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재 훈련(C.F.B.T)
교육생들이 채용시험을 준비할 때 무작정 글로만 외운 현상들을 직접 눈으로 관찰하고, 열기를 느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길 바란다.
간혹 현장에서 ‘어떻게 느긋하게 화재를 관찰하고 있냐’는 말을 하곤 하지만 현장을 떠나서 화재 자체를 이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데모셀(화재성상관찰)은 실화재 훈련의 아주 일부일 뿐이다. 현장에서는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교육에 참가한 120기가 화재에 관심이 생겼다면 그것만으로도 대성공이라고 믿는다. 지화지기(知火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
전기차 화재진압 전술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많이 남는 교육이다. 전기차 화재가 뜨거운 감자인 만큼 더 자세히 교육하고 싶었는데 인원 대비 부족한 시간과 장비로 인해 그러지 못해 미안함이 남는다. 최대한 실전같이 해보려고 전기차는 아니지만 폐차를 준비해 차량 화재 상황을 만들었던 노력만은 알아줬으면 한다.
교육 시 주로 실습한 전기차 화재용 수조, 질식소화포, 상방향 관창 등 장비 조작과 전기차 화재진압은 어떤 소화 방식을 택해야 하는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진짜 전기차 화재는 실습처럼 쉽게 꺼지지 않을 거란 사실도 함께 기억하길….
종합전술훈련(고층 화재ㆍ지하철 화재ㆍ산불진압)
그간 배운 것들을 모두 적용해 화재진압 시나리오를 수행해 보는 종합전술 시간.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는 말처럼 머릿속에 계획은 완벽했을 텐데 하다 보니 생각처럼 흘러가진 않았을 테다.
그 교육 시간에 다른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서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다들 망했을 거라고 믿는다. 한번은 고층 화재진압 디브리핑 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어차피 잘 안 될 걸 알면서 왜 신임교육 때 전술훈련을 해보고 재직자가 돼서도 반복해서 훈련할까? 훈련 때 했던 실수를 현장에서 하지 않기 위해서 한다”
결국 찾지 못한 책상 아래 구조대상자와 꼬인 수관, 듣지 못한 무전, 큰 소리로 말해도 어려웠던 팀원들과의 의사소통 등 각자 느낀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나중에 현장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 소방관이 되길….
일반적인 크기의 주택과 고시원에서 진행한 고층 화재진압 전술, 광활한 공간과 다수의 인명피해가 예상되고 지하층이 주는 어려움을 마주했을 지하철 화재진압 전술, 등짐펌프와 수관의 무게를 이겨내고 빠르게 확산하는 화재를 따라가 진압해야 하는 산불까지 어느 하나 쉬운 훈련은 없었지만 열외 없이 잘 마무리해준 120기 B 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상 탈출 훈련
화재 교육의 마지막 시간이기도 하고 평가가 끝난 후 진행하기에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훈련하지만 막상 배웠던 비상 탈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면 내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일 수 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절대 오지 않길 바라지만 말이다.
2층이라 그리 높진 않았지만 높은 곳을 불편해한 교육생들에겐 한 단계 성장할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수관을 활용한 비상 탈출 시 졸업 영상 분량 확보를 위해 한 마디씩하고 탈출하라고 했는데 그 귀한 시간을 내 이름으로 삼행시를 해준 석찬이를 포함, 애인이나 부모님이 아닌 내게 한마디씩 해준 교육생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하나의 목표, 두 배의 용기, 영원한 안전! 120기에게
더위와 추위 모두 싸워가며 화재 교육을 수료하느라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처음 소방에 발을 딛는 교육생들이 처음 만나는 소방관 중 한 명이 저이기에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늘 조심스럽습니다.
게다가 새로 오신 화재 교수님들까지 계셔서 더 부지런해야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신경 쓰다 보니 여러분과 찍은 사진이 몇 장 안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나고 보니 아쉬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모쪼록 5주간의 시간을 뒤돌아보면서 힘들었지만 많은 걸 배우고 즐거움도 있던 시간으로 기억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께서 제게 좋은 교육생이었던 만큼 저도 여러분에게 좋은 화재 교수였길 기대합니다.
여러분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진또배기 120기 파이팅!
서울소방학교_ 김정현 : 8biteuro@seoul.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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