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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119] 따뜻한 마음과 애정이 넘치는 그곳, ‘소담센터’에 가다

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2/21 [10:00]

[GO! 119] 따뜻한 마음과 애정이 넘치는 그곳, ‘소담센터’에 가다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2/02/21 [10:00]

 

소곤소곤 담소, 소방공무원 상담을 뜻하는 소담센터. 2017년 2월 TF팀으로 시작한 소담은 2020년부터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소담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세 명의 소방동료상담사가 밝은 미소로 반겨준다. 구급대원 출신 이숙진 소방위와 심리상담 특채인 최지선 소방장, 함초록 소방교가 그 주인공이다.

 

 

이숙진 소방위는 사회복지 석사를 취득하고 심리상담사와 사회복지사, 타로상담사, 아로마테라피스트, 테라리움 지도사 등의 자격을 갖췄다. 최지선 소방장은 상담심리 석사를 따고 전문상담사와 사회복지사, 신체이완과정 수료, 테라리움 지도사 등을 취득했다. 셋 중 막내인 함초록 소방교는 심리학사 이후 임상심리사와 아로마테라피스트, 테라리움 지도사 등을 지녔다.

 

이들이 이토록 여러 가지 자격을 취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방공무원에게 적합한 치료 또는 힐링 방법을 발굴해 내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보다 전문적일 필요가 있었다.

 

소방청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한 ‘소방공무원 대상 특수건강검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소방공무원 중 25.8%가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 알코올 장애와 PTSD, 우울증을 앓는 소방공무원 비율은 각각 28.3, 4.6, 4.6%를 차지한다. 

 

이런 소방공무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 ‘소담센터’. 단순 상담을 통한 병원 연계가 아닌 다양한 활동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한 후 상담을 시작하다 보니 조직 내에서의 힘듦뿐 아니라 사적인 영역의 일까지도 스스럼없이 상담사들에게 털어놓곤 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철저한 비밀 보장 때문이다.

 

Warming Up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월 어느 날 소담센터를 향했다. 119안전센터를 리모델링한 탓인지 외관은 여느 관공서와 다르지 않게 딱딱한 모습이다.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니 세 명의 동료상담사가 환한 미소로 반긴다. 체온을 측정하고 들어선 센터는 밖과는 전혀 다른 따스함이 전해진다. 이들이 얼마나 이 센터에 애정을 갖고 있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공간마다, 소품 하나하나까지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쓴 걸까. 소방공무원만 출입할 수 있지만 오늘은 기자 신분보단 소방공무원의 마음으로 체험에 함께 하기로 한다. 

 

처음 안내받은 곳은 분홍빛 네온사인이 반기는 ‘소담카페’.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 한잔에 얼었던 몸과 마음이 녹아내렸다. 초면인 분도 아닌 분도 있다. 긴긴 수다가 이어진다.

 

“아주 유명한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온다 한들 소방관을 100%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같은 소방관이기에 소방관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잘 아는 동료상담사라는 게 소담센터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구급대원 당시 정신적 힘듦으로 상담사를 만났지만 별다른 소득을 보지 못한 이숙진 소방위는 ‘이럴 바엔 내가 배워보자!’란 마음으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지금의 소담센터를 일궈낸 일등공신인 그녀.

 

 

“그런 이유로 상담사 공부를 시작하신 지는 몰랐어요. 앞으로 꿈이 있으세요?”

 

“진짜 제가 바라는 건요. 제가 여길 떠나기 전까지 전국에 최소 6개 정도 소담센터 같은 곳이 만들어지는 거에요. 남양주까지 오고 싶으셔도 거리상의 문제로 못 오는 소방관도 많으신데 너무 안타깝거든요. 동료상담사가 있는 소담 같은 곳이 곳곳에 생긴다면 소방관들의 정신이 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최지선 반장님은 상담 특채로 소방에 들어오셨는데 외부에서 상담하신 것과 비교해 보면 어떤 점이 다를까요?”

 

“보통 밖에선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돼서, 상담이 필요해서 오시는 분들을 만났어요. 소방은 좀 달랐죠. ‘저 상담사 누구지?’라며 궁금해하는 분들은 가까이 다가오지만 ‘상담사 왔네. 너무 귀찮다’ 같은 반응이 부지기수였어요. 상담을 시작하려고 하면 ‘나 하고 싶지 않은데’ 라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죠”

 

 

“그럼 꽤 적응하기 힘드셨겠어요”

 

“먼저 소방을 이해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소방 조직에 대한, 현장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상담이 가능하겠더라고요. 일반 상담실에서 이혼을 해봐야만 이혼 상담이 가능하지 않아요. 하지만 ‘소방 조직에서는 소방관으로 활동하지 않고는 힘들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직무 상담은 이숙진 주임님이 하시고 이외 가족 상담 등은 제가 진행하고 있습니다”

 

“함초록 반장님은 소방공무원 동료상담사로 근무해보니 어떠세요?”

 

“예전에 근무했던 곳에서는 조현병, 양극성 장애 등 중증 정신질환이 있으신 분들 대상으로 상담과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일반 시민 대상으로 상담도 했고요. 소방에 들어오니 임용할 때부터 퇴직 때까지 오랜 기간 만나서 상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책임이 굉장히 막중하다?^^”

 

 

“그래서 오래 근무하고 싶으세요?”

 

“외부 상담센터는 50분, 한 시간 단위로 대부분 말로 하는 상담 방식인데 소담센터는 상담도 하고 개인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개인 성향에 맞춰 진행하니 재미있어하는 모습이나 힐링이 되는 모습, 마음을 열어주시는 걸 보는 게 엄청난 보람이에요. 더구나 이렇게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훈훈한 온기 속에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분명 취재하러 간 곳인데 긴장이 풀리는 것만 같다. 알고 보니 이 또한 소담센터의 노하우. 누가 오더라도 편히 몸을 녹이고 따뜻한 차와 간식거리를 두고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간 경계를 푸는 워밍업 시간을 갖는다.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자 이제부터 상담시간. 얼른 말씀하세요”라는 분위기에선 아주 절박한 사람도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다. 이런 시간을 통해 서로에 대한 경계를 풀고 작은 신뢰라도 줄 수 있다면 당연히 상담은 더 자연스럽고 수월해지지 않을까.

 

Let’s do it!

소담센터에서는 15분 소방전문 심신안정프로그램인 긴급심리지원과 동료상담ㆍ집단상담 프로그램, 직무ㆍ직급별 맞춤형 심신건강교육 프로그램인 마음 돌봄 교육, 소담 힐링 데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소담 힐링 데이는 소풍, 아로마 허브향 테라피, 신체이완ㆍ싱잉볼 명상, 테라리움, 목공 등 각종 이색 클래스 중 개인 취향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운영된다. 

 

이중 아로마 허브향 테라피와 신체이완프로그램, 나의 강점 찾기(타로)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아로마 테라피

아로마 테라피는 향 또는 향기를 의미하는 아로마(aroma)와 요법(치료)을 의미하는 테라피(therapy)의 합성어다. 식물의 향과 약효를 이용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시켜 인체의 항상성 유지를 목표로 하는 자연요법을 말한다.

 

2020년 이숙진 소방위와 함초록 소방교가 영국 아로마 테라피 국제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소담센터에 아로마 향 치유 프로그램이 싹을 틔웠다. 증상별 아로마 블렌딩과 다양한 아로마 향을 만들면서 친밀감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동료 상담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매끄러워지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는 셈.

 

아로마 테라피 파트너는 함초록 소방교. 상담실 안으로 들어서니 작은 테이블 위에 다양한 아로마가 눈에 띈다. 소담카페에서 대화 중 평일에 잠을 깊게 자지 못하고 잠들기도 어렵다고 얘기해서인지 불면과 관련된 아로마 오일을 추천받았다. 

 

불면에 워낙 유명한 허브인 라벤더와 오렌지, 마조람 등 세 가지 오일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시향을 했다. 라벤더와 오렌지는 익숙한 향이었지만 마조람은 생소하다.

 

“마조람은 처음 듣는 오일인 것 같아요” 

 

“마조람은 고대 수도승들이 의식을 할 때 향을 피우는 용도로 쓰였다고 해요. 이 향을 맡으면 깊은 명상 상태나 수면 상태에 이를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더러는 석유 냄새난다고 하는 분들도 있긴 한데 반면 좋다고 이 오일로만 만들어 가는 분들도 있어요” 맡아보니 아주 강한 허브향이 났지만 딱히 불호는 아니다.

 

“이제 이 세 가지 오일 중 취향껏 열 방울을 블렌딩 하시면 됩니다. 좋아하는 오일은 더 많이 넣으셔도 되고 취향이 아닌 오일은 적게 넣거나 빼도 됩니다”

 

 

‘혹시 밖으로 흐르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 갑자기 긴장감이 몰려 온다. 뚜껑을 열고 45°로 기울인 후 기다리면 아래쪽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굉장한 인내심을 요하는 작업이다. 다행히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오일 블렌딩을 마쳤다. 여기에 호호바 오일을 첨가해 롤온 형태의 아로마 오일을 완성했다. 

 

이번엔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피로 회복에 좋은 레몬과 자몽, 라임, 로즈마리, 버가못 등을 혼합해 스트레스 해소나 피로 회복 등에 좋은 아로마 오일을 만들 차례다. 롤온 형태가 아닌 코 흡입 형태(인헤일러)로 제작했는데 대학 시절 중국에서 유학할 당시 태국인인 옆방 친구가 선물해 준 일명 ‘코뻥’, 태국 야돔 포이시안과 같은 모습이다.

 

플라스틱 병 안에 함침 섬유필터를 끼워 넣는 형태로 병 안이 아닌 함침 섬유필터에 오일을 직접 적셔야 한다. 

 

“버가못도 처음 들어보는 오일이에요” 

 

“저도 생소해서 찾아봤는데 과일류더라고요. 자르면 라임과 비슷한 모습이에요”

 

며칠 사용해 보니 여전히 잠이 드는 데까지 시간은 걸리지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일은 확실히 적어졌다. 

 

“효과를 보는 분이 많은지 다 사용한 후에 같은 오일을 만들고 싶다고 연락하거나 찾아오는 분들도 많아요”

 


긍정심리 강점교육

내 안의 강점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나를 전반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평소 스스로에게 칭찬이 인색했던 상황을 이해하고 대화할 때 긍정적으로 칭찬의 대화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체험해 볼 수 있다.

 

긍정심리 강점교육의 파트너는 이숙진 소방위. 

 

“하기 전에 비밀서약서를 작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소방관들과 상담하기 전에는 비밀유지에 관한 서약서를 작성하는 게 원칙이거든요” 

 

“에이, 뭐. 굳이”

 

 

25가지의 성향이 적힌 카드가 손에 쥐어진다. 한국인이 가진 25가지의 장점을 나열한 스트렝스 파이브. 

 

“25가지 중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 다섯 가지를 찾아 점을 찍으세요”

 

내 손은 좀처럼 움직일 생각이 없다. 장점을 스스로 찾아내는 작업을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당황스러움이 고개를 내민다. 고민 끝에 성실과 신중, 신념, 공감, 열정에 점을 찍었다. 

 

“열중과 성실, 지혜로움, 섬김, 다정한 쪽에는 장점이 있지만 유쾌하고 즐거운 쪽에는 장점을 쓰고 있지 않으시네요. 의미 있으면서도 충실한 삶을 살 때 비로소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인 것 같아요. 다양하게 25가지 장점을 다 쓸 때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니까 그런 노력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엔 이 소방위의 손이 바빠진다. 그녀가 생각하는 내 장점에 하나, 둘 동그라미가 쳐진다. 어떤 일을 할 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공정, 포용, 친절, 끈기 등에 동그라미가 생겼다. 갑자기 쑥스러움이 밀려왔다. 나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계신 거란 느낌이 들어 감사하면서도 내가 과연 그런 훌륭한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이 함께 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일-집의 루틴 말고는 딱히 특별한 것 없는 인생이 고스란히 이 표에서 드러난 듯하다. 재미있고 즐거운 삶은 아니란 사실. 괜스레 씁쓸해지기도 한다. 

 

보통은 그룹으로 진행하는데 각자 본인의 장점을 체크한 후 타인이 생각하는 내 장점에 대해 듣고 서로 칭찬하는 시간을 갖는다. 카드 몇 장을 더 챙겨주셨다. 

 

“집에 가서 가족과 해보세요. 딸과 함께 하면서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요”

 

강점찾기를 마치자 타로 카드 상자가 테이블 위로 올려진다.

 

“요즘 고민 있으세요?”

 

 

고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촬영 때문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고민이라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머뭇거리는 내게 이숙진 소방위는 “말씀하기 어려우시면 아이가 생각하는 엄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해요” 궁금증이 밀려온다.

 

타로 카드가 차르륵 눈앞에 펼쳐진다. 아이가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을 떠올리며 한 장, 내가 아이를 떠올리면서 한 장, 두 장의 카드를 뽑았다.

 

 

첫 번째 카드는 두 여인이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이가 엄마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뭐든 얘기하는 걸 좋아하니 경청해 주세요” 두 번째는 거울 한쪽엔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한쪽엔 화려한 여성의 모습이 비치는 카드였다. “부장님은 좋은 엄마도 되고 싶고 아름다운 여성으로서, 직업인으로서 인정받고 싶어 하시네요”

 

‘이 집 용하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뭔가 지금 내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이숙진 소방위는 혹여나 나 같은 생각만 하고 돌아가지 않을까란 생각에 타로 상담사 자격까지 취득했다. 이런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다음에 한 번 몰래 와서 진짜 속 얘기를 한 번 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이숙진 소방위가 챙겨주신 스트렝스 파이브를 딸아이와 해본다. 나와는 정반대로 유쾌함과 즐거움 쪽에서만 본인의 장점을 찾는 걸 보고 미묘한 안도감이 든다. 

 

‘그래, 너라도 즐거우니 됐다’

 

신체이완프로그램

신체이완프로그램은 호흡과 함께 몸을 편안하게 누인 후 신체 곳곳에 감각을 집중하면서 신체를 이완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빈백 소파(?)에 다리를 기대고 누우면 준비 완료. 팔, 다리를 편하게 두고 머리와 어깨를 멀리한 후 눈은 뜨고 싶으면 뜨고, 감고 싶으면 감으면 된다.

 

 

최지선 소방장의 안내에 따라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면서 호흡을 조절한다. 

 

“평소 내 호흡이 짧고 얕았다면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깊고 긴 호흡을 유지하도록 노력해 주세요. 복식호흡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누운 자세라 어지간하면 복식호흡이 유지되니까 편안한 상태로 깊고 긴 호흡을 같이 하시면 됩니다.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편하게 자리를 옮기셔도 돼요”

 

이어 심신이완 명상호흡법이 진행됐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체 각 부위에 각자의 의식을 올려두고 집중하는 시간이다.

 

“각 부위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나 뻐근함, 약간의 불편감, 천천히 호흡하면서 있는 그대로 느껴보면 되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그 부위가 그렇게 느껴지는지 생각하는 게 아니고 있는 그대로 느껴 주시면 됩니다” 

 

신체의 가장 윗부분인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감각을 살려 느껴보려 했지만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인지 코나 입의 느낌은 생각보다 잘 오지 않는다. 어깨나 다리의 묵직함은 평소에도 잘 느껴졌지만 명상호흡을 하니 더 돌덩이 같다. 

 

“이번엔 불면에 도움이 되는 호흡법 알려드리려고 해요. 손끝, 발끝 꼼지락해서 불편한 곳이 있으면 다시 자세를 취해주고 호흡은 깊고 길게 유지해 주면 도움이 됩니다. 4ㆍ7ㆍ8 호흡법인데 4초간 숨을 들이 마시고 7초간 멈췄다가 8초간 내쉬는 호흡법입니다.

 

생각보다 7초간 숨을 멈추고 8초간 내쉬는 게 힘들 수 있는데 그럼 본인 호흡으로 돌아갔다가 4초간 호흡할 때 다시 돌아오시면 됩니다. 여섯 번 진행할건데 중간에 1분 정도 호흡하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명상호흡법과 4ㆍ7ㆍ8 호흡법을 하며 몇 번이고 잠들뻔해 여러번 정신줄을 붙잡았다. 실제로 와서 따라하다 주무시는 소방관분들도 꽤나 있다는 말을 듣긴 했다. 최지선 소방장의 목소리를 녹음해 왔다면 내 불면증이 완치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랄까. 마지막 온몸 스트레칭으로 프로그램을 마쳤다.

 


Mission Complete!

모든 과정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두 손 가득히 선물 보따리를 건네신다. 아로마 향 테라피 시간에 만든 오일과 직접 만드신 향초(이것도 라벤더 향으로 불면에 좋다고 하셨다), 소담 기념품 등 쇼핑백이 터져나갈 지경이다. 게다가 먼 길 가야 한다며 주섬주섬 간식거리를 챙겨 비닐백에 정성스레 담아 주신다. 이러니 오시는 소방관 분들이 반할 수밖에!

 

동료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마음, 동료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상황, 동료라서 더 세심하고 다양하게 구상한 프로그램, 동료라서 늘 곁에 있고 늘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이것만으로도 소방관들이 소담센터 상담사들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치료나 상담을 목적으로 방문한 게 아니기에 오롯이 소방관들의 마음이나 상황을 대변한다고 할 순 없겠지만 내가 방문한 소담센터는 공간이 주는, 그리고 사람이 주는 따스함만으로도 치유받는 느낌을 가져가기 더없이 충분한 곳이다.

 

이 글을 빌려 취재와 체험을 흔쾌히 허락해 주시고 준비해 주신 이숙진, 최지선, 함초록 소방관에게 애정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더 많은 소방관이 혼자 앓거나 외롭게 아파하지 말고 소담센터로 손을 내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곳에 가면 따스한 사람냄새를 풍기는 동료상담사가 있으니 말이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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