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서울시민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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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구급대원 증원과 구급차 증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1월 7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는 ‘응급환자로의 신속한 접근과 이송을 위한 시민 생명 지킴이 119구급대 정책포럼’이 열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지부장 백호상)가 주관한 이 포럼엔 김용호ㆍ박칠성ㆍ박유진 서울시의원과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 서울소방 소속 구급대원 등 약 80명이 참석했다.
백호상 지부장은 개회사에서 “대한민국 소방관들은 시민의 생명을 지킬 의무가 있지만 현실엔 너무나 높은 벽이 있다”며 “이 벽이 무엇인지 토론을 통해 서로 생각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원들의 격려사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용호 시의원은 “구급대원의 출동 강화로 인한 응급환자 접근 지연 등 오늘 토론에서 나온 부분들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개선점이 있으면 돕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칠성 시의원은 “구급대원의 노력에도 골든타임 내에 도착하는 비율은 30% 수준”이라며 “부족한 구급차가 대표적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 배치된 구급차 181대가 연간 40~60만건 출동하는 등 업무 가중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방안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오늘 정책포럼에서 실효성 있는 방안이 논의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유진 시의원은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가 가장 의지할 사람이 군인과 소방관”이라며 “오늘은 지혜를 모아 가장 좋은 안을 찾는 시간이다. 저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주제 발표는 ▲이도원 관악소방서 구급대원(출동 과다로 인한 응급환자 접근 지연의 사례와 환자의 예후) ▲유은지 주한미군 의무사령부 응급구조사(미국의 응급의료 대응체계와 구급 유료화의 장단점) ▲김성현 강남소방서 구급 주무관(구급차 증차를 통한 응급환자로의 신속한 접근 방안) ▲채종길 서울연구원 안전인프라연구실 박사(구급 출동 환경 개선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향) 등이 진행했다.
<FPN/119플러스>가 구급차 뺑뺑이로 인한 골든타임 지연 등 여러 사안에 대한 해결책이 있는지 현장 구급대원과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도원 관악소방서 구급대원
출동 과다로 인한 응급환자 접근 지연의 사례와 환자의 예후
응급의료란 응급환자 발생부터 생명의 위험을 회복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응급환자를 위해 행해지는 상담과 구조, 이송, 응급처치, 진료 등의 조치를 말한다. 응급의료체계는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단계로 나뉜다. 119구급대는 병원 전 단계를 맡는다. 병원 전 단계 조치로는 출동, 의료지도, 현장 처치, 이송병원 선정 등이 해당된다.
서울소방의 구급차 보유 대수는 2021년 기준 171대다. 경기도는 273, 경북은 171대다. 현재 전국 재난 건수를 보면 서울 114, 경기 143, 경북 43건이다. 서울과 경북의 구급차 수가 같지만 재난 건수에선 확연한 차이가 난다.
구급대원은 구급차 안에서 병원 상황판을 확인한다. 그런데 이송할 수 있는 병원이 없는 경우가 많다. ‘CPR 포함 불가’라는 건 심정지 환자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또 보통 병원 응급실 앞엔 구급차들이 많이 서 있다. 몇 시간이 흘러야 병원에 들어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심폐소생술은 1분 1초가 정말 소중하다. 단 1초라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하느냐에 따라 환자 예후가 달라진다. 심폐소생술이 1분 늦을 때마다 살아날 확률이 10% 감소한다고 한다. 10분이 지나면 소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뇌졸중 환자가 발생해 출동한 적이 있다. 환자는 12살 아이였다. 그런데 주변에 이송 가능한 병원이 없었다. 찾는 데만 30분이 걸렸다. 12살 아이면 있는 자리를 비워서라도 받아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경기도권에도 전화했지만 받을 수 없다고 해 결국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실로 향했다. 관악구에서 종로까지 거리는 15㎞다. 서울 시내에서 15㎞를 이동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는 걸 누구나 알 거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159명이 사망한 정말 안타까운 사고였다. 기록을 보니 한 구급대가 출동한 5번 중 4번을 사망자 이송에 할애했다. 긴급이나 응급상태인 사람들을 먼저 병원에 이송했다면 그보다 더 적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린 환자 이송 순서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관악소방서엔 구급차가 7대 있다. 현재 출동 건수를 보면 11건이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환자의 자해 소동으로 4시간 동안 현장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 시간 관악구에 26건의 구급 출동이 있었다. 다른 구급 현장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사람을 살리고 싶어 구급대원이 됐다. 그러나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걸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다.
성수대교ㆍ삼풍백화점 붕괴와 아현동 가스 폭발,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등 대한민국엔 그동안 수많은 재난사고가 발생했다. 부디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게 작은 바람이다.
유은지 주한미군 의무사령부 응급구조사
미국의 응급의료 대응체계와 구급 유료화의 장단점
미국에서 응급구조학과 응급의료서비스학을 전공했고 미국 소방서와 사설 구급대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했다. 지금은 주한 미8군 의무사령부 캠프 험프리스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 중이다.
미국의 응급의료서비스 모델은 소방서와 사설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소방서는 우리나라 구급시스템과 같다. 지방 예산을 통해 운영되고 구급뿐 아니라 화재 출동에도 나간다.
반면 사설은 병원이 기반이다. 환자 보험회사나 정부 공공보험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운영한다. 소방서와 달리 구급서비스만 제공한다.
미국은 신고가 접수되면 상황실 직원이 신고자 위치에 가장 가까운 구급차를 배치한다. 환자는 소방서와 사설 중 자신이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없다. 미국에선 고품질 응급의료서비스를 평가하는 데 출동 시간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기본 인명 소생술을 담당하는 BLS는 5분 이내, 전문소생술을 담당하는 ALS는 9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가장 빨리 출동할 수 있는 구급대를 배치하는 이유다.
미국의 응급의료서비스는 무료였던 적이 없다. 더욱 전문적인 응급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뉴욕의 BLS 평균 비용은 한화 127만원, ALS는 172만원이다. 여기에 이송 거리당 수수료가 또 발생한다. 미국은 응급의료서비스 비용이 비싸기에 출동이 많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오해다.
뉴욕의 하루 출동 건수는 4천건이다. 시카고는 미국에서 응급의료서비스 비용이 가장 비싼데도 하루 3500건 출동한다. 이렇게 비싼데 응급의료서비스 비용은 환자가 다 낼 수 없다. 미국인의 65.6%가 사설보험, 36.1%는 공공보험을 들었다. 나머지 7.9%는 보험을 들지 않은 무보험자다.
문제는 공공보험이다. 공공보험은 저소득층이나 소득이 없는 노인이 일정 금액(20%)을 내면 나머지는 정부가 부담(80%)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공공보험에서 평균 9.9%만 환급됐다. 그래서 세금을 올리든지 소득이 높은 환자에게 비용을 더 많이 청구하고 있다.
구급 서비스 유료화엔 이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응급처치 지식 향상과 구급차 추가 배치 등 응급의료서비스 품질향상이 이점이다. 이 부분엔 동의한다.
그러나 구급 서비스 유료화 때문에 비응급 출동이 감소할 거란 부분엔 동의하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건강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2018년 발표된 논문을 보면 저소득층 지역일수록 구급차 출동 건수가 많고 출동 시간도 3.75분 늦었다. 출동 시간이 늦으면 심정지나 뇌졸중 환자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은 환자의 지불 능력과 상관없이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출동해야 한다. 구급대원은 이송을 거부할 수 없다. 출동 건수 감소와 유료화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119구급대 유료화를 하려면 공공자금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제공한 서비스만큼 돌려받을 수 있는 신뢰 높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채종길 서울연구원 안전인프라연구실 박사
구급 출동 환경 개선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향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소방 구급대의 하루 평균 출동 건수는 12.05건이다. 진압대(1.6건)와 구조대(1.7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구급대원 이야기를 들어보니 24시간 중 12번 정도 출동하면 ‘초죽음 상태’라고 말한다. 서울소방 구급대원은 그 한계선에 근접하고 있다. 강남소방서 구급차는 출동이 너무 많아서 거의 소방서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소방서비스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구급대 출동은 보통 세 명이 한다. 그런데 연차 등 개인 사정으로 두 명이 출동하는 경우가 많다. 구급대가 CPR 등 응급처치하면서 이송병원을 선정해야 하는데 두 명으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시민 요구에 못 미치는 인력이 운용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또 서울 119안전센터 세 곳 중 두 곳이 구급차가 한 대밖에 없다. 출동했을 때 또 다른 신고가 들어오면 대응이 안 된단 얘기다. 센터에 최소한 구급차가 두 대 정도는 배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서울시 구급차를 한 번에 100대씩 늘리긴 힘들다.
출동이 많은 상위 37개소, 또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하루 11번 출동하는 101개소에 차량이나 인력을 먼저 늘리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 상위 37개소 모든 곳에 구급차 두 대를 배치하려면 22대를 추가해야 한다.
구급차 한 대가 1억5천만원 정도니 33억원의 예산이 있으면 충분할 것 같다. 구급대원은 264명 정도를 증원하면 아주 시급한 곳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구급차를 증차하고 구급대를 증원하고 싶어도 법ㆍ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다.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2급 구급이 15명 또는 9명이다. 3명, 3명, 3명 등 9명에 나머지는 2명, 2명, 2명이 팀을 이뤄 출동하라는 얘기다. 2명이 출동해도 된다는 걸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소방청 훈령인 ‘지방 소방조직 및 정원관리에 관한 규칙’을 보면 1급 구급은 구급차 2대, 2급은 구급차 1~2대, 3급은 구급차 1대를 편성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 규정을 따르면 구급차는 절대 두 대 이상을 넘을 수가 없다. 출동 차량과 인원을 제한하는 이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
먼저 현행 3급으로 나뉜 구급대 등급에 특급을 신설해 4급 체제로 운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소방차 3대 이상을 운영할 수 있는 증차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근무교대도 4조 교대를 운영해야 3인 탑승이 지속해서 이뤄질 거로 보인다.
경찰은 4조 2교대를 운영하고 2021년부터 5조 3교대를 하는 곳도 있다. 소방은 경찰보다 열악한 환경이다. 업무 중요성이나 유사성 등을 고려해 소방도 거기에 맞춰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나 자신이, 우리 가족이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그 환경을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소방과 시민. 서로가 서로를 지켰으면 한다.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