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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대책 내놓은 소방청… ‘앙꼬 없는 개정안’ 논란

사고 후 운영한 TF, 배관 보온재 난연성 문제 알고도 외면하나
“난연성능 기준 강화하겠다”던 소방청, 정작 법규 개정안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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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5/06/25 [12:09]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대책 내놓은 소방청… ‘앙꼬 없는 개정안’ 논란

사고 후 운영한 TF, 배관 보온재 난연성 문제 알고도 외면하나
“난연성능 기준 강화하겠다”던 소방청, 정작 법규 개정안 ‘역행’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5/06/25 [12:09]

▲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 당시 차량 블랙박스에서 촬영된 모습. 가연성 배관 보온재를 태운 후 일명 ‘불비’가 아래로 쏟아지고 있다.   © 차량 블랙박스 캡처


[FPN 박준호 기자] = 소방청이 최근 행정 예고한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이 논란이다. 대형 화재사고 속 확산 주범으로 꼽힌 보온재의 화재 취약성을 알고도 정작 개정안에 반영하지 않아서다.

 

소방청(청장 허석곤)은 지난 18일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103)’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지난해 발생한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사고의 후속 조처다. 사고 이후 6개월 이상 운영한 전기차 화재안전 TF의 논의 결과물이 담겼다.

 

하지만 이 개정안 중 보온재 관련 내용을 두고 “이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고 오히려 완화된 형국”이라며 “화재 피해를 키운 원인의 해소 방안이 빠진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청은 이 개정안에서 ‘보온재를 사용할 경우에는 난연재료 성능 이상의 보온재를 사용하거나 난연재료 성능 이상의 마감재로 마감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현행 화재안전기준에서도 배관 보온재는 난연재료 성능 이상으로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난연재료’라는 개념을 어떤 기준에서 준용하느냐에 따라 화재안전성에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건축자재 용어로 쓰이는 ‘난연성’은 ‘건축법’에 따른 ‘건축자재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이하 건축자재 품질인정)’과 ‘국가건설기준센터’에서 마련한 ‘국가건설기준의 보온공사 표준 시방서(KCS 31 20 05)(이하 표준 시방서)’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건축자재 품질인정에선 총방출열량과 실험용 쥐의 평균행동정지 시간을 통해 난연성을 평가한다. 가열 개시 후 5분간 총방출열량이 8MJ/㎡ 이하면서 쥐의 평균행동정지 시간이 9분 이상이어야만 난연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표준 시방서에서 규정한 난연성은 수평 연소성과 산소지수, 소화 시 임계 열류량 등의 평가만을 거쳐 난연성을 인정받는다. 사실상 표준 시방서에 따라 난연성을 인정받는 보온재의 경우 건축자재 품질인정 대비 화재 안전성이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소방청이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 이후 내놓은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안전 개선 종합대책. 배관 보온재의 난연성능 기준이 낮아 이를 강화하는 방안이 개선대책으로 담겼다.     ©FPN

 

이 같은 문제는 사고 직후 구성된 소방청의 TF 논의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소방청이 올해 2월 발표한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안전 개선 종합대책’에는 ‘배관 보온재의 난연성능 기준이 건축법령상 난연재료(건축자재 품질인정) 성능에 비해 현저히 낮아 지하 대공간 화재 시 연소확대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따라 소방청은 지하주차장에 설치되는 배관보온재의 난연성능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개선대책으로 잡았다.

 

하지만 정작 지하주차장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화재안전기준 개정안에는 보온재 화재 취약성을 해소하는 방안이 담기지 못한 셈이다.

 

▲ 개정안엔 보온재를 사용할 경우에는 난연재료 성능 이상의 보온재를 사용하거나 난연재료 성능 이상의 마감재로 마감해야 한다는 조항만 명시됐을뿐 난연성능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 FPN

 

특히 분야 내에서 난연성능을 넘어 준불연 이상의 재질로 보온재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마당에 소방청의 이번 화재안전기준 개정안은 그간 운영해 온 TF의 결과물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백승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소방기술사)는 “난연재료 성능 이상의 마감재로 마감해도 된다는 건 난연재료가 아닌 가연성 보온재를 사용해도 된다는 뜻으로 화재안전을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며 “습식 스프링클러 설비 의무화로 가뜩이나 보온재가 더 많이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방청이 이런 개정안을 내놓은 건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 관계자는 “보온재의 규정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기준 개정안에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행정 예고 이후 관련 내용에 대한 의견이 들어온 상태다. 차후 의견을 반영해 개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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