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⑤ -반얀트리 화재/단독] 위로 확산했다는 불… “방화구획 부실이 부른 참사 맞았다”국과수 “화재 아래층서 위로 확산”… 수직ㆍ수평 모두 깨진 ‘방화구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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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 화재가 시작된 곳으로 지목됐던 반얀트리 리조트 로비동의 1층 피트(PIT)룸 앞. 국과수는 화재 감식 결과 처음 불이 시작된 곳은 이곳이 아닌 아래층 천장이었다고 밝혔다. © 최영 기자 |
[FPN 최영 기자] =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는 피트룸(PIT) 아래층 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층에서 위층으로 불이 옮겨간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건축물의 부실 방화구획이 부른 참사라는 사실이 더 명확해졌다.
지난 28일 부산경찰청 전담수사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으로부터 반얀트리 화재 원인에 대한 감정서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화재 현장의 연소 형상 등을 고려할 때 피트룸 바로 아래층 천장부를 발화 지점으로 특정했다.
화재가 위층으로 확산했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는 ‘건축법’상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내화채움구조가 부실하게 시공됐거나 아예 설치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수직 방화구획이 정상이었다면 불길의 상층부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기본적인 방화 대책조차 지켜지지 않아 피해를 불렀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지난 17일 현장 확인 당시 반얀트리 리조트는 수평 방화구획조차 정상적이지 않았다. 방화문이 있어야 할 위치에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재 당시 희생자들이 발견된 장소는 방화구획을 통해 불과 연기가 차단됐어야 했던 곳이었다.
방화구획이란 일정 면적마다 불과 연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구획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수직 방화구획은 층간 화재 확산을 차단하고 수평 방화구획은 같은 층 내에서 불이 번지지 않게 한다. 그러나 반얀트리 리조트는 이 기본적인 원칙이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실제 <FPN/소방방재신문>의 현장 확인 과정에서도 수직 방화구획의 핵심인 내화채움구조가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지하 1층의 한 피트룸의 케이블트레이 관통부에는 내화채움재만 안착돼 있을 뿐 반드시 시공돼야 할 방화실란트와 차열제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 ▲ 반얀트리 리조트 지하 1층의 한 피트룸에 시공된 내화채움구조의 모습이다. 정상 시공이 이뤄졌다면 검정색 내화채움재 윗 부분을 모두 방화실란트로 메우고 케이블에는 차열제로 마감이 돼 있어야 하지만 시공이 제대로 안 된 상태가 확인된다. © 최영 기자 |
내화채움재 제조ㆍ시공 업계 관계자에게 해당 영상을 보여주며 확인한 결과 그는 “내화채움구조를 시공하다가 멈춘 것 같다”며 “정상적이라면 내화채움구조를 넣은 뒤 방화실란트가 전체적으로 도포되고 차열제로 케이블선을 마감까지 해야 하는데 안 돼 있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화재 시 반드시 화염과 연기를 차단해야 하는 방화구획이 온전하지 못한 탓에 불은 아래층에서 상층부로, 또다시 피트룸에서 바깥으로 번진데 더해 방화문이 없는 복도를 타고 희생자들이 발견된 반대편 구역까지, 무려 세 번이나 뛰어넘어간 셈이다.
방화문과 내화채움구조 등이 애초부터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사용승인됐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이처럼 방화구획이 불완전한 상태로 건축물의 사용승인이 내려졌다면 이는 명백한 부실 승인이다. 감리를 담당한 건축 관계자와 승인 기관 등에 대한 확실한 책임 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화재안전 전문가들은 실제 건설 현장에선 화재안전에 가장 기본이 돼야 할 방화구획의 감리와 감독이 허술하게 진행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건축물일수록 방화구획은 더 철저히 관리돼야 하지만 현실에선 감리 과정에서조차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반얀트리 리조트 역시 지난해 12월 사용승인을 받은 이후에도 방화구획이 모두 안 된 상태로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는 등 화재안전을 등한시한 건축 실태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박경환 한국소방기술사회장은 “제대로 된 방화구획과 내화채움이 시공됐다면 큰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며 “엉터리 방화구획을 방치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실 방화구획에 대한 수사 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윤해권 소방기술사(한국안전인증원 이사장)는 “건축법의 피난방화 규정에 관한 원칙을 어기는 관행을 막으려면 사용승인 전ㆍ후 감리 절차를 전면 개혁하고 부실 시공 사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허술한 방화구획을 가진 건축물의 위험이 부른 이번 사고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