초당 27개 이상의 연속사진을 보고 동영상으로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전술 결정용 TIC는 적어도 30Hz 이상의 처리속도를 가져야 합니다.

 

9~16Hz의 처리속도를 가진 TIC를 통해 화재 현장을 검색할 때는 화면이 찰칵찰칵 끊기며 주변을 검색하기 때문에 소방대원들이 너무 빠른 속도로 주변을 검색하면 확인하지 못 하고 지나가는 구역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TIC가 고감도에서 저감도 모드로 전환되면서 약 3초 동안의 버퍼링 구간이 발생해 역시 확인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구역이 생길 수 있습니다.

 

TIC의 화면크기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상황인식용 TIC는 매우 작은 화면(모니터)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구조대상자의 손이나 동료 소방대원들의 헬멧 등 세부정보를 관찰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상황인식용 TIC는 화재실의 상황판단이나 Go/No go 의사 결정, 주수 목표 설정, 화점 검색에 사용하면 안 됩니다. 해상도가 낮고 화면이 작아 진압대원이 고온의 열이나 구조대상자의 위치, 다친 동료의 위치 등 현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정보를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림 4] 열강도에 따른 PPE의 고장과 관련된 LEADER 3.3 색상배열(출처 www.leader-group.company)


또 소방관들에게 익숙지 않은 색상배열(color palettes)을 사용합니다. NFPA-1801에서 권장하는 색상배열은 ‘TI Basic’으로 검은색과 회색, 흰색,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의 순서로 색상에 따라 이미지의 상대적인 온도 범위가 달라집니다(제조사마다 혹은 모델마다 온도를 나타내는 색상이 다릅니다).

 

이러한 색상배열은 소방관들이 화면에서 검은색은 차갑고 흰색은 뜨겁다고 이해하며 현장 활동 시 혼란스럽지 않게 합니다.

 

하지만 상황인식용 TIC의 화면에서 보여주는 모든 착색된 색상은 위 색상배열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TIC의 모드별 색상이 어떤 온도를 나타내주는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황인식용 TIC는 온도측정 거리비율(distance to spot ratio)2)이 짧아 열원(화점)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만 효과적인(정확한 온도가 아님) 온도측정이 가능합니다.

 

우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TIC의 측정 가능 온도 범위를 알아야 합니다. 상황인식용 TIC는 이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습니다. 1천℃(1832℉)를 초과하는 넓은 측정 가능 온도 범위를 가진 TIC는 뜨거운 열기로 인해 TIC가 포화(관찰된 장면을 식별할 수 없는 상태)될 걱정 없이 주변의 모든 상황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TIC의 최대 감지 온도가 초과되면 [그림 5]의 왼쪽(TIC의 검출한계 650℃ 초과)과 같이 이미지가 포화상태가 돼 더는 TIC 화면에서 주변 물체의 상대적인 온도 차의 대비를 명확하게 볼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주변 상황을 읽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결과를 낳습니다. 

 

▲ [그림 5] (왼쪽부터)TIC의 포화된 상태와 포화되지 않은 상태(출처 www.leader-group.company)


상황인식용 TIC는 전술 결정용 TIC와 함께 소방관들에게 훌륭한 장비가 될 수 있습니다.우린 소방장비를 구매하기 전 사용 목적(방법)과 구매가격에 대해 고민합니다.

 

따라서 화재 현장 외부에서 활동하는 지휘관들과 내부 진입 대원 중 전술 결정용 TIC를 소지하지 못한 대원(지휘관/자가 아님)에게 상황인식용 TIC는 전반적이고 빠른 현장확인과 화재실의 출입구, 화점의 방향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비가 될 겁니다. 

 

또 내부 공격팀장은 반드시 전술 결정용 TIC를 소지해 상황에 따라 진압 전술과 주수기법을 결정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열의 측정

플라스틱과 가죽 등 과거보다 더 높은 열 방출률을 갖는 가연물이 존재하는 현대의 화재환경에서 활동하는 우리는 주변의 열 환경을 어떻게 측정하고 가늠해야 할까요?

 

▲ [그림 6] NIST의 열 등급 분류(출처 Insight Fire Training)


우리가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PPE는 약 260℃ 이하의 환경에서 약 5분 동안 작동할 수 있는 기준인 3등급(Extreme class)에 맞춰 설계돼 있습니다.

 

우리가 착용하는 특수방화복(turn out gear)의 최소 열 보호 성능의 기준도 플래시오버 온도(약 530℃)에서 진압대원이 2도 화상을 입기 전에 약 17초 동안 대원을 보호하게 돼 있습니다.

 

여기서 우린 화재 현장에서의 급격한 화재 진행 현상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합니다. 화재가 성장해 롤오버(rollover) 현상이 관찰되는 260~370℃, 플래시오버(flashover) 현상이 관찰되는 315~537℃, 백 드래프트(back draft) 현상이 관찰되는 약 537℃, 화재 가스 발화(fire gas ignition) 현상이 관찰되는 500~593℃, 환기 유도 플래시오버(vent induced flashover) 현상이 관찰되는 약 593℃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실제로 진압대원들이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주변 열기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을까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곳에서 급격하게 진행되는 화재 현상의 징후를 인지했더라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기 위한 타이밍이 너무 늦어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소방대원들은 화재 성상과 열강도, 열ㆍ연기의 흐름 등 기초 자료를 TIC의 전술적 운용을 통해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열화상 카메라는 온도계인가?

그렇다면 소방용 TIC를 정확한 온도계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우린 TIC 화면의 가운데 십자선을 목표지점에 맞춰 그 온도를 확인합니다. 화재 현장에서는 이 온도 수치만을 근거로 상황판단을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열원과 TIC 사이에 고온의 여러 가스나 수증기 등의 장애물이 존재한다면, 또는 열원이 소방용 TIC가 설계된 특정 파장(14㎛)과 특정 방사율(0.95)3)을 갖지 않는 다른 물질이라면, 그리고 열원과의 거리가 물체 온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거리(distance to spot ratio, 제조사마다 상이)가 아니라면 TIC는 열원의 정확한 온도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

 

즉 TIC는 유동적인 화재 현장에서 동시에 계산해야 하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아 정확한 온도측정(정량측정)은 불가능합니다. [그림 7]과 같이 화점 인근 천장의 온도는 116℃(240℉)보다는 훨씬 더 뜨거울 겁니다.

 

따라서 TIC는 소방대원들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위협 징후(정성측정)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돼야 합니다. 열원(물체) 온도는 낮아도 TIC에서 보여주는 수치보다 높다는 생각을 하고 수치가 아닌 전체적인 열ㆍ연기의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See the big picture).

 

TIC는 열원(연기)의 표면에서 방출되는 IR을 검출해 그 온도를 읽습니다. 이는 열원(연기) 자체의 온도가 아닌 표면 온도입니다.

 

▲ [그림 7] TIC의 온도 측정(출처 Insight Fire Training)

 

<119플러스> 2021년 9월호에서 서울소방의 김준경 님이 작성하신 글 ‘3D 주수기법의 오해와 진실’에서도 얘기했듯이 우린 열(에너지)과 온도를 구분4)해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10g의 양초 1개가 평균적으로 1천℃인 불꽃에서 80W의 열을 방출하고(양초 1개의 HRR은 80W), 10g의 양초 10개가 평균적으로 1천℃인 불꽃에서는 800W의 열을 방출합니다.

 

당연히 10개의 양초에서 나오는 열에너지의 양이 1개의 양초에서 나오는 열에너지의 양보다 많을 겁니다. 하지만 TIC는 (대략적인) 불꽃의 표면 온도만을 측정할 수 있을 뿐 열에너지(양)를 측정할 순 없습니다. 

 

 


1) NFPA-1801: Standard on Thermal Imagers for the Fire Service 

2) distance to spot ratio(온도측정 거리비율): 목표물 온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거리 

3) <119플러스>매거진 2020.02. 참고

4)열은 에너지의 형태고 온도는 우리가 만든 척도(순수한 물의 어는점을 0℃, 끓는점을 100℃로 가정하고 눈금을 매긴 게 섭씨온도 척도)입니다. 두 물체가 같은 온도를 가진다고 해서 같은 양의 열(에너지)량을 가진 건 아닙니다. 

 

경기 안산소방서(119+ 화재진압 발전 연구회)_ 최기덕 : smile9096@icloud.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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