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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어진의 하동권 변호사입니다.
올해 겨울은 유독 영하 10℃를 밑도는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은 사람도 힘들지만 집 없이 떠도는 야생동물들에게는 더욱 혹독한 시기입니다.
특히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고양이들의 경우 사람들이 추위를 피할 곳을 마련해주고 정기적으로 밥도 공급해주면서 생명을 유지시켜 주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인근 주민과 갈등이 생겨 종종 뉴스 기사로 소개되는 일까지 발생하곤 합니다.
그런데 어떤 길고양이는 어찌나 매력적인지 두 사람이 서로 법무법인까지 선임하면서 그 고양이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며 다퉜고 결국 법원에서 판결로 그 소유자를 결정한 일이 있었기에 이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A는 2024. 10. 8.경 어느 식당 근처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자신은 알레르기가 있어 키울 수 없으니 구조나 입양이 가능한 사람이 있으면 연락 달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고 ‘민키’라고 이름을 붙여 줬습니다.
A는 2024. 10. 23. 인근 동물병원에 ‘민키’를 데려가 기본적인 검진을 받게 한 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고 2024. 10. 26. 자신의 SNS에 임시 보호 중임을 강조하는 한편 재차 입양자를 찾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를 본 전주길고양이협회 회원 D는 2024. 10. 28. A에게 연락해서 ‘민키’는 ‘일월이’라고 불리던 길고양이로 자신이 7년간 먹이를 주며 돌봤기에 입양 관련 소식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고 A는 이에 응했습니다.
B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인근에 나타나던 ‘민키’의 밥을 1개월 정도 챙겨줬는데 A가 ‘민키’를 임시 보호하며 입양할 사람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2024. 10. 29. 문자메시지를 통해 A에게 ‘민키’를 데려오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A는 이날과 다음 날 B와 대화를 나누며 미팅 일정을 조율했고 2024. 10. 30. ‘민키’를 데리고 B가 운영하는 카페에 방문했습니다. 전주길고양이협회가 동석한 상태에서 A가 B에게 입양계약서의 작성을 요구했으나 협회를 당사자에 포함시켜 계약서를 작성할지에 대한 이견이 있어 입양계약서를 작성하진 못했습니다.
다만, A는 이날 B에게 ‘민키’를 인도하고 임시 보호 중 사용하던 사료와 장난감 등을 모두 넘겨줬습니다. 다음 날인 2024. 10. 31. A는 B에게 입양계약서 작성을 거절하면 ‘민키’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했는데 B는 계약서 작성은 동의하나 네이버 카페에서 사용하는 표준 계약서 양식을 사용하겠다고 답했습니다.
A는 결국 그다음 날인 2024. 11. 1. B에게 ‘민키’에 대한 입양 의사를 철회하겠으니 ‘민키’를 반환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변호사로서도 상당히 흥미롭고 쉽게 접하기도 어려운 사건입니다. 우선 관련된 법 규정과 판결부터 살펴봅니다.
법원은 우선 A가 매력적인 ‘민키’의 소유권을 취득했는지를 먼저 봤습니다.
‘주인 없는 물건은 내가 갖겠다는 생각으로 줍는 사람이 임자’라는 민법 제252조 제1항 및 제3항에 따라 A가 야생 동물인 ‘민키’를 주웠을 때 내가 갖겠다는 생각으로 주웠는지를 살폈습니다.
기록상 A는 자신이 임시 보호 중이라는 점을 명시했고 입양할 사람을 계속해서 찾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B의 연락을 받자마자 곧바로 B를 방문해 ‘민키’와 장난감, 사료까지 모두 넘겨줬습니다.
이는 ‘민키’를 자신이 갖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통상 취하지 않을 태도입니다. 따라서 A가 ‘민키’를 주웠을 때 ‘내가 갖겠다’는 생각으로 주운 건 아니라고 본 겁입니다.
어떤 물건의 소유자로서 그 물건을 점유하는 자에게 반환을 구하기 위해선 계약상의 반환청구권(가령 대가를 받고 물건을 빌려주는 임대차계약이나 무상으로 물건을 빌려주는 사용대차계약 등)을 행사하거나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A는 B에 대해 계약상의 반환청구권을 보유한 게 아니고 소유자라고 인정되지도 않았으므로 결국 B에 대한 ‘민키’의 반환청구는 기각됐습니다.
길고양이 한 마리를 주워서 넘겨줬다가, 그 고양이를 넘겨받았다가 서로 법무법인까지 선임해 다툰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가 됐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사건의 사건번호는 전주지방법원 2025가합1077인데 무려 ‘가합’사건이라는 점입니다.
민사의 1심 사건은 연도 뒤에 가소, 가단, 가합 등으로 분류하고 마지막의 숫자 부분에는 법원과 재판부에 따른 고유번호가 부여됩니다.
가소 사건은 소가(소송목적의 가액)가 3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사건, 가단 사건은 소가가 3000만원을 초과하는 사건부터 5억원 이하의 사건, 가합 사건은 소가가 5억원을 초과하는 사건을 뜻합니다.
가소 사건과 가단 사건은 판사 1명으로 구성된 단독재판부, 가합 사건은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 재판부가 진행합니다.
이 사건은 길고양이 한 마리의 인도를 청구하는 것임에도 ‘가합’사건으로 분류돼 상당히 이례적입니다(대법원 홈페이지의 대국민서비스 탭에서 전국법원 주요판결 게시판 27024번 글을 확인하면 판결 전문에 첨부된 ‘민키’의 사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귀엽긴 합니다).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직 춥지만 가족, 친구분들과 따뜻한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법무법인 어진_ 하동권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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