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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물 구조잠수 교육에 대한 담대한 도전-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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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소방학교 김강윤 | 기사입력 2022/12/20 [10:00]

깊은 물 구조잠수 교육에 대한 담대한 도전- Ⅱ

부산소방학교 김강윤 | 입력 : 2022/12/20 [10:00]

<지난 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자각(自覺)하다

물속은 맑았다. 여기서 맑았다는 표현은 내수면에 비해 그렇다는 거다. 동남아나 남태평양 바다처럼 수정 같은 물 색깔을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부산의 낙동강이나 서울의 한강, 전국 여기저기에 있는 하천과 호수 등 119 수난구조 현장 물속 시야보다는 훨씬 좋다는 뜻일 뿐이다.

 

어쨌든 도착한 25m 수심에서 조별로 간단한 체크에 들어갔다. 정해진 대형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 또는 위치로 이동해가며 스스로를 점검했다. 필자가 담당한 1조도 자연스럽게 합을 맞추며 바닥 체류 시간(bottom time)을 보냈다.

 

이제 계획대로 상승할 일만 남았다. 과연 이들이 안정적으로 상승하는지를 봐야 했다. 깊은 물 잠수는 감압을 전제로 한다. 내 몸에 포화된 질소를 안전하게 배출하기 위해 수면으로 상승하며 감압(decompression)해야 한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부력의 변화를 미세하게 조정해야 하고 1~3m 단위로 정지하며 일정 시간 그 수심에 머물러야 한다.

 

이때 다이버는 조류의 영향을 덜 받고 압력에 대한 신체 노출을 균등하게 하기 위해 트림(trim) 자세를 정확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상하 50㎝ 이내의 오차범위에서 부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몸 안의 질소가 원활하게 배출될 수 있다.

 

▲ 첫 번째 감압잠수 후 단체사진

 

다행히 무난하게 상승했다. 앞으로 있을 감압 다이빙에서도 무리 없이 상승할 거로 판단됐다. 모두가 첫 번째 다이빙을 무사히 마쳤고 리조트로 돌아와 디브리핑을 했다. 디브리핑의 목적 역시 명확히 제시했다.

 

절대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신의 실수 또는 오류를 스스로 밝혀라. 그리고 그걸 가장 좋은 방법으로 팀원들과 함께 수정하라.

 

다만 효율성을 위해 디브리핑은 조별로 진행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촬영된 영상을 함께 보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담당 교관들은 개입하되 오류의 수정이나 판단의 문제를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각자 충분히 자신의 문제에 대해 자각(自覺)하고 있음을 느꼈다. 교육생들이 대견했다.

 

판단의 문제가 아니었다. 더 잘하기 위해, 구조와 회수라는 목표를 더 완벽하게 이루기 위해 그들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당당히 팀원들과 공유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높여갔다. 팀 다이빙의 효율이 극대화되는 기초적인 수순이었다.

 

▲ 블렌딩 작업 중인 교육생들

다음은 ‘블렌딩’이었다. 블렌딩은 우리가 마시는 기체를 탱크에 임의로 변형해 주입하는 작업이다. 이제 다음 타깃(target) 수심인 45m를 들어가기 위해 호흡할 기체를 직접 혼합해야 했다.

 

모르는 분들은 무슨 말인가 할 텐데 테크니컬 다이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감압과 연관이 있다. 다이버가 깊은 물에서 마시는 질소는 몸속에 깊게 녹아 들어가 조직과 포화된다.

 

그런 후 상승하며 일정 시간 자연스럽게 배출하는데 이런 감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체를 임의로 변경하는 거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마시는 공기가 질소 79, 산소 21%로 이뤄진다고 하면 45m 물속에서 다이버가 마시는 기체는 인간에게 필요한 산소량인 21%로 두고 질소를 44%로 줄인 후 나머지 부분은 헬륨 35%로 대체하는 식이다.

 

헬륨은 질소와 다르게 몸 안에 오래 머물지 않고 빨리 배출되므로 감압병에 걸릴 위험이 질소보다 현저하게 적다.

 

따라서 깊은 물 잠수에 있어 헬륨의 활용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다. 물론 헬륨의 높은 가격(금보다 비싸다면 믿겠는가?)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 다이버들도 있지만 이론적 배경이나 통계를 보더라도 헬륨의 활용은 감압에 상당한 도움이 되므로 ‘안전’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사용해야 했다.

 

또 감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산소 비율이 높은 감압기체 역시 만들어야 했다. 

 

당연히 기체 블렌딩도 조별로 진행됐다. 다이버 스스로 자신의 기체 역시 본인이 직접했다. 계산식을 이용해 산소 21, 헬륨 35, 질소 44%의 기체를 자신의 탱크에 주입했다. 50% 산소 비율의 감압기체도 함께 만들었다.

 

과연 수난구조 현장이라면 어떻게 보다 효율적으로 블렌딩할 건가에 관한 토론이 즉석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일선 구조대에서는 이런 블렌딩 장비를 구비하기 힘드니 각 시도 특수구조단을 통해 기체를 상시 구비해 놓는 방법도 제시됐다. 이미 중앙119구조본부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안다.

 

자유롭게 블렌딩하는 시간이었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하나부터 열까지 구조 현장 잠수 대화였다. 대화의 수준도 매우 높고 진지했다. 단 1분도 허투루 보내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변수는 늘 존재한다

이튿날. 오늘은 40m다. 그런데 리조트 대표님이 알려주신 사전 정보로는 45m다. 40m라고 알고 있던 캡틴들은 부랴부랴 45m 다이빙 계획으로 수정하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런 상황은 현장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2013년 임하댐 산림청 헬기 추락사고 때 당시 출동했던 방경호 말에 의하면 30m 정도라는 최초 정보와 다르게 실제 추락 수심은 40m가 조금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 준비한 기체를 나이트록스(산소 비율 조정 기체)에서 트라이믹스(산소ㆍ헬륨 조정 기체)로 신속히 변경해 구조 활동을 했다고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왜 없겠는가. 열 길 물속을 안다는 속담은 틀렸다. 그간 가 본 수많은 수난구조 현장의 물속은 결코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 

 

45m 수심에 맞는 브리핑이 시작됐다. 체크 다이빙 때와는 다른 캡틴이 지명됐고 각자 준비한 브리핑을 진지하게 알려줬다. 척하면 척이었다.

 

두 번째였지만 수많은 현장을 함께 한 동료처럼 캡틴의 계획을 정확히 숙지하고 맞춰갔다. 교육 효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바로 보트에 올라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했다.

 

과감하게 보트에서 뛰어내린 우리는 자신이 내뱉은 공기 방울을 수면으로 날려 보내며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갔다. 손목에 찬 다이빙 컴퓨터의 수심이 40m에 다다르자 리조트 대표님 말대로 거대한 어초가 나타났다.

 

우리 조는 잠시 각자의 안전을 체크했다. 이곳에서 첫 번째로 확인할 점은 수온이었다. 물속 온도는 8℃였다. 추웠다. 이 정도라면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온도가 아니다.

 

왜 다이버들이 고가의 드라이슈트와 내피, 더 나아가 열을 발생시키는 히팅(heating) 조끼까지 착용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조는 계획한 대로 20분 동안 이곳에 머물 예정이다. 대형을 갖추고 이동했다. 그리고 천천히 인공 어초 쪽으로 향했다. 난 얼기설기 얽혀있는 인공 어초에 진입했다.

 

일종의 ‘오버헤드(overhead) 다이빙’이었다. 세월호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선박 내부로 진입하면 다이버는 결국 들어온 입구 또는 다른 출구를 찾아야만 나올 수 있는데 이런 잠수를 오버헤드 다이빙이라고 한다. 완전하진 않지만 어초는 이런 훈련을 하기에 좋은 장소다. 

 

상부 수심 39, 하부 수심 45m이니 우리가 찾아야 할 무언가가 있다고 가정하고 어초 내부를 이리저리 수색하는 훈련을 했다. 주의할 점은 좁은 어초 사이로 빠져나갈 때 자세다.

 

다이버가 착용한 장비가 걸리진 않는지, 내가 건드린 구조물이 뒤따라오는 동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지 등 미세한 움직임까지 신경 써 가며 어초 내부를 이동해야 한다.

 

그렇게 약속한 시간이 다 흘러 우린 계획한 대로 감압 상승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수면 마크 부이(smb)를 담당한 교육생이 smb를 슈팅(위로 쏘아 올리는 것)하다가 그만 놓쳐버린 것이다! 당황한 교육생에게 smb를 쏘겠노라고 수신호한 뒤 내 smb를 즉시 활용했다.

 

이런 상황 역시 현장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다이빙 전 점검에서 각자의 장비를 정확히 일치하는 ‘통합된(unified)’ 전략은 필수다. 장비의 소실, 고장 등에 대한 준비는 육상 출동 현장과 다를 바가 없으며 오히려 더 철저하고 섬세하게 준비돼야 한다.

 

돌발 미션

오전에 45m 다이빙을 무사히 마친 후 역시 조별 디브리핑을 통해 상호 의견을 교환했다. 더 세밀한 의견들이 오갔다.

 

특히 감압 전략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산소창(oxigen window)’, ‘S-커브’ 등 전문적인 감압이론과 이런 이론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용할 건가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스스로 의문점을 해결하려는 교육생들의 의지가 불타올랐다.

 

필자와 교관들은 최대한 그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 전달했다. 쉬는 시간 자체가 무의미했다. 앉았다 하면 오직 다이빙 얘기였다. 방, 김 두 외래강사는 분야별 이론 강의를 했다. 두 사람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자료 등을 이용해 멋들어진 이론 강의를 해줬다. 만족도가 높았다.

 

▲ 한정민 서울 중부소방서 팀장 특강

 

거기에 야심 차게 마련한 특강도 진행됐다. ‘천안함 수색’과 ‘세월호 사고 잠수 감독관’ 등 국내외 굵직한 대형 수난사고 현장을 몸소 겪은 소방 테크니컬 다이빙의 전설인 한정민 서울 중부소방서 팀장을 초빙해 이야기를 들었다.

 

한 팀장은 우리가 하는 다이빙의 본질은 오로지 ‘구조’에 있으며 상업적 다이빙에 편승해 본질을 상실하지 않길 당부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소중했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다이빙을 준비했다. 30m 난파선 다이빙이다. 부서진 난파선이 30m 수심에 있는데 이곳에서 수색 훈련을 계획했다. 그런데 열정 넘치는 방경호가 제안했다.

 

“돌발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주자”

 

말인즉슨 교육생들에게 예고 없이 위험 상황을 만들어 주자는 거였다. 예를 들어 착용한 탱크의 밸브가 고장 난다든지, 마스크를 분실해 예비 마스크로 바꿔 쓴다든지, 기체가 소실(Out of gas)된 임의의 상황을 급박하게 부여한다든지 하는 방식이다.

 

이건 테크니컬 다이빙을 배울 때 사용되는 교육방식인데 중요한 건 예고를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다. 우린 교육생들의 능력을 믿었기에 실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잠시의 시간 동안 고민이 됐다. 문제는 안전이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부여된 상황에 대해 당황해서 급상승 또는 다른 위험에 처한다면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전 브리핑 전 교육생들에게 예고했다.

 

“이번 다이빙에서는 각자에게 어떠한 미션이 주어질 겁니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마음의 준비를 당부하는 예고였다. 이 정도라도 해줘야 최소한의 안전이 담보될 듯했다. 이런 마음가짐은 현장에 다가가는 구조대원들에게도 필요하다.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도 좋지만 적당히 긴장하고 알 수 없는 위험에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가 오히려 사고를 더 줄일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 구조대상자 인양 준비

▲ 구조대상자 인양 감압 상승

 

30m 난파선에 도착한 각 조는 교관들이 제시한 미션을 훌륭히 수행했다. 기우였다. 배운 대로 정확히 위험 상황에 대처했다.

 

특히 우리 조는 나름 더 특별했다.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한 교육생(앞선 다이빙에서 smb를 놓친 교육생이라고 말 못 하겠다)은 실제로 자신의 기체를 거의 다 써버린 상황에 봉착했다. 말 그대로 실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와 동료 교육생은 당황하지 않고 공기를 공유하며 안전하게 상승했다. 그 교육생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정말이지 수백 번 연습했다. 특히 감압기체 공유를 위해 6m에서 서로의 산소를 나눠 마실 땐 진한 동료애마저 느껴졌다. 이 교육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음을 느꼈다. 

 

그 후 두 번의 50m 감압잠수까지 무사히 마쳤다. 사흘 동안 먹고, 자고 다이빙한 교육생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빡빡하고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단 한 시간도 쉽게 보내지 않았다.

 

두 번의 50m 잠수에서 총 런 타임(run time, 전체 다이빙 시간)은 1분의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얼마나 잘 계획하고 정확하게 다이빙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런 사고가 없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마지막 잠수인 30m 구조대상자 인양까지 완벽히 실습했다. 사실 이 부분은 여전히 실험단계라고 할 수 있다. 30m 깊은 물 속에서 사람이 살아 있을 확률은 없다.

 

하지만 ‘에어포켓’과 같은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에 구조대상자를 들것에 안정시키고 풀 페이스 마스크(full face mask) 등 다른 호흡장비를 착용해 상승하는 연습을 했다. 거기에 더해 감압정지까지 수행하는 미션이 주어졌는데 모두 안전하게 해냈다.

 

물속에서 다 같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은 후 바다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저녁 시간에 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으며 짧은 기간의 소회를 나눴다. 그저 감사했다. 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너무나 잘 해줘 감사했으며 나한테 감사하다고 하기에 또 그것에 감사했다.


해양경찰 잠수 시스템의 위용

리조트 대표님의 아쉬운 배웅을 받으며 아침 일찍 포항을 떠났다. 이번 교육의 유일한 육상 교육인 감압 챔버 교육을 위해 부산 영도에 있는 해양경찰 중앙해양특수구조단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는 길은 피곤했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여전했다. 그곳에 도착해 담당 교관인 박재형 경장을 만났다. 작은 키였지만 탄탄한 몸에 선한 눈매를 가진 그는 우릴 반갑게 맞이했다.

 

“시설부터 한번 보실까요?”

 

박 경장의 안내를 받으며 해경이 자랑하는 대심도 잠수훈련장에 갔다. 15m 수심의 풀장이 사무실 바로 옆에 있었다. 그것도 한 건물에 말이다.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실내 훈련장이 없어 이곳저곳 사설 잠수 풀장을 전전하는 소방 동료들이 눈에 밟혔다. 그 외 다양한 훈련시설을 보며 역시 바다를 담당하는 해경의 위용을 느꼈다.

 

▲ 챔버 이론교육

▲ 챔버 안전교육


바로 감압 챔버에 대한 이론교육을 받았다. 박 경장은 해양경찰 최초로 ‘잠수 기능장’ 자격을 취득한 재원이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우리에게 아낌없이 알려줬다.

 

사실 감압 챔버는 다이버들의 감압병 치료에 필수적인 시설이다. 만들어진 작은 공간 안으로 들어가 실제 물속에 있는 압력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고농도 산소를 흡입함으로써 몸 안의 잔류질소를 배출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깊은 물 잠수를 한다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의 감압 챔버 시설 정보는 필수로 알아야 하는데 이렇게 직접 배우고 체험까지 할 수 있어 너무나 유익한 교육이었다.

 

실제 해경이 운영하는 잠수 지원정에 탑승해 챔버 체험까지 마친 교육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피곤해 보였지만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자부심과 교육에 대한 만족이 얼굴에 나타났다.

 

해경 중특단에서의 일정을 끝으로 모든 교육을 마쳤다. 그곳에서 간단한 우리만의 수료식을 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일정에 모두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 나왔다. 

 

 

“다시 만날 겁니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우리 같은 소방관이 먼 길을 달려와 만날 이유는 두 가지다. 대형 재난 현장 아니면 장례식장…. 개인적인 만남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소방관의 기구한 삶을 나름 특별하게 표현한 말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야 삶의 무수한 일 중 하나지만 몸을 부대끼고 함께 숨을 나눠 마신 사이들이라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13명의 다이버들은 그렇게 헤어졌다. 

 

Thanks To.


2년 전 김정민 선임교관의 생각으로 시작된 구조잠수 교관 전문화 과정. 힘들고 지루했던 우리만의 준비 기간은 정말 이 교육을 무사히 치를 수 있겠느냔 고민으로 가득한 날들이었다.

 

주변의 걱정과 만류 그리고 보이지 않는 비아냥까지 감수했던 교육이었다. 그렇게 결국 해냈고 그 결과를 자부한다. 이유는 자명하다.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우리가 가야 할 일이 있다면 해야 하는 것. 함께 보냈던 지난 5일은 결코 힘들거나 어려운 시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담대한 도전을 허락하고 힘껏 도와주신 부산소방학교장님과 각 과장님, 계장님.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담당 부서 주임님, 반장님. 멀리서 한달음에 달려와 줘 힘써 준 한정민 팀장님과 김경호, 방경호 주임님. 소속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았던 해경의 박재형 경장님. 모두에게 한없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나를 믿고 따라 준 부산소방학교 김정민, 유하준, 유동욱 교관과 부산진소방서 최대희 부장에게도 지면을 통해 고마움을 전한다. 무엇보다 이 교육의 중심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참여해 준 8명의 동료 소방관 교육생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위기에서 서로 진짜 동료가 된다’

손자병법

 

소방관이 달려가는 현장은 많다. 그중에 무엇 하나 위험하지 않고 어렵지 않은 현장이 있을까? 그런 위험과 어려움 속에 우린 동료를 잃기도, 얻기도 한다. 나는 느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정말 얻은 성과는 깊은 물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기술보다 소중한 나의 동료라는 것을.

 

위험을 나눠 갖는 내 옆의 동료가 있기에 우리가 가는 곳이 뜨겁고 막막한 불 속이든, 차갑고 깊은 물속이든 두려움을 이기고 발길을 내디딜 수 있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팀(Team)! 이 말이 꼭 물에서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잘 안다. 

 

 

부산소방학교_ 김강윤 : udt4682@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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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소방조직 미래 ‘새내기 소방관’ 교육, 전면 개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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