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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장비의 지름에 대해

신입대원을 위한 라떼이야기-Ⅲ

전북 전주완산소방서 장준희 | 기사입력 2021/03/22 [09:50]

개인장비의 지름에 대해

신입대원을 위한 라떼이야기-Ⅲ

전북 전주완산소방서 장준희 | 입력 : 2021/03/22 [09:50]

점점 생활패턴이나 삶의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안전사고 사례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에 대응해야 할 장비 또한 많아지기에 유압 장비나 동력절단기, 체인톱, 관창 등 수많은 장비가 차량과 우리 몸에 붙어 각종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라떼와 다르게 새로운 장비가 개발되고 지급돼 현장 활동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게 분명하다. 하지만 사고 유형에 따른 장비 지급이 아닌 일괄적인 장비, 또는 모든 팀이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장비라는 점에서 가끔은 비효율적이거나 꼭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유로 몇몇 직원은 개인장비를 직접 구비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생기곤 한다(사무실에서 한바탕 큰소리가 나더라도 이러한 논쟁은 참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든 좌든, 그 안의 기본은 열정이니까).

 

개인 구비 장비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최신 장비의 사용으로 인한 효율성이나 개인장비이기에 부담 없이, 자유롭게, 적절하게 활용하며 휴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사제 장비가 없는 직원과의 비교, 개인구입 장비가 없을 때 현장 대응 방법의 변화, 공무원이 사비를 들여 장비를 사는 게 과연 적합한가?라는 주장이다. 무엇이 타당하다고 결론짓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면 결국 신속하고 정확한 현장 활동이 기준이어야 할 거다. 정식으로 보급되는 장비가 있다 해도 공무원 조직 특성상 장비 선정으로부터 지급되기까지의 기간은 외부의 기술적 진보보다 늦기 마련이다.

 

누군가 개인적으로 구매한 새로운 장비가 현장 활동에서 매우 효율적임이 입증돼 후일 보급 장비로 지급되는 사례들이 빈번하지 않던가? 이런 이유로 필자는 필요에 따른 장비의 개인적 구매를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이다. 

 

몇만원에서 몇백만원까지 사제 장비를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적은 비용으로 현장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도 있기에 이번 호에서는 그런 장비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헤드 랜턴(head lantern)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과 연기 속에서 구조대상자와 화점을 찾고 퇴로로 나오기 위해 없어선 안 될 장비가 바로 랜턴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함 가운데 내 앞길을 안내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조그마한 불빛 하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요즘은 라떼에 꼬마전구로 사용하던 랜턴이 아닌 아주 밝은 탐조등이 지급된다.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두 손 중 한 손이 랜턴을 전담하기엔 현장 상황이 그리 여유롭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헤드 랜턴은 탐조등보다 현장에 최적화돼 있다.

 

따로 챙기거나 조작할 필요 없이 헬멧만 착용하면 내 앞길을 항상 비춰줄 뿐 아니라 두 손은 언제나 자유롭다. 물론 성능 좋은 탐조등에 비해 그 밝기가 다소 아쉽지만 화재 현장에선 탐조등의 밝기도 연기가 가둬 버리니 내 손이 닿는 곳까지의 등대 역할은 충분히 해줄 수 있다.

 

▲ 화재진압헬멧 랜턴

▲ 구조헬멧 랜턴





 

 

 

 

 

 

 

 

 

멀티툴(multi-tool)

개인적으로 현장 활동 시 가장 활용도가 높은 개인장비 1번은 멀티툴이다. 작아서 휴대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많은 기능이 있어 현장에서 여러모로 효자 노릇을 한다.

 

물론 공구 상자에 수많은 공구가 있지만 의외로 간단한 구조나 소방시설 안전 조치 시 멀티툴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조끼의 한쪽 포켓이나 허리춤에 멀티툴을 갖고 있다면 굳이 소방차까지 가는 수고로움이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나도 멀티툴이 있는데 잘 안 쓰게 되네” 

 

많은 직원이 분명 좋은 멀티툴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무실 책상 서랍 안에 보관돼 있다는 게 안타깝다. 그건 마치 소방서에 두고 온 최신식 장비와 같기 때문이다. 다소 무겁고 거추장스러워도 내 몸에 달고 다녀야 제값을 하는 멀티툴.

 

▲ 멀티툴(multi-tool)

멀티툴은 수많은 브랜드와 종류가 있고 어떤 게 좋고 나쁘다를 따질 순 없다. 본인이 활용 가능한 범위와 소지할 수 있는 크기나 무게, 디자인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A/S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거칠게 사용하다 보니 드라이버가 부러지거나 칼이 무뎌지는 일이 다반사다. 자주 사용하는 툴이 정해져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보수를 해줘야 한다.

 

따라서 신속하게 A/S가 가능한 제품인지, 몇 년, 몇십 년 동안 A/S를 책임질 수 있는 회사인지를 꼭 확인하고 구매해야 할 거다. 

 

웨지(Wedge)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웨지가 적극적으로 사용되진 않는다. 건물의 특성과 현장 활동 작전이 외국과 다른 이유일지 모르겠으나 외국 영상과 자료를 보면 현장 활동에서 웨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철재로 만들어진 웨지부터 나무 웨지까지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의 웨지를 사용한다. 마치 소방관들의 필수품이나 트레이드 마크처럼 헬멧 한쪽에 웨지를 끼우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느 방화복 하의에는 웨지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걸 본 적도 있다.

 

외국의 경우 웨지를 문 개방 시 사용하기도 하고 열린 문이 닫히지 않도록 문과 바닥 틈에 끼워 두는 용도로 많이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화재 현장에서 개방된 문으로 산소 공급이 돼 더 큰 화재를 발생시킨다는 논의가 대두되는 요즘이니 어쩌면 화재 현장에서 문을 고정하는 용도로 웨지를 사용하는 건 부적절한 활동 사례가 될지도 모르겠다.

 

또 안으로 밀어서 여는 문이 많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밖으로 여는 문이 대부분이기에 문 개방 시 외국처럼 적극적으로 적용하기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웨지가 반드시 문 고정이나 개방에 국한돼 사용하는 장비는 아니다. 여러 현장에서 상황에 맞게 요긴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다.

 

건물 내부 진입 시 개인확보 로프를 고정할 곳이 없다면 문틈에 끼운 웨지에 로프를 연결해 확보할 수 있다. 웨지는 작은 틈만 있어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방화문 개방 시 벌어진 틈에 끼워 공간을 확보하는 용도로 사용하거나 여러 상황에서 지렛대나 스토퍼, 지지대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 웨지를 이용한 개인확보 로프 고정

▲ 웨지를 이용해 틈을 벌리는 모습




 

 

 

 

 

 

 

 

소지하기에 부담스러운 무게와 부피가 아니므로 현장에서 휴대한다면 훌륭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다. 

 

랜야드(lanyard)

안전한 현장이란 없다. 다소 가볍게 출동한 현장이라도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현장 중 하나가 높이 올라가서 하는 작업이다. 특히 지붕 위에 올라가서 작업하는 경우 의외로 내 안전을 확보해주는 장비가 많지 않다.

 

몇 안 되는 장비 또한 지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안전벨트나 이동식 추락 제동 장비(아삽), 지붕 작업 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 등으로 추락에 대한 안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아직까진 일부 부서에만 지급되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게 랜야드 장비다. 용도별, 가격별로 종류가 다양하지만 1~2m 길이의 랜야드를 소지한다면 지붕 작업을 할 때 최소한의 개인 안전 확보가 가능해질 거다.

 

▲ 기본 랜야드

▲ 지붕 작업 시 안전 확보 방법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장비와 지붕의 특성상 모든 추락과 추락 충격을 잡아 줄 수 없기에 랜야드에 전적으로 내 체중을 맡겨 작업해선 안 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테이프 슬링(로프)

가볍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테이프 슬링은 활용 사례가 수없이 많을 정도로 유용한 장비다. 대략 2m 내외의 테이프 슬링을 감아 공기호흡기에 걸고 다니면 소방호스를 고정하는 매듭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65㎜ 수관에 감아 매기 후 어깨에 걸어 사용하면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65㎜ 수관을 컨트롤할 수 있다.

 

또 30㎝ 정도의 짧은 웨빙(로프)으로는 40㎜ 수관에 감아 매기 후 카라비너로 공기호흡기 허리 벨트에 고정하면 장시간 방수 시 손으로 수관을 잡으며 생기는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두 손의 자유로움은 덤이다.

 

▲ 65㎜ 수관에 적용한 모습(로프 이용)

▲ 65㎜ 수관에 적용한 모습(슬링 이용)




 

 

 

 

 

 

 

▲ 40㎜ 수관에 적용한 모습(로프 이용)

▲ 40㎜ 수관에 적용한 모습(슬링 이용)




 

 

 

 

 

 

 

 

 

 

 

 

 

현장에서 구조대상자 발견 시 테이프 슬링을 활용해 Webbing Drag 또는 Hasty Harness라 불리는 방법으로 구조할 수 있다. 이는 웨빙을 구조대상자에 고정 후 손으로 당기거나 공기호흡기에 결착해 끌고 나오는 방법이다.

 

손으로 안고 나오거나 맨몸으로 구조했을 때 보다 체력 소모가 적고 자유로운 두 손을 이용해 몸의 균형을 잡거나 장애물을 제거하는 등 돌발 상황 대처에 제약이 없어진다. 

 

▲ Webbing Drag

▲ 공기호흡기에 고정 후 구조하는 방법




 

 

 

 

 

 

만약 화재 현장에서 탈출로를 찾지 못하거나 불에 갇혀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때 개인 탈출 장비가 없다면 웨빙(로프)을 이용해 구조를 기다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건물 외벽에 있는 빗물받이 파이프 또는 도시가스 배관 등에 감아 매기 후 밟고 서 있으면 창문에 매달려 있기보다 더 쉽고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있다(하지만 이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

 

▲ 웨빙을 이용한 긴급대피 방법

이 외에도 많은 직원이 개인적으로 장비를 사서 활용하고 있다. 비용 부담이 크거나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한 장비는 제외했다.

 

헤드 랜턴과 멀티툴은 비용이 발생하지만 활용도에 비해 큰 부담은 아닐 듯해서 신규직원이나 주변 직원에게 추천하는 장비다. 슬링은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구비해 놓으면 좋을 거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구매했거나 최신 장비를 먼저 써볼 기회가 있으면(대표적인 예로 개인 탈출 장비 세트)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항상 휴대하고 사용해 본다. 또 여러 직원이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소개하거나 매뉴얼을 토대로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길 권한다.

 

이는 없는 재력의 과시도 아니고 최신 장비를 자랑함에 목적이 있을 리 만무하다. 많은 업무와 각기 다른 관심사로 장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신청할 기회조차 놓치거나 꼭 필요한 장비를 지급받지 못 하는 일이 없도록 부서와 직원들에게 정보와 필요성을 알리는 게 목적이다.

 

이로 인해 모든 직원이 다양하고 효율적인 장비를 지급받아 더욱 안전하고 전문적이며 신속한 현장 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바라고 있다. 혹시 지금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지르시길… 배우자의 용서가 허락보다 쉽기에….

 

전북 전주완산소방서_ 장준희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3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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