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가 건축물 화재 안전에 대해 얼마나 안일하게 접근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화재 당시 방화구획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문제는 피해를 키운 배경과 결코 무관치 않아 보인다.
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부실이 만들어낸 참사일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례가 특정 건물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 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힌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인 2월 16일 전국 공사 현장 1천 개소 이상을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도 당정협의회를 열고 신축 공사장 화재 등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대형 공사장 2천여 개소에 대한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한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과연 실효성 있는 대책일까. 이번 사고의 본질은 ‘공사 중 안전’이 아니라 ‘준공 직후 안전’에 있다. 이미 사용승인을 받은 신축 건물이 설계대로 시공됐는지, 방화구획 같은 필수적인 구조적 화재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됐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건축법’상 일정 면적 이상의 건축물은 반드시 방화구획을 설정해야 한다. 이 구획을 오가야 하는 통로 등에는 방화문 같은 시설의 설치가 필수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확인된 사실은 이런 건축 방화설비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거다. 허가 도면상으로는 방화구획이 있었지만 실제 건물에선 없었다.
이는 두 가지 가능성을 시사한다. 애초에 감리나 승인 과정에서 해당 시설의 부재가 묵인 또는 간과됐을 가능성과 준공 후 내부의 인테리어 등 추후 공사 과정에서 방화구획이 훼손됐을 가능성이다. 어느 쪽이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방시설의 문제도 자유로울 순 없다. 준공 이후 훼손되거나 완성되지 못한 소방시설이 왜 방치되고 있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할 일이다.
중요한 건 이런 일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내는 일이다. 공사 현장에서의 안전관리도 중요하지만 이미 사용승인된 신축 건물이 당초 설계대로 시공됐는지를 조사하는 게 시급하다.
따라서 신축 직후 건물에 대한 화재안전조사가 필요하다. 인테리어 공사나 구조 변경이 잦은 신축 건물은 방화구획이 훼손될 위험성이 크다. 신축 후 2~3개월 이내의 건물에서 방화구획이나 소방시설이 원래 설계대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게 유사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일 수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인재(人災) 그 이상이다.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최소한 방화구획이 온전히 유지됐다면 희생자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을 거란 점을 여러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가장 잘 알고 화재 안전의 선두에 서 있는 소방이 앞장서야 한다. 소방청과 지역 소방이 신축 건물의 화재 안전 점검을 주도적으로 실시하고 문제의 근원을 찾아 나서야 한다.
화재 현장에서 가장 먼저 위험을 마주하는 소방이 누구보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날카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제아무리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해 대응한다 해도 건축물 화재 안전의 뿌리와 같은 방화구획이 뚫려 있다면 화재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예방이 최선이기에 이를 위한 신축 건물의 부실 준공과 훼손 문제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요구된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가 건축 과정에서부터 무시되고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반짝 점검과 일회성 대책이 아닌 실태 확인을 통한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때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반얀트리 화재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