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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보다 뜨거웠던 화재 교육 이야기- Ⅰ

서울소방학교 진또배기 12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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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방학교 김정현 | 기사입력 2025/01/13 [10:30]

불보다 뜨거웠던 화재 교육 이야기- Ⅰ

서울소방학교 진또배기 120기

서울소방학교 김정현 | 입력 : 2025/01/13 [10:30]

지난해 10월 30일 유난히도 길고 길었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120기 B반 신임교육생들과 처음 만났다. 전 기수는 분반이 없던 터라 화재 교육이 한 번으로 끝났다. 신임교육과정이 오랜만이라 들뜬 나와는 달리 긴장한 교육생들… 첫날의 분위기는 늘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5주간 부대끼며 교육생들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지금 와 생각해보면 긴장이 아니라 긴장한 척 연기했다는 확신이 든다.

 

그들이 이 글을 읽게 될 땐 바쁜 소방학교 생활로 화재의 기억이 희미해졌을 수 있다. 23일간의 모든 교육을 짧은 글에 전부 담아내기 어려워 그들이 흘린 땀이 별일 아닌 것처럼 비칠까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도 이 글을 통해 교육생들이 동기들과 동고동락한 추억을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전국의 신임 소방공무원들도 받았던 화재 교육을 상기하며 서울소방학교의 교육과 비교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개인보호장비의 이해 ‘방화복ㆍ공기호흡기 착용’

▲ 개인보호장비 교육을 들으면서 현장에서 개인보호장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습니다. 현장에서 구조대상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자신의 안전 또한 지키기 위해 정확한 착용 방법을 숙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150번 교육생 손효정>.

 

서울소방학교 화재 교육의 시작은 개인보호장비(PPE) 착용 숙달이다. 체력이 아무리 좋은 소방관도, 다른 장비를 모두 다룰 줄 아는 소방관도 결국 PPE를 정확하게 착용하지 못하면 화재 현장에서 아무 소용이 없다. 본인이 안전해야 화재를 진압하고 구조대상자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생들이 방화복을 두 시간 내내 입고, 벗고 하면서 ‘답답한데 왜 목 밸크로를 붙이라는 거야’, ‘헬멧 물받이는 왜 정리하라는 거야’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경험에 빗대어 설명했지만 아무래도 편안한 곳에서 입는 상황이기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늘 PPE만큼은 꼭 훈련했던 것처럼 착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장에서 뜨거움을 느끼며 몸으로 배우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화재 교육 내내 함께한 등지게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던 면체… 이때만 해도 무거운 데다가 답답하고 호흡하기 힘들어했던 교육생들이 날이 갈수록 소방가를 부르며 면체 구보를 하고 계단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당분간 PPE를 만질 일은 없겠지만 서에 가면 다시 내 옷처럼 익숙해져야 한다. 신속ㆍ정확ㆍ완전무결하게 입고 현장 활동을 하길 바란다.

 

로프 종류와 이해 ‘로프 매듭법’ 

▲ ‘가장 좋은 매듭 방법은 자신의 손에 가장 익숙한 매듭’이라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나만의 매듭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고 발전시키고 싶은 계기가 된 교육이었습니다<81번 교육생 강민준>.


매 기수 교육생이 바보가 되는 로프 매듭법. 8자 매듭, 두 겹 8자 매듭, 이중 8자 매듭, 중간 8자 매듭, 되감기 8자 매듭 등 이름도, 만드는 법도 헷갈린다. 게다가 진압 장갑까지 끼면 내 손이 내 손 같지 않은 마법이 펼쳐진다고 느꼈을 교육생이 있을 거다.

 

그래도 장갑을 벗겨줄 순 없었다. 장갑을 벗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매듭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매듭법을 다 알 필욘 없지만 언제 써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되도록 용도에 따른 매듭법 두 개쯤은 꼭 마스터하길 바란다. 특히 매듭은 연습과 반복 숙달만이 답이다.

 

관창 조작ㆍ주수기법ㆍ소방호스 운용

▲ 관창의 종류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 기능을 가진 관창들의 조작 방법을 익혀 현장에서 다양한 화재 상황에 맞는 관창을 사용해 화재를 더 효과적으로 진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86번 교육생 권용혁>.

 

처음 소방호스를 전개했을 때 마음과는 다르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결합하면 꼬이고, 회수할 때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어떤 방식으로 전개할지 고민하게 되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화재 기간 늘 함께한 소방호스 전개. 앞으로도 꾸준히 고민하고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143번 교육생 최태성>.


진압대의 시그니처는 누가 뭐래도 관창과 수관이다. 수관은 보기보다 무겁고 축축하다. 게다가 사용 후에 물을 빼고 말린 후 회수하는 과정들이 귀찮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이 귀찮다면 그건 진압대원의 마인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관은 화재 현장에서 우리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수관 전개 시 생각 없이 바닥에 툭툭 내려놓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120기 교육과정에 체력단련을 포함한 많은 시간을 수관 전개에 투자했다. 처음엔 많이 미숙했지만 점차 “이렇게 준비해보자”, “저렇게 전개해보자”며 서로 얘기를 나누는 교육생들을 보며 ‘수관 전개만큼은 최고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생들이 관창에 대해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관창이 뭐냐고 물었을 때 “열면 물이 나오고 닫으면 물이 안 나온다”고 했던 답변이 기억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관창을 설명하기엔 너무나도 단순한 설명이 아니었나 싶다. 

 

다양한 주수 방법과 유량, 물방울, 각 관창의 특징 등 많은 내용이 관창에 숨어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짧은 시간에 전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벅찼겠지만 나중에 선배님들께 꼭 다시 배우길 바란다. 궁금한 게 생기면 화재 교수들에게 연락해도 좋다.

 

관창은 화재 현장에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라는 걸 잊지 말아야한다. 관창이든 수관이든 조작이 서툴면, 적절한 주수 기법을 활용하지 못하면, 수관을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면 결국 현장에서 우리가 더 힘들어지고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한다.

 

‘내 미숙함 때문에 내 팀원을 다치게 하지 말자!’ B반에게 가장 많이 얘기한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3조는 기억하고 있을 거다. 정률이가 무차별 주수할 때마다 뜨거워졌던 데모셀을….

 

사다리 운용ㆍ응용숙달

▲ 힘든 건 예상했지만 최재구 교수님의 “전부 사다리 들어!”에 ‘설마…’ 했고 “저기 밑에 특수구조단까지”에 귀를 의심했고 “갔다 오는데 3분… 실시!”에 절망했다<105번 교육생 박지훈>.


교육생 중 누군가는 사다리 교육을 쉬울 거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단순히 운반하고, 전개하고, 오르면 될 줄 알았을 텐데 막상 해보니 절차가 생각보다 복잡했을 거다. 말뚝 매듭 시 사린 로프를 한 칸만 위에 넣어도 헷갈려서 못 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사다리 전개ㆍ회수는 재직자 선배님들도 방심하면 순간 헷갈리곤 한다. 많은 연습을 해야 하는 건데도 120기 B반 교육생들은 평가 시 모두 잘해냈다. 무엇보다 사다리의 묘미는 온 힘을 다해 나를 지지해주는 내 동기와 동기를 믿고 흔들리는 사다리를 등반해 양팔을 벌리며 작업 자세를 취하는 내 모습이 아니겠는가! 

 

분당 호흡량 측정(Candidate Physical Ability Test & 농연탈출)

▲ 연비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다른 동기에 비해 공기를 일찍 소모해 쉽지 않은 훈련이었습니다. 경각심을 갖고 더 오래 효율적으로 활동하는 소방관이 되겠습니다<140번 교육생 최성현>.


엄밀히 따지면 우리가 진행하는 분당 호흡량 측정은 C.P.A.T(현장에서 필수인 임무 수행과 작업이 가능한 신체 능력 측정)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장비를 전부 착용하고 고강도의 작업을 시행했을 때 이런 느낌이라는 걸 알고 자극이 됐다면 좋은 경험이지 않았을까.

 

각자의 호흡량이나 숨이 찼을 때 비상호흡법의 어려움, 농연탈출 훈련장에서 느낀 시야 제한, 방향감각, 장애물 등(비록 열기는 없었지만) 현장에서 우리를 방해하는 것들을 몸소 느꼈다면 교육에서 생존했든 아니든 결과를 떠나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현장이 늘 뜨겁고, 장애물이 많고, 보이지 않고, 고강도인 건 아니다. 다만 어려운 훈련을 경험해 본 사람은 쉬운 현장에서 여유롭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쉬운 현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서울소방학교김정현 8biteuro@seoul.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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