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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소방학교초청 국제 실화재 합동 훈련’- Ⅴ

배움과 보람으로 가득했던 열흘간의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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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소방서 이형은 | 기사입력 2023/11/20 [10:00]

‘홍콩소방학교초청 국제 실화재 합동 훈련’- Ⅴ

배움과 보람으로 가득했던 열흘간의 훈련…

서울 은평소방서 이형은 | 입력 : 2023/11/20 [10:00]

<지난 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소회(Remind)

지난 호에서는 홍콩소방학교에서 교육하는 내화구조 화재진압 개념이자 훈련 장비까지 연결된 ‘ABC Zonning’에 대해 알아봤다.

 

▲ ABC Zonning(출처 홍콩소방학교 HKFASA)

 

내화구조 구획실 화재진압 시 화재지표를 통한 육안 등 체감되는 화재 성상의 직접적인 확인을 통해 화재 범위에 포함된 구간을 A: 농연 구역, B: 화염 구역, C: 화점 구역으로 나눈다.

 

소방대원이 구획실 화재진압을 위해 내부에 진입하며 순차ㆍ단계적으로 접할 수 있는 각 구역에서 발현되는 화재 성상에 맞는 주수 기법과 전술로 화재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데 그 목적과 의의가 있다.

 

‘ABC Zonning’ 개념의 연장선으로 앞서 언급한 ‘CFA(Compartment Fire Attacker)’ 코스, 즉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구획실 화재 전문 진압대원’ 코스가 있다.

 

홍콩은 CFBT 이론을 세계적으로 확산ㆍ보급에 이바지한 국제적 모임인 IFIW에 초창기부터 참여한 여러 국가 중 하나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 코스를 사설 자격화하지 않고 공설화했다. 

 

CFBT 이론과 기법을 교육훈련에 녹여내면서 2주 과정의 전문교육과정에 입교해 충분히 익히고 숙지하면 CFBT의 기본적인 내용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는 방향성의 차이일 뿐 틀린 얘기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교류를 통해 발전을 거듭하는 CFBT를 그대로 흡수하는 게 아니라 그 토양을 바탕으로 홍콩만의 CFBT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게 명확하게 느껴졌다. 소위 말하는 홍콩 패치가 설치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그 패치는 강사진이 바뀌어도 전통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시대 계승을 통해 지속해서 버전업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홍콩소방학교의 훈련장 내부 높이에 따른 온도 차이 사진(출처 홍콩소방학교 HKFASA)

홍콩소방학교는 앞서 언급한 ABC Zonning 외에도 CFBT 국내화를 바탕으로 플래시오버 관측, 즉 데모셀 훈련을 바탕으로 운영상 진행되는 셀 내부 상중하 세 개 층의 온도 차에 따른 사진을 제작ㆍ발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높이차에 따른 온도 레벨링 사진은 실화재 훈련뿐 아니라 내부 진입 시 왜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시각적인 중요성을 명확히 해주는 계기가 됐다. 

▲ 홍콩소방학교 측의 국제교육훈련 시간표(출처 홍콩소방학교 HKFASA)

 

서울팀이 홍콩소방학교에 방문해 CFS(Compartment Fire Specialist) 교관들과 함께 진행한 커리큘럼은 지난 2019년 경기소방 양재영, 최기덕 부장이 리드한 한국팀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통역을 거쳐 내용이 전달되다 보니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는 거다. 따라서 홍콩소방학교 측에서도 국제교육의 경우 CFBT 이론에 대한 이해가 있는 국가와 대상을 기준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전에 이론을 마치고 오후 시연ㆍ실습 세션을 하다 보면 이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수업과 세션에서 CFS 강사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각 과목에 영향을 준 존 맥도너(John McDonough)와 라스(Las Axelsson) 등 세계적인 강사의 지식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우리가 진행하는 모든 교육훈련은 실제 사용돼야 함을 기본원칙과 목표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평가ㆍ제도적 기준에 영향을 받아 매뉴얼화ㆍ정형화되다 보니 실질적인 사용보단 제식과 절차에 중점을 두는 훈련으로 변모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증제도를 위한 훈련 따로, 실제 현장 활동 따로인 아이러니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현실을 알고 있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어려워 쉽게 바뀌기 어려운 실정이다.

 

▲ 이론과 실제는 늘 차이가 있고 이 간극을 좁히는 게 운영자들의 숙제다(출처 www.tutoringandtestmastery.com).

서울소방은 몇 년 전부터 본부 단위로 소방훈련팀을 운영하며 큰 변화를 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방훈련팀에서 추진 중인 다양한 훈련 중 매주 시행하는 주간 팀 전술훈련, 월간 불시출동 훈련 등은 팀과 인원에 맞춰 제식처럼 진행하는 게 아닌 실제 화재 현장 활동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그에 맞는 상하반기 평가도 이뤄진다.

 

물론 이 또한 시행 초기에 큰 반발에 부딪혔다. 하지만 최소 연 2회 인사발령이 진행되는 소방 특성상 인원변동이 잦은 현실을 고려할 때 젊은 직원들에게 손발을 맞춰볼 기회가 주어지는 이런 훈련법의 인기는 조금씩 일반화ㆍ보편화 되고 있다.

 

최고의 훈련을 진행한 후에 “현장에서 이걸 해?”라는 자조 섞인 불만ㆍ불평보단 “이 정도는 현장에서도 하고 도움도 되지”라는 의견이 많아졌다.

 

홍콩소방학교 CFBT Unit도 기본적인 소방호스 전개 등 현장 활동의 기초사항에 대한 혁신과 변화, 실질적인 적용에 따른 고민이 많이 보였다. 훈련 기간 중 홍콩 측에서 제작한 영상을 바탕으로 이런 부분을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다 보니 사실 홍콩의 밤거리(?)라고 하는 야경은 기간 중 딱 한 번밖에 볼 수 없었다. 홍콩소방학교의 위치도 위치거니와 왕복 택시비만 해도 5만원은 나오는 현실이라 다녀오면 다음 날 훈련에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참여한 모든 대원이 외출보단 복습을 선택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 서울소방재난본부 소방훈련팀에서 제작한 팀 전술훈련 영상

 

▲ 훈련을 마친 저녁 실질적인 현장대응적용을 위해 토론하고 있다.

 

열흘간의 훈련을 마치고…

5일간의 홍콩 측 훈련, 5일간의 서울 측 훈련을 마치고 든 소회는 여러 가지였다. 그중 대표적으로 잊히지 않는 부분을 정리해 공유하고자 한다.

 

1. 대상에 맞는 교육 커리큘럼과 학습 내용

어찌 보면 교육을 진행하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골자가 되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초등학생을 앉혀놓고 대학물리와 수학을 줄줄 읊는다면 그건 교수의 만족인지 진정 학생들을 위한 교육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실화재 이론에서 학습하는 다양한 물리 등을 원리에 따라 설명할 때 과연 그 대상에 맞는 수준의 교육내용을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반문할 필요가 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알려주며 교육참여자의 이해도 수준을 비하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교육 운영도 없을 테다. 교육하는 강사는 최소한의 이해를 위해 내용을 곱씹어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실화재 초급반을 통해 처음 실화재를 접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물리와 역학 공식을 설명하는 게 과연 직원들을 위한 건지, 본인의 만족을 위한 건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 중국 복건성의 산밍시 소방에서 벨기에 CFBT 국제강사 카렐 램버트(Karel Lamert)를 초빙해 교육훈련을 진행하고 있다(출처 카렐 램버트 페이스북).

 

이 때문에 각국에서는 보편화된 CFBT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각 강사의 교육훈련 운영 노하우를 배우고자 국제적인 강사 초빙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폴란드는 국제강사 션 라펠(Shan Raffel)을 초빙해 자국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과정을 운영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 최근 2년간 가장 많은 국제강사를 초청한 국가다.

 

우리나라는 예산 등을 이유로 초빙보단 심의를 통한 팀 편성으로 국외훈련을 보내는 경우가 더 많다. 실화재 훈련을 진행할수록 이론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거다.

 

이후 차이가 나는 건 이론의 심도와 교육훈련의 운영 방향, 디테일 정도가 아닐까 싶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국에서는 활발히 교관 혹은 강사 간의 교류를 장려하며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소방학교를 중심으로 매년 화재교수교관 워크숍을 통해 전국 화재교수교관 간 활발한 지식과 경험 등이 교류된다. 하지만 교육수요 증가와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수년째 중단된 상태다.

 

2. 풍부한 인력풀 양성

기초 인력풀이 없다면 전문 인력풀과 강사 인력풀 또한 육성할 수 없다. 이는 지난 호에서 언급한 인력풀 양성의 중요성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해외의 경우 실화재 혹은 CFBT 기본반을 3일 정도의 과정으로 빈번하게 운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훈련장을 소유한 대다수의 시도가 기본교육과 전문교육만으로도 수요가 빠듯해 그 외 교육훈련을 추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시간ㆍ인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현실임을 나타낸다. 

 

전문과정을 운영하며 관심과 실력이 있는 직원을 발굴하고 조성된 인력풀을 활용해 기초인력 양성, 전문화된 교육훈련, 다양한 보조강사 활동 등 풍부한 실전훈련연습을 한 후에야 전문 인력풀이 양성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타국의 5일짜리 강사과정을 다녀오면 바로 전문 인력풀이 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나마 이런 부분이 최근 소방청 교육훈련단에서 추진하는 실화재 기반조성 T/F 활동을 통해 인식과 제도적 개선의 움직임이 보이는 상황이다.

 

실력 있는 전문가가 없으면 좋은 교육훈련도 이뤄질 수 없다. 이런 인력풀 양성과 저변 확대 그리고 시도 간의 교류를 위해 출강 요청 시 전국에서 엄선한 열정 있는 직원들을 교육훈련에 대동해도 본인의 영향력 행사나 소위 인맥 끌어당기기 식의 활동으로만 생각하는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기만 하다.

 

사람의 눈은 유튜브 쇼츠 등의 발달 이후 어느 순간 보는 것 이상의 사고라는 기능이 멈춘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119플러스> 매거진 2022년 9월호 ‘[FOCUS] 화재진압대원 필수 과정 ‘실화재 훈련’ 청사진 그려졌다’ 참고).

 

3. 전문가 양성을 위한 환경기반 마련

이 부분은 기관마다 분위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지휘관과 동료 대원들의 인식에 따라 생각하는 바가 많이 틀리기 때문이다. 일례로 홍콩은 중국반환 이후 중국소방이 군부에서 독립함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의 움직임과 같이 실화재 기본 훈련시설이 생겨났다.

 

효과적인 운영과 정확한 지식 전달을 위해 홍콩소방학교의 CFS 강사를 많이 초빙하고 이를 기관과 개인의 영광, 자랑으로 생각한다. 인정받아 초빙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최하위계급인 소방사 시절 소방학교에서 재난ㆍ현장 관련 교육훈련을 받을 때 외부기관에서 소방관 출신이 아닌 전문강사들의 강의를 들으며 많은 걸 배웠다.

 

한편으로는 ‘왜 소방관 출신 강사들이 현장 교육훈련을 운영하지 않을까?’, ‘현상을 거론하는 뉴스의 전문가 인터뷰에 왜 소방관이 나오지 않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전국적으로 화재진화사(현 화재대응능력)의 보급 확대가 시작되며 현장전문가 양성이 청 차원에서도 제도적으로 주장되고 정책적으로 강화ㆍ추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타 시도 교육기관에 출강하는 직원들은 소위 알바 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 단체나 기관이 아닌 소방청 산하의 교육기관에 소방관들과 지식 경험을 나누는 전문 교육훈련 출강인데도 오직 개인의 금전적 이익과 욕심을 위해 출강하는 거로 인식될 때가 많다. 이런 부분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축적된 출강에 대한 이미지를 쉽게 바꿀 수 없음을 대변한다.

 

▲ 서울소방학교 신규 임용자들이 실화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하고 성공적인 훈련을 위해 뜨거운 훈련을 준비하고 진행해도 본연의 업무로 인정받지 못하고 되려 근무부서와 동료에 따라 알바하러 간다는 이야기를 듣는 직원이 아직 많다(출처 서울소방학교).

 

하지만 앞으로의 세대가 화재 현장을 포함한 재난 현장과 관련된 전문교육에 더 특성화ㆍ전문화돼 시도별로 공유ㆍ전파하려면 이런 인식은 꼭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녀노소를 떠나 경 이상 간부와 위 이하 비간부의 출강 인식차는 조직 내부적으로도 매우 크다.

 

따라서 전문성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공부하면서 준비 중인 위 이하 직원들은 이 부분을 유념해야 한다. 겸손과 덕양을 바탕으로 주변을 배려하고 고마움을 잊지 않는 출강 활동을 하길 권장한다.

 

오히려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얘기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고 귀에 들리면 구설에 오르기 시작한다.

 

가장 많은 인원 분포에도 특성화 방면에서 가장 뒤처지는 게 화재 분야일지 모른다. 구조의 경우 수난이나 로프, 도시탐색 등 본인이 원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특성화ㆍ전문화하고자 한다면 진로를 택할 수 있다. 하지만 화재는 아직 개척단계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척박한 땅에도 언젠가 꽃은 피지만 비옥한 토양에서 따뜻한 햇볕과 충분한 수분, 사랑을 바탕으로 화재진압 분야의 특성화 훈련들이 발전하길 기대하고 기원한다. 

 

서울 은평소방서_ 이형은 : parkercorea@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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