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① /대전 안전공업 화재] 대전 안전공업 화재로 14명 사망, 60명 부상(종합)화재진압ㆍ구조 28시간 만에 실종자 모두 숨진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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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관들이 대전 대덕구 문평동 대덕산업단지 내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FPN |
[FPN 최영, 최누리 기자] =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대덕산업단지 내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실종자 14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부상자 60명을 포함한 총 사상자는 74명에 달한다. 이번 사고는 대전시 출범 이후 역대 최대 규모 화재 참사로 기록됐다. 7명이 숨진 2022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피해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소방은 화재 발생 약 10시간 만인 지난 20일 오후 11시 48분께 완진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오후 10시 25분께 구조대원 4인 1조를 투입해 본격적인 내부 수색에 나섰다. 첫 시신은 수색 개시 30여 분 만인 20일 오후 11시 3분께 공장 동관 2층 휴게실 입구 계단에서 발견됐다. 숨진 이는 40대 남성으로 파악됐다.
이어 지난 21일 오전 0시 19분께 동관 2층에 임의로 조성된 헬스장(휴게 공간)에서 시신 9구가 한꺼번에 발견됐다. 같은 날 오후 12시 10분엔 동관 1층 남자 화장실에서 시신 1구가 추가로 확인됐다. 마지막까지 실종 상태였던 3명은 이날 오후 4시 10분부터 5시 사이 동관 2층 물탱크실 입구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인명 구조견 4마리가 반응을 보인 지점을 집중수색한 결과였다.
부상자는 총 6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5명은 중상이고 35명은 경상이다. 부상자에는 진압 과정에서 다친 소방관 2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보훈병원과 을지대병원 등 인근 13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일부 중상자는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 거로 전해졌다.
![]() ▲ 임의 복층 공간 © FPN |
이번 사고에서 대규모 인명피해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는 건축물 도면상 존재하지 않는 임의 복층 구조가 지목된다. 사망자 9명이 발견된 이른바 ‘3층 헬스장’은 실제로는 2층의 높은 층고를 막아 만든 약 100여 평 규모의 불법 증축 의심 공간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장은 설비 설치를 위해 층고를 5.5m로 높게 설계했는데 지상에서 3층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경사로 사이 공간을 막아 무단 활용한 거로 파악된다.
이 공간은 평소 직원들의 탈의실이나 휴게 공간으로 사용된 거로 알려졌다. 그러나 복층으로 나뉘면서 창문이 한쪽 면에만 설치돼 대피와 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였던 거로 전해진다. 화재 당시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졌지만 배출구가 부족해 내부에 있던 근로자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질식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특히 불이 점심시간 직후 발생하면서 많은 근로자가 이곳에서 낮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다 변을 당한 거로 분석된다.
박경하 대덕구청 건축과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직원이 다수 숨진 2~3층 사이 슬로프(경사로) 공간은 안전공업 측이 임의로 막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공간은 건축 도면과 대장에 나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법 증축 여부에 대해선 “직접 들어가 본 게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긴 곤란하다”고 했다.
화재 확산 속도가 유독 빨랐던 배경에는 공장 내부 환경도 자리한 거로 보인다. 자동차 엔진 밸브를 가공하는 공정 특성상 절삭유와 방청유, 세척유 등 기름 성분 물질이 건물 곳곳에 남아 있었고 소방 당국은 이런 기름때가 도화선 역할을 하며 불길이 순식간에 번진 거로 보고 있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공장 내부에선 절삭유를 많이 사용하는 공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기름때 등이 천장 등에 많이 묻은 상태였다”며 “배관 슬러지 같은 게 많이 껴 있어 그걸 타고 순식간에 연소 확대가 급격히 진행되지 않았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건물 구조 역시 화재에 취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장은 철골조에 샌드위치 패널을 붙여 만든 조립식 건물이었다. 화재 시 열에 약한 철골은 쉽게 뒤틀리며 붕괴 위험을 키우고 패널 내부 단열재는 연소 과정에서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대량 발생시킬 수 있다. 실제 연결 통로로 이어진 동관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본관까지 확산한 거로 알려졌다. 해당 공장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도 아니었던 거로 확인됐다.
초기 진압 과정에선 사업장 내 보관 중이던 금속 나트륨 101㎏이 변수로 작용하기도 했다. 나트륨은 물과 닿으면 수소가스를 발생시키며 폭발할 수 있는 물질이어서 일반적인 물 진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방은 상황실을 통해 나트륨 취급 정보를 확인한 뒤 현장 도착 후 관계자를 통해 정확한 위치 파악에 나섰다. 당시 나트륨은 화재가 발생한 건물과 떨어진 옥외 저장소에 보관돼 있었다. 이후 보관 중이던 나트륨 2통과 폐기물 1통을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는 게 대덕소방서 설명이다.
현장에는 무인 소방로봇과 대용량방사포시스템 등 첨단 장비까지 투입됐지만 거센 불길을 제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 근로자들 사이에선 평소 잦은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화를 키웠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청액 미세 입자 때문에 경보기가 수시로 울렸고 이 때문에 실제 화재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기계 이상이나 오작동으로 여기며 대피를 늦췄다는 주장이다.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10월 자체 소방 점검에서 소방펌프 압력 미달로 시정 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는 거로 확인됐다. 소방이 직접 실시한 마지막 점검은 2024년 10월이었다. 소방계획서가 오래된 양식으로 작성돼 지도를 받았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평소 안전관리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사고 직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범정부 차원의 수습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후 현장을 직접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유가족에게 비서실장 연락처를 전달하며 상시 소통을 약속했고 장례비 선지급 등 신속한 지원도 주문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현장을 두 차례 찾아 철저한 수색과 사고 수습을 당부했다.
사법 당국 수사도 본격화됐다. 법무부는 대전지검에 14명 규모 전담 수사팀을 꾸려 무허가 증축 여부와 안전관리 소홀 등 책임 소재를 가릴 방침이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합동 감식을 통해 1층 주차장 환풍기를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하고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에 대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대덕문화체육관에는 중앙합동재난피해자지원센터가 설치돼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의료와 심리 법률 지원을 통합 제공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도면에도 없는 무허가 복층 구조와 가연성 물질이 많은 작업환경, 또 반복된 경보기 오작동과 허술한 안전관리까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피해를 키운 거로 보인다. 수사기관과 관계 당국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현장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영, 최누리 기자 young@fpn119.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