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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⑧-반얀트리 화재/단독] 허점 드러낸 소방시설 최초점검… “제도 보완 시급”

불완전한 소방시설 상태서 최초점검… 제도 취지 무색
시공사가 의뢰한 최초점검… 신뢰성 문제도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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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5/03/10 [10:05]

[집중취재⑧-반얀트리 화재/단독] 허점 드러낸 소방시설 최초점검… “제도 보완 시급”

불완전한 소방시설 상태서 최초점검… 제도 취지 무색
시공사가 의뢰한 최초점검… 신뢰성 문제도 도마 위

최영 기자 | 입력 : 2025/03/10 [10:05]

▲ 윤건영 의원실에 제출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반얀트리 리조트는 2월 11일부터 19일까지 총 9일의 일정으로 소방시설 최초점검이 진행 중이었다.  © 윤건영 의원실


[FPN 최영 기자] =반얀트리 화재 당시 진행 중이던 소방시설 최초점검이 사실상 무의미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점검 시점에도 건물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고 소방시설 자체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최초점검을 발주한 주체가 건물 소유자나 운영자가 아닌 시공사였던 점도 논란이다. 점검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이 난 반얀트리 리조트는 사용승인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신축 건축물로 분류된다. 관련 법에 따라 이런 신축 건축물은 사용승인 이후 60일 이내 소방시설의 상태를 점검하는 ‘최초점검’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최초점검’은 건축물의 사용승인 이후 1년 경과 시점에서 진행되던 과거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의 맹점을 해소하기 위해 2022년 12월 1일부터 새롭게 시행된 제도다. 건축물의 사용승인 후 이뤄지는 내부 인테리어 등에 따른 소방시설 변경사항이 장기간 방치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반얀트리 리조트는 이런 제도 취지에 반하는 최초점검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점검 진행 시점에서도 대규모 공사와 인테리어가 진행되는가 하면 소방시설 자체가 온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얀트리 리조트는 사용승인일인 지난해 12월 19일 기준으로 올해 2월 17일까지 최초점검을 실시해야 했다. 소방청이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구로을,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11일부터 19일까지 9일간의 일정으로 소방시설 점검을 위해 전문 업자가 투입된 상태였다. 최초점검 진행 기간에 불이 났던 것이다.

 

소방 전문가들은 화재 직후 건축물의 상태를 볼 때 최초점검이 무의미했을 거라는 시각을 내비친다. 소방시설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소방시설 점검은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건축물 내ㆍ외부에서 진행되는 건축공사 탓에 소방시설의 기능 확인조차 불가능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17일 <FPN/소방방재신문>의 현장 취재 과정에선 화재감지기 곳곳에는 커버가 씌워져 있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화재감지기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기를 찍어볼 수조차 없는 수준이었다. 스프링클러 헤드 상태도 법규에서 정한 설치 거리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힘든 상태였다. 문 없는 옥내소화전 또한 사용수칙이 붙어 있어야 하지만 이조차 알 수 없었다.

 

▲ 반얀트리 리조트의 소방시설 대부분은 정상 작동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방치되고 있었다. 화재감지기의 몸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스프링클러 헤드에는 마개가 씌워져 있다. 문이 없는 소화전과 화재감지기의 캡이 덮여 있기도 했다. 심지어 천장 공사가 끝나지 않아 스프링클러가 안착도 안 된 모습이 보인다.    ©최영 기자

 

지난 6일 경찰은 지상 1층과 지하 1층 발화부 주변의 소방시설 설치 현황과 설계 도면을 확인한 결과 화재감지기와 유도등, 시각경보기 등 미설치 소방시설이 다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애초부터 소방시설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최초점검 자체가 무의미했음을 시사한다.

 

최초점검의 발주 형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방시설의 자체점검은 건축물 준공 이후 이를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주체가 진행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반얀트리 리조트는 시공사로부터 최초점검을 의뢰받은 전문업체가 점검을 진행 중이었다.

 

정상적이라면 사용승인 후 건축물을 인계받는 ‘반얀트리 호텔앤리조트’가 관리하고 최초점검 역시 리조트 건물의 소유자 또는 운영 주체가 의뢰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건축물을 지어 인계해줘야 할 시공사가 소방시설의 최초점검을 맡겼다. 정해진 기일 내 법규만을 지키기 위한 아전인수식 점검이 이뤄진 셈이다.

 

소방시설의 자체점검은 건축물의 소유자나 관리자, 점유자 등 관계인이 법규에 맞게 소방시설이 운영되도록 확인ㆍ점검하도록 한 제도다. 반얀트리 리조트는 이런 법 취지와는 완전히 어긋나게 건물을 짓고 있는 시공사가 점검을 의뢰하면서 제도 본연의 의미가 사라졌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시공사가 이행하는 최초점검의 신뢰성이다. 시공사가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점검은 사실상 시공사의 하도급업체나 다름없다. 설령 소방시설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숨기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시공사가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에선 객관적인 점검을 기대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건축물의 소방시설 완성 이후 관리 주체로 인수인계 되는 과정에서 최초점검을 수행하는 방안 또는 공공입찰에 의한 최초점검 시행이 그 대안으로 제시된다.

 

김성한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 부회장(소방기술사, 소방시설관리사)은 “대상물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건축물이 완공된 이후 관리 주체가 60일 안에 확정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다”며 “최초점검의 도입 취지를 살리고 소방시설의 안정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발주 자체를 공공기관이 직접 맡거나 강하게 개입하는 방식의 공영제로 운영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의 최초점검은 소방공사 감리 완료 건축물을 다시 한번 전문 소방시설관리업자를 통해 재점검하고 완벽한 소방시설을 인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며 “제도 시행의 과도기인 만큼 더 늦지 않게 법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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