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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우리는 왜 심폐소생술을 멈출 수 없었나?-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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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소방서 반명준 | 기사입력 2025/07/02 [10:00]

그 순간 우리는 왜 심폐소생술을 멈출 수 없었나?- Ⅱ

경남 진주소방서 반명준 | 입력 : 2025/07/02 [10:00]

지난 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현장 사례들

특별구급대원으로 근무하며 경험한 심정지 현장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소생술 유보ㆍ중단에 관한 사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출동시간과 장소, 구체적인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생략합니다. 본 사례들은 현장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전하고자 하는 목적임을 밝힙니다).

 

사례 1. 80대 남성 심정지 유보 후 병원 이송 요청

1) 일시: 오전 8시께

2) 환자 정보: 80대 남성, 둘째 아들과 거주

3) LNT(Last Normal Time): 전날 오후 10시께

4) 현장 도착 시 상태: 심정지, AED 리듬 무수축(Asystole), 신체 검진 상 사후강직 세 부위 확인(턱관절, 경추부, 상지)

5) 과거력: 치매, 알츠하이머, 당뇨, 고혈압

6) 구급대원 조치ㆍ보호자 대응

- 구급대원: 둘째 아들에게 환자 상태와 소생술 유보 사유 설명

- 둘째 아들(현장 보호자): “알겠습니다”며 소생술 유보 동의

- 구급대원: 구급지도 의사에게 소생술 유보 건으로 의료지도 요청

- 구급지도 의사: “소생술 유보, 경찰 인계” 지시

- 구급대원: 경찰 인계 전, 둘째 아들에게 상황 설명

7) 보호자 간 이견 발생ㆍ상황 변경

- 큰아들(타지역 거주): “무조건 대학병원 이송해달라” 강력 요청

- 구급대원: 소생술 유보 적응증에 따라 의료지도 받았음을 설명

- 큰아들: CPR 여부 무관, 병원 이송 강력 요청

- 구급대원: 구급지도 의사에게 2차 의료지도 요청

- 구급지도 의사: “헐… 그럼 기본소생술(BLS) 하면서 병원 이송하세요”

8) 병원 이송ㆍ도착

- 구급대원: 이송 병원 사전 연락 후, 기본소생술 시행하며 이송 개시

- 병원 의료진: “왜 이송했습니까?”

- 구급대원: “큰아들 요청으로 이송하게 됐습니다”

- 병원 의료진: ??? 

사례 1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80대 남성, 고혈압, 당뇨, 알츠하이머, 치매 병력, 둘째 아들과 함께 거주, LNT(전날 오후 10시), FAT(오전 8시), AED 리듬 무수축, 사후강직 3 부위(턱관절, 경추부, 상지) 확인. 

 

둘째 아들과 대화를 통해 환자 상태 설명ㆍ소생술 유보 요청, 구급지도 의사에게 의료지도 요청→ 소생술 유보ㆍ경찰 인계했으나 타지역 거주 큰아들이 뒤늦게 현장 도착해 대학병원 이송 강하게 요구, 구급대원은 이미 유보 결정 상황을 재차 설명.

 

• 윤리적 포인트

- 현장 초기 판단과 사후강직에 근거한 소생술 유보의 정당성

- 형제간 의견 불일치 속에서 구급대원의 중립적 설명과 설득 노력

- 감정적으로 격해진 보호자의 요구에도 지도 의사 판단과 기록에 따른 일관된 대응 필요

- ‘의료적 무의미성’이 명확한 상황에서 단순 병원 이송 요구의 한계

 

우리 구급대원들이 뭘 놓치고 있는지 누가 알려주세요. ㅠㅠ

 

사례 2. 그동안 딸아이가 너무 힘들어했어요…

1) 일시: 오후 8시께

2) 환자 정보: 30대 여성, 어머니와 거주

3) 현장 도착 시 상태: 30대 여성이 침대에 누워 있었음. AED 첫 리듬은 무수축, 사후강직 없음.

4) 과거력: 백혈병, 폐 질환, 당뇨/OO대학교 병원에서 입ㆍ퇴원을 반복하며 약물치료 중

5) 구급대원 조치ㆍ보호자 대응

- 구급대원: 환자분은 현재 심정지 상태입니다.

- 보호자: 가망 없는 건가요?

- 구급대원: 지금 기본소생술은 진행 중입니다. 전문소생술(기도삽관, 정맥로 확보, 약물투여 등)을 원하신다면 구급지도 의사의 의료지도를 받아 시행할 수 있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 보호자: (한참을 망설이다) 혹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나요? 병원으로 이송한다면… 병원비가 많이 들까요?

- 구급대원: ??? 어머니! 

- 보호자: 하지 마세요. 흑! 흑!… 그동안 딸아이가 너무, 너무 힘들어했어요. 저희는 병원비도 감당할 수 없어요.

- 구급대원: 다른 가족분은 안 계시나요?

- 보호자: 남편과는 십수 년 전에 이혼했고 아픈 딸아이와 단둘이 살아왔어요. 이젠 정말… 그만하고 싶어요.

- 구급대원: …잠시만요. 구급지도 의사에게 의료지도를 요청해 보겠습니다.

- 구급대원: 30대 여성 심정지 현장입니다. 과거력은 백혈병, 폐 질환, 당뇨로 신고 직전 호흡이 이상해 보호자(어머니)께서 신고하셨고 현장 도착 당시 의식, 호흡, 맥박 없으며 AED 첫 리듬은 무수축입니다. 선착구급대에서 BLS 시행 중이고 특별구급대가 도착해 전문소생술 시행과 병원 이송 여부를 보호자에게 설명한 결과 보호자께서 소생술 중단을 원하신다며 의료지도 요청입니다.

- 구급지도 의사: 현장에 보호자는 누구입니까?

- 구급대원: 환자분 어머니입니다.

- 구급지도 의사: 다른 보호자는 없는 상황입니까?

- 구급대원: 예. 남편은 수년 전 이혼해 다른 지역에 거주 중입니다.

- 구급지도 의사: (잠시 고민 후) 그렇다면 두 분 모두의 동의가 있을 때 소생술은 유보하고 경찰에 인계하세요. 관련 기록도 철저히 남기시기 바랍니다.

 

사례 2: 돌봄의 끝자락에서 맞이한 심정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30대 여성, 백혈병, 폐 질환, 당뇨 등 만성질환 다수, 병원  입ㆍ퇴원 반복 중, 60대 어머니(단독보호자), 경제적ㆍ정서적 한계상황, AED 리듬 무수축, 사후강직 없음, BLS 시행 중

 

“병원비도 없고, 그동안 아이가 너무 힘들어했어요… 하지 말아주세요”

 

보호자 동의와 사정을 확인한 후 구급지도 의사와 상의 → 소생술 유보 결정, 경찰 인계 지시.

 

• 윤리적 포인트

- 회복 가능성이 작고 의료적 무의미성이 높은 상황에서의 판단

- 경제적 현실과 돌봄의 고단함이 판단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

- 단독보호자의 의사 표현에 대한 법ㆍ의료적 신중성 필요 

- 구급대원, 지도 의사의 책임분산과 기록 유지의 중요성 강조

 

사례 3. 조용한 농막에서의 마지막

1) 일시: 오후 10시께

2) 환자 정보: 60대 남성, 비닐하우스 내 농막에서 의식을 잃

은 채 쓰러져 있는 걸 아내가 발견하고 119에 신고. 평소 오전 7시께 출근해 오후 6시 무렵 귀가하던 남편이 이날 따라 귀가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아내가 걱정된 마음에 찾아갔다가 입에 거품 자국을 남긴 채 쓰러진 남편 발견. 

3) 현장 도착 시 상태: AED 리듬 무수축. 의식, 호흡, 맥박 없음. 

사후강직 두 부위 이상(악관절, 경추부) 확인. 유기인계 농약병 발견.

4) 과거력: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동네 의원에서 약물치료 중.

5) 구급대원 조치ㆍ보호자 대응

선착구급대가 BLS 시행 중인 가운데 특별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 환자 상태를 인계받고 파악한 뒤 현장에 있던 보호자(아내, 아들, 딸)에게 환자 상태와 소생술 가능성에 관해 설명. 이후 구급지도 의사에게 의료지도 요청. 소생술 유보 요청.

- 구급대원: 교수님! OO소방서 OO특별구급대 1급 응급구조사 OOO입니다. CPR 유보로 직접 의료지도 요청합니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신고됐고 현장 도착 시 60대 남성이 입 주변 거품 자국이 있는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마지막 정상상태(LNT) 오전 6시 30분, 첫 비정상 상태(FAT) 오후 10시께입니다. 의식, 호흡, 맥박 없으며 AED 첫 리듬 무수축 리듬 확인됩니다. 현재 CPR 중이며 전반적인 시반 보입니다. 악관절, 경추부, 상하지 대관절 강직도 확인됩니다. 과거 병력은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으로 동네 의원에서 약물치료 중입니다.

- 구급지도 의사: 현장에 보호자는 누구누구 있습니까?

- 구급대원: 신고자인 아내 분과 아들, 딸이 있습니다.

- 구급지도 의사: 강직과 시반은 어느 부위에 확인하셨나요?

- 구급대원: 강직은 악관절, 경추부, 상지는 주관절, 하지는 슬관절이고 시반은 발뒤꿈치, 엉덩이 부분입니다.

- 구급지도 의사: 대원님!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입니다. BLS 하면서 병원으로 이송하세요.

- 구급대원: 예? 교수님! 사후강직이 두 곳 이상이며 시반도 보이고 보호자에게 소생술 유보 관련해서 환자 상태 설명했으며 동의도 얻은 상태입니다.

- 구급지도 의사: 저는 소생술 유보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기본소생술 하면서 병원으로 이송하세요.

- 구급대원: 그럼 현장에 선착구급대, 특별구급대로 전문소생술 시행토록 하겠습니다. 전문소생술에 필요한 의료지도 요청입니다. 기도삽관, 정맥로 확보, 약물사용 의료지도를 요청합니다.

- 구급지도 의사: BLS 하면서 병원으로 이송하세요.

- 구급대원: 교수님!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까지 20여 분 거리입니다. OO시 외곽지역이고….

- 구급지도 의사: 그냥 BLS 하면서 이송하세요.

- 구급대원: 현장에 경찰관, 형사팀, 과학수사팀 도착했고 구급지도 의사 소생술 유보 관련 의료지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 구급지도 의사: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고 나중에 민원 발생에 따른 책임 소재로 병원 이송을 지시하는 바입니다.

- 구급대원: …… 알겠습니다.

- 선착 구급대원: 어떻게 할까요? 유보합니까?

- 구급대원: 아니 교수님이 BLS 하면서 병원 이송하라시는데….

- 형사팀, 과학수사대: 병원으로 이송한다고요?

- 구급대원: 예.

- 형사팀: 잠시만요. 우리 경찰 공의에게 연락해보겠습니다. 경찰 공의 선생님!(현재까지 상황 설명, 잠시 뒤)

- 경찰 공의: 그쪽(119) 구급지도 의사 선생님께서 병원 이송하라고 하시니 병원으로 이송하세요.

- 구급대원: 예.

사례 3 요약: 판단의 충돌,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60대 남성, 평소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 사후강직, 시반 등 명백한 사망 징후 있음. 농막 내 의식상실, LNT-FAT 간 15시간 이상, AED 무수축. 구급대의 보호자 동의 확보, 직접의료지도 요청→ 소생술 유보 요청했으나 구급지도 의사 유보 거부→ BLS 하면서 병원 이송 요청

 

• 핵심이슈

- 보호자 동의와 사망 징후에도 현장 유보 불가

- 의료적 판단과 법적 책임 회피 사이의 갈등

- 지도 의사 결정이 구급대의 자율 판단 제약

 

판단은 없고 책임만 있는 구조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환자의 상태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보호자에게 충분하게 설명한 뒤 동의를 얻는 등 소생술 유보를 위한 정당한 절차를 밟았는데도 유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명백한 사망 징후, 보호자 동의, 지속된 소생술의 무의성이 확인됐는데도 구급지도 의사는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는 표현과 함께 책임 회피적 결정, 즉 ‘병원 이송’을 지시합니다. 심지어 경찰 공의 역시 구급지도 의사의 판단을 근거로 구급대원의 의견을 완전히 배제합니다.

 

실제로 구급지도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눈으로 보지 못한 채 전화나 무전으로 제한된 정보만 접한 상황에서 현장보다 더 보수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판단의 신중함이 아니라 책임 소지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소극적 판단으로 해석됩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 위해 병원 이송을 선택하는 구조’ → 구급대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환자에게도 가장 무책임한 선택은 아닌지(이 부분은 구급지도 의사와 갈등을 유발하려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마주하는 판단의 어려움과 제도적 한계를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작성합니다).

 

환자의 마지막 시간은 소생술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고 보호자의 의사는 무력화되며 구급대원은 윤리적 고통과 실무적 허탈함을 떠안는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소생술 유보 중단의 윤리적 이슈는

  1. 환자의 자율성: 환자가 자신의 치료에 관한 결정을 내릴 권리가 존중돼야 합니다. 하지만 환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2. 의료진의 판단: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고 CPR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과 품위를 존중하는 게 중요합니다.
  3. 가족의 의견: 환자의 가족이 소생술 유보 중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환자의 의사가 우선시 돼야 합니다. 가족의 감정과 환자의 의사가 충돌하면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4. 불필요한 고통: CPR이 환자에게 신체ㆍ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한 결정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5. 사회적 가치: 소생술 유보 중단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가치관이 다를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가 윤리적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죽음과 관련된 생명윤리적 문제들’ 에서는…

이번 원고를 준비하며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유독 마음에 깊이 남은 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바로 구인회 교수님의 ‘죽음과 관련된 생명윤리적 문제들’(2008, 아산재단 연구보고서 제114집, 집문당)입니다. 현장의 어둠 속에서 조심스레 손을 잡아주는 듯한 한 줄기 빛 같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룬 심폐소생술 유보ㆍ중단에 관한 핵심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봅니다.

 

  1. 심폐소생술 유보 결정의 윤리적 정당성: 심폐소생술 유보 결정이 환자의 자율성과 인간 존엄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의료적 무의성이 명백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소생술 시도는 오히려 환자의 고통을 연장하고 존엄한 죽음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2. 사전의료지시(Advance Directives)의 중요성과 한계: 환자가 사전에 표현한 치료 거부 의사를 반영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전의료지시의 법적 효력과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구급대원이나 의료진이 이를 근거로 소생술을 유보하거나 중단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3.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의견: 가톨릭교회는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 수단을 ‘보통 수단’과 ‘비범 수단’으로 구분합니다. 비범 수단(고통만 남기는 치료)을 사용하는 건 도덕적으로 의무가 아니라고 봅니다. 따라서 환자나 보호자가 비범 수단의 사용을 거부하는 건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으며 이는 심폐소생술 유보 결정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4. 해외 사례와의 비교: 독일,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사전의료지시의 법적 구속력이 인정되며 환자 의사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해 구급대원이나 의료진이 환자 의사에 따라 소생술을 유보하거나 중단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합니다.
  5.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 구인회 교수는 환자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전의료지시의 법적 효력을 강화하고 의료진이 이를 근거로 소생술을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생명을 지킨다는 것, 때로는 떠나보낼 줄 아는 용기

우리 구급대원은 매일같이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심폐소생술은 분명 생명을 살리는 가장 강력한 도구지만 때로는 그 도구가 삶보다 죽음을 더 아프게 만들기도 합니다. 

 

되돌릴 수 없는 죽음 앞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전제 아래 손을 멈추지 못합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켜줄 수 있는 순간조차 ‘의무’와 ‘절차’라는 이름 아래 깨질 때가 있습니다. 구급대원은 단지 심장을 압박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삶과 죽음 사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순간을 마주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자신에게 묻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과연 이분을 위한 것인가?”

“이 판단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

 

현재 소생술을 시행할 권한은 있지만 유보하거나 중단할 권한은 없는 현실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로 인해 생명을 살리는 우린 무력해지고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은 외로워 집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구급대원이 감정 없는 매뉴얼의 도구가 아니라 판단하고 존중하며 결정할 수 있는 존재로 설 수 있도록 사회는 그들의 판단에 대한 권한과 그 판단을 지켜주는 책임의 울타리를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생명을 지킨다는 것. 그것은 때로 소생이 아니라 존엄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그 선택이 가능해지는 날 우린 비로소 진정한 응급의료의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참고문헌

1)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

2) 박송이. ‘보호자의 소생술 거부에 따른 구급대원의 소생술 유보의료지도 요청에 대한 법적 고찰’.  한국의료법학회지 29.1(2021)

3) 김승환. ‘연명의료중단 결정의 법적 의미와 보험법적 쟁점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2021)

4) 임명옥. ‘보호자 거부에 의한 구급대원의 소생술 유보에 관한 인식도 및 실태분석’. 경북대학교 수사과학대학원(2022)

5) 김아진. ‘응급의료에서 심폐소생술에 관한 결정’. 이화여자대학교(2014)

6) Das, N., et al. (2024). Estimation of Time since Death from Rigor Mortis, Postmortem Staining, and Decomposition: An Autopsy-Based Study. SSR Institute International Journal of Life Sciences.

7) 구인회(2008). ‘죽음과 관련된 생명 윤리적 문제들’ 서울: 집문당

8) 김기운(2010). ‘Practical Emergency Medicine’. 제4판. 군자출판사

 

 

경남 진주소방서_반명준 : emtbmj@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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