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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의 시작은 장비 적재부터

신입대원을 위한 라떼이야기-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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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완산소방서 장준희 | 기사입력 2020/07/20 [10:00]

출동의 시작은 장비 적재부터

신입대원을 위한 라떼이야기-Ⅰ

전북 전주완산소방서 장준희 | 입력 : 2020/07/20 [10:00]

자신의 장비는 어떠한 방법과 모습으로 소방차량에 적재돼 있나? 우리는 수많은 출동과 다양한 형태의 현장에 대응하기 위해 출동 차량에 많은 장비를 적재하고 있다. 개인 보호장비인 방화복과 장갑, 헬멧부터 수관과 유압 장비, 기타 파괴 장비까지 적재한다.

 

이렇듯 다양한 장비를 적재하는 이유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장비로 현장에 대응하고 장비가 없어 손 쓸 수 없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함이다. 해를 더할수록 장비들은 점점 보완되거나 수가 늘기도 하는데 같은 듯 다른 사고 현장에서 적절한 장비를 신속하게 사용하기 위한 적재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개인 장비를 생각해보자. 필자는 처음 소방서에 들어와서 어떻게 장비를 세팅해야 할지 모를 때 부소장님(현재 팀장)의 장비 적재 방법을 보고 참고해 나만의 방법을 찾아 현재까지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처음 적재 방법이 습관화되기에 신입 소방관들의 장비 적재 방법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 

 

▲ [사진 1]

출동벨이 울려 소방차에 탑승하면 방화복을 입고 공기호흡기를 착용하면서 귀로는 무전에서 나오는 현장의 다급함을 들어야 한다. 눈으로는 빨간불과 정체된 차량을 뚫고 중앙선을 넘나드는 소방차량의 안전을 위해 좌, 우측에서 들어오는 차량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손으로는 그런 차량을 막기 위해 경광봉을 위아래로 사정없이 흔들어 대기 바쁘다.

 

그뿐인가? 입으로는 현장에서 지켜야 할 안전수칙과 현장에 들고 들어갈 장비 등 작전을 짜고 동료들과 의견을 조율한다. 그러면서 탐조등을 어깨에 메고 헬멧과 장갑까지 착용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하지만 어느 것 하나 놓쳐서는 안 되기에 눈감고도 헬멧과 탐조등 장갑까지 착용할 수 있을 정도의 장비 적재를 해놔야 한다. 혼란 속에 질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출동 상황이다.

 

[사진 1]과 같이 두건과 장갑은 방수화 안에 있고 공기호흡기 면체는 주머니에 넣은 상태로 차량에 적재한 걸 본 적이 있을 거다. 물론 안면부를 스크래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신속하게 꺼내 착용할 수 있으니 문제 될 것 없다고 한다면 굳이 얘기하진 않겠다. 하지만 만약 100m 앞의 건물에서 불이 났다면 도착 전까지 장비 착용을 끝내고 다시 한번 개인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팀을 불문하고 공용으로 사용하는 소방 장비들은 어떤가? 펌프차에는 운전석 쪽, 조수석 쪽, 차량 후면 등 적재함 세 곳에 다양한 크기와 길이, 적재 방법으로 수관이 실려 있다.

 

누구는 접은 수관으로, 누구는 클리브랜드로드로, 또 다른 누구는 두 겹 말이 수관으로… 어떤 팀은 일반 관창으로, 다른 팀은 권총형 관창으로… 또 1팀은 수관 3본으로, 2팀은 5본으로… 이렇듯 적재하는 방식이 각기 달라 심할 땐 팀별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적재된 장비도 다르지 않다. 빠루(배척, 지렛대)를 선호하는 팀, 할리건바를 선호하는 팀, 방화문 파괴기를 선호하는 팀 등 각 팀의 특성 때문에 분명 어제 할리건바를 쉽게 꺼낼 수 있게 적재해놨는데 오늘 출근해보면 적재함 구석에 꺼내기 힘들게 처박혀 있을 때도 있다. 사다리의 경우 현장에서 급하게 사용한 후 정리하지 않아 다른 현장에서 매듭을 풀 수 없을 때도 종종 있다.

 

▲ [사진 2]

 

어차피 현장에서 펼쳐질 수관이니 [사진 2]처럼 정리해 놓지 않으면 다음 출동에서 급한 마음에 관창만 잡고 뛰어가다 수관이 엉키거나 적재함에 걸리는 게 부지기수다. 한때는 차라리 소방차를 팀별로 각 1대씩 줬으면 하는 이뤄질 수 없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는 장비 적재 방법을 논하기 전에 지역적 사고빈도와 유형에 따른 가장 효율적인 적재 방법에 관한 연구와 팀별 협의가 먼저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다. 출근해서 장비를 적재하고 익숙한 위치에 세팅하는 시간은 현장에서 꺼내 착용하고 사용하는 시간에 비하면 분명 여유가 있다. 그렇기에 그 시간에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팀별) 방식으로 준비해 놓는 건 필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 자신만의 개인 장비나 팀원의 업무 분담에 따른 효율적인 공용장비 적재 방법이 정해질 거다.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나름의 방식으로 적재하고 있는 필자의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물론 이 방법이 정답은 아니다. 꼭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해 보시길).

 

방화복

이동하는 차량의 좁은 좌석(뒷자리에 세 명이 탄다면 더욱더)에서 옷을 입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하의는 차량 외부에서 입고 타는 걸 추천한다. 하지만 차량 출발 전 하의를 입고 탑승해야 하므로 운전원보다 빨리 차량에 도착해야 하는 부지런함과 스피드가 필요하다.

 

밖에서 입을 수 있다면 훨씬 여유롭게 차량 내에서 장비를 착용할 수 있다. 물론 차량 내부에서 입어도 상관없다. 필자도 출동 때 상황에 맞춰 차량 내부 또는 외부에서 준비한다. 

 

▲ [사진 3]

▲ [사진 4]









 

 

 

 

여기서 잠깐! 반드시 지키는 사항 중 하나는 방화두건을 [사진 3]처럼 하의 위에 올려둔다. 뭘 하든 방화두건을 꼭 착용하겠단 의지와 함께 말이다. 신규 직원 때 두건 쓰는 걸 깜박하고 방화복 상의 착용 후 그 위에 급하게 착용했던 것에 대한 트라우마(?)라고나 할까…

 

만약 방화복 하의 정리가 잘 안되는 게 신경 쓰인다면 [사진 4]처럼 방화복 하의를 보관할 때는 어깨끈을 바지 위에 올려두면 바지가 처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하지만 바지를 입을 때 그 상태로 입으면 가랑이 사이에 낀 멜빵끈을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방화복 상의는 개어 놓는 것보단 공기호흡기에 걸어 놓는 게 좀 더 빠르게 입을 수 있다.

 

공기호흡기

▲ [사진 5]

▲ [사진 6]




 



 

 

 

 

 

 

 

공기호흡기 면체는 [사진 5]처럼 보관 주머니에서 꺼내 면체 스트랩을 안면부에 씌워 놓으면 신속한 착용과 안면부 보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공기호흡기 가슴끈은 [사진 6]처럼 꽂아 놓으면 찾지 않고 바로 착용할 수 있다.

 

이렇게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착용을 마치고 헬멧, 장갑까지 착용하면 개인보호 장비 착용은 신속하게 끝나게 된다.

 

수관 적재

▲ [사진 7]

▲ [사진 8]

 





 

 

 

 

 

 

 

펌프차 공용 장비 중 수관은 [사진 7]처럼 깔끔하게 적재한다. 적재함에 비치한 수관은 [사진 8]처럼 한 겹 말이와 두 겹 말이를 적절한 개수로 적재하면 좋다.

 

수관 적재는 근무하는 지역 특성과 빈번하게 일어나는 화재 유형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기회가 된다면 화재 유형에 따른 수관 적재와 사용, 정리를 위한 팁을 공유하도록 하겠다.

 

효율적인 적재 방법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아주 대단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사소하고 간단한 일이다.

 

매번 출근해서 면체를 꺼내고 퇴근할 때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는 일, 접은 수관은 두 겹 말이 수관으로 적재하고 적재함 구석에 처박혀버린 장비를 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 이 일련의 과정을 귀찮거나 무의미하다 여길 수 있지만 출동과 동시에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해 준비하는 습관은 꼭 필요하다.

 

임용부터 퇴직까지 겪는 수많은 위험과 당황스러움으로부터 나와 요구조자를 지킬 수 있는 시작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미리 준비한다 해도 예상과는 너무 다른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우리다. 그런 현장에서 신속하게 움직이고 최소한의 안전에 대비했다는 안정감을 찾기 위해선 장비 적재부터가 출동의 시작이라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는 자세와 습관에 대해 반드시 고민해 보길 제안드린다. 

 

전북 전주완산소방서_ 장준희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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