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BI 퍼포먼스 프로덕트 한국 대표 이진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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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의 안전과 동시에 활동 편의와 쾌적함을 제공하려는 방화복 제조사들과 원단 제조사들의 노력은 더 나은 방화복들이 출시되면서 가시화된다.
방화복과 관련된 최근의 세계 기술 동향을 일별해보는 것은 당장 우리 소방관들에게 그 옷을 입힐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우리나라 방화복 제조사들이 나아가게 될 방향을 짐작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우선 방화복을 구성하는 원단인 겉감, 방수·투습 천, 단열 내피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방화복 디자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겉감은 불과 열기로부터 소방관을 보호하는 최전선이다. 최근 겉감 제조사들 사이에서는 능직(twill weave)으로 짠 겉감을 만드는 것이 추세다. 통상 방화복 겉감은 인장, 인열 강도 확보를 위해 강도가 높은 평직(plain weave) 혹은 격자무늬로 두둑 조직을 넣어 강도를 보강한 립스탑 평직으로 짠다.
하지만 세계적 보호복 원단 제조사들은 PBI 혼방 방적사에 파라아라미드 필라멘트사를 보강해 강도와 착용감은 높이고 무게와 불편함은 덜어낸 능직 원단을 자사의 대표 제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Safety Components의 PBI Max, TenCate Protective Fabrics의 Kombat Flex, Ibena의 X-55가 대표적인 능직 겉감 원단이다.
이 제품들은 기존 경쟁 원단에 비해 인장강도는 2배 이상, 인열 강도는 4~5배 가까이 높지만 오히려 무게는 낮고, 유연해 소방관의 움직임을 편하게 해준다. 능직 특유의 광택도 고급스러운 외관을 보여준다.
방수·투습 천 분야에서는 Gore Parallon이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혁신이다. 기존에는 방수·투습 천과 단열 내피가 분리돼있지만, Gore가 소개한 이 새로운 제품은 방수·투습 천과 단열 내피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기존 제품들보다 방수·투습 천이 피부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땀 배출이 쉽고 이에 따라 수증기에 의한 화상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Gore사의 설명이다.
단열 내피 분야에서는 착용감과 땀 배출이 주요 개선 사항이었다. Safety Components의 Glide with PBI G2, 그리고 TenCate Protective Fabrics의 Quantum4는 모두 이러한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제품들이다.
두 단열 내피는 모두 안쪽 표면이 부드러워 방화복을 입고 벗기가 쉽고, 몸을 움직일 때도 느낌이 좋다. 땀을 흡수하고 밖으로 내보내는 성능이 탁월하므로 오랜 활동에도 기존 방화복보다 끈적이는 느낌이 덜하다. 빠른 수분 배출은 세탁 시에도 도움이 되는데, 이 단열 내피를 채택한 제품들은 세탁 후 건조가 빨라 출동이 잦은 소방관의 고민을 덜어주기도 한다.
방화복 디자인 측면에서는 여러 제조사가 나름의 방식으로, 혹은 서로 배워가며 지속적인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Honeywell사의 Morning Pride Tails 방화복 제품에만 270여 개의 특허가 붙어있다고 하니 혁신과 경쟁의 정도를 짐작할 만하다.
공기호흡기 면체를 착용했을 때도 움직임이 불편하지 않은 재킷의 목깃, 팔을 움직였을 때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bi-swing back 패널, 다리를 벌렸을 때 움직임을 편하게 하는 가랑이 사이의 다이아몬드 패널, 소방관이 쓰러졌을 때 동료가 끌고 갈 수 있도록 하는 drag-rescue device 등 편한 움직임과 보호 수준을 타협하지 않는 인체공학적 디자인들은 아직은 한국 특수방화복에 적용되지 않고 있는 요소들이다.
건물에서 단독 레펠로 탈출할 수 있는 개인탈출키트, 소매와 발목 단의 마모를 막는 추가 패드, 양팔을 들어 올렸을 때도 재킷 안쪽이 노출되지 않도록 고안된 재킷 밑단도 어렵지 않게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은 여러 가지 경제 지표에서 이미 선진국임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소방관들이 우리나라의 국격에 걸맞은 방화복을 입고 우리 방화복 제조사들이 더욱 분발해 높은 수준의 제품들을 제공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PBI 퍼포먼스 프로덕트 한국 대표 이진규
* PB I퍼포먼스 프로덕트는 세계 유명 방염섬유인 PBI 제조 기업으로, 방화복 겉감 소재로 뛰어난 방염 및 방열 성능을 지닌 섬유를 30년 간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소방방화복 소재 등으로 보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