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이재홍 기자] =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국민안전처의 정책이 잘못됐고 그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방점검업체 관계자였다. 자세한 설명을 하고 싶다는 말에 그를 만나러 나섰다.
그는 국민안전처가 만든 ‘소방민원센터’에 문제점이 많다고 했다. ‘소방민원센터’, 소위 ‘소민터’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기존에 직접 소방서를 방문해 제출하던 소방점검표나 소방안전관리자 선임신고서 등을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직접 소방서를 방문할 필요가 없어지니 시간도, 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이 시스템의 문제가 뭘까? 그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불편에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는 ‘소민터’ 가입 자체가 건축물 관계인이나 소방시설점검업체 대표, 소방시설관리사 등으로 나눠진 점이 불편하다고 했다. 하나의 법인으로 가입이 불가능해 보고서를 제출할 때마다 다시 로그인하는 과정이 번거롭다는 것이다.
국민안전처가 온라인 서류제출 시스템을 만들 때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바로 거짓점검이었다. 개인의 공인인증서로만 가입 가능토록 하고, 소방시설관리사만이 작성할 수 있는 부분을 당사자가 로그인해야만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다. 법인 아이디 하나로 모든 서류의 작성과 제출이 가능하다면, 거짓점검과 보고가 가능한 허점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 황당했던 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자체점검대상 건물주가 점검 기간을 놓쳤을 경우, 점검업체에 의뢰해 기간 내에 점검한 것처럼 보고서를 제출했었는데 ‘소민터’에서는 점검업체가 건축물 관계인으로 가입할 수 없다 보니 이런 일들이 어렵다는 것이다.
점검업체에서 점검을 하고 보고서는 건축물 관계인으로 올리는 건 편법이다. 건축물 관계인에게 안전에 관한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자체점검의 도입 취지 자체를 무너뜨리는 행태다. 배치신고가 이뤄질 리도 만무하며 부실점검과 탈세까지 야기할 수 있다.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다들 그렇게 하고 있고 그게 현실이다. 소방서에서도 건물주가 자체점검 기간을 놓쳤는데 어떻게 하냐고 문의하면 점검업체에 의뢰해서 처리하도록 안내하는 실정이다”라고.
특별단속 때마다 현실을 외면한 채 업체만 죽이려 한다며 반발하던 그들이 말하는 현실이란 결국 편법의 묵인을 의미하는 것인가? 배치신고 기간 해외여행을 떠났던 소방시설관리사는 어느 업체 소속이었나? 자격증 대여와 거짓점검도 어쩔 수 없는 현실 탓인가?
직접 서류를 들고 소방서를 방문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고자 온라인 시스템을 만들었더니 로그인이 번거롭단다. 길을 건너라고 횡단보도를 만들어주니 신호등이 번거롭다는 격이다. 무단횡단을 해오던 사람들은 현실을 모른다고 힐난한다.
무단횡단도, 편법점검도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정당한 개선 요구야 당연한 권리지만 편법까지 묵인해달라는 건 설득력 없는 생떼에 불과하다. 그러지 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