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의 요즘 화두 중 하나는 ‘리버스 멘토링’이다.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고 잭 웰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1999년 창안한 조직혁신 방법으로 선배가 후배에게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는 일반 멘토링과 반대되는 개념의 소통창구라고 할 수 있다.
세대 간 갈등이나 소통은 비단 소방뿐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관심을 두는 사안이다. 소방에서도 지휘관급 간부 1명과 MZ세대 3~4명이 한 조가 돼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장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리버스 멘토링에 참여한 다양한 소방관들은 “서로의 생각이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만족감을 보인다. 사실 같은 사람이고 같은 소방관인데 조금만 들여다보고 조금만 더 마음을 연다면 이해하지 못할 문제도 아니다.
지난 5월 <119플러스> 창간 특집으로 마련한 ‘90년대생 소방관이 온다’를 본 기성세대분들은 입을 모아 “우리도 할 말 많아!”를 외쳤다. 그래서 제60주년 소방의 날을 맞아 그 후속 기사로 ‘꼰대도 할 말 있다’를 기획했다.
일당백을 무리 없이 해내고 가족보단 조직을 위해 희생한 여러 ‘꼰대’가 참여해 줬다. 이 중 Z세대에 가까운 젊은 ‘꼰대’도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나는 아이브의 장원영을 좋아하면 안 되냐, 왜 비웃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말이다.
이번 기사도 나이와 임용 연수를 제외한 모든 개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물론 읽으면서 “누구 같은데…”라는 추측이 들 수도 있겠지만 너른 마음으로 모른 척해주길 바란다.
기사를 다 읽은 후 그들의 치열하고 열악했던 과거를 어루만져 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걸어 보면 어떨까? 이번엔 젊은 소방관들이 마음을 열 차례다.
왜 소방관이 되고 싶었나? A: 남을 위해 헌신하며 월급도 받는다는 게 축복 아니겠습니까?
B: 솔직히 말하면 공무원을 권유하시는 부모님 의사결정이 중요해 다양한 공직 시험 준비 중 제일 먼저 합격한 소방공무원이 됐다.
C: 언론을 통한 삼풍백화점 사고 당시 활동상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특수부대 출신이라 활동성 있는 직업군으로 여겨져 선택했다.
D: 고 2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보게 된 ‘분노의 역류’를 보고 막연하게 소방관을 꿈꿨다. ‘긴급구조119’의 영향도 받았다.
E: 멋있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직업이라 좋았다.
F: 아버지가 여러 번 사업에 실패하면서 전국 팔도로 이사 다녔다. 그래서인지 한군데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단 생각이 커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의무소방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어 병장 기간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운 좋게 200명 중 197등으로 제대하자마자 입직했다.
G: 제복이 멋있어 보였고 직업에 대한 사명감 때문이다.
H: 2010년도쯤엔 공무원 시험이 인기가 많았다. 얼떨결에 시험을 준비하게 됐고 소방공무원을 선택하게 됐다.
I: 평소 제복에 관심이 있었고 다른 제복공무원인 경찰이나 교도관보다 덜 권위적인데다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업무라 관심이 있었다.
J: 당시엔 일반인이 소방이라는 직업과 소방관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시대였지만 자신을 희생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직업을 찾다가 선택하게 됐다.
처음 소방관이 된 후 가장 많이 변화했다고 느끼는 점은? A: 인력이 많이 늘었다. 소방차에 1, 2명이 타고 출동하면서 옆 빈자리가 당연한 줄 알았는데 이젠 꽉 찼다. 2인 1조 현장 활동도 매뉴얼이 됐다. 특히 장비가 너무 좋아졌다. 장갑도 사제로 밖에서 사지 않아도 된다.
B: 사무환경과 조직문화(수직적 문화에서 수평적 의사 결정), 보수
C: 조직문화
D: 매달 급여통장으로 입금되는 월급과 각종 수당 등
E: 안전에 관한 생각이 좀 과하다 싶을 만큼 많아졌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다중이용업소를 갈 땐 지하층이나 고층은 피하고 피난이 가능한 1층이나 저층에 있는 곳을 간다. 어딜 가더라도 꼭 비상구 위치와 상태를 확인한다.
F: 현장의 노하우나 소방장비 점검, 행정 업무 등이 세분돼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인수인계체계가 ‘도제식’이었다.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현재는 여러 업무에 대한 매뉴얼이 체계화돼 누구든 양질의 교육자료를 받아 활용할 수 있다.
G: 조직이 확대돼 인원이 많아져서 좋은 점도 있지만 한편으론 소수일 때 느끼던 끈끈한 동료애가 조금 부족해진 것 같다.
H: 처음 왔을 땐 선배들 말로는 변화하는 시기였다고 하지만 조직 자체가 경직돼 있고 불합리한 일이 많았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2교대 근무에서 비번자를 무보수로 동원하는 등의 일이 흔했다. 현재는 조직운영이 합리적이고 소방공무원 개인의 워라벨을 고려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 간다고 생각한다.
I: 입직했을 때 상명하복에 익숙한 군대문화여서 답답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최근엔 많이 유연해졌다고 생각한다.
J: 상전벽해와 변화무쌍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를 정도로 변화했다. 근무방식과 조직 확대면에서 많이 달라졌다.
‘내가 꼰대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나? A: 가르침을 받기만 하다가 어느덧 후배들에게 뭔가를 알려주는 위치에 있다. 나도 모르게 안전을 생각하고 그들이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마음이 들어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B: 업무 결재 등 사무를 보다가 형식을 중요시하는 조직원들을 보고 꼰대라는 생각이 든다.
C: 20년 전 소방조직의 근무상황과 현재를 비교하면서 대화하는 순간
D: 출퇴근하는 후배 – 자유분방한 복장, 출근시간 최대한 늦게, 퇴근은 최대한 빨리하는 걸 볼 때, 사무실 내 근무 – 개인의 일에만 집중하고 선배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야간 근무 후 – 이른 아침 사무실 청소, 개인 책상 정리정돈이 안 될 때, 현장 활동 – 후배 소방관들의 현장 활동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E: 일단 액면 그대로 숫자가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기본과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걸 보면 그냥 지나치기 싫어진다. 그래서 듣기 싫어하고 듣고 싶은 얘기만 들으려 해도 말한다.
F: 예전엔 국산차도 사기 어려워 오래된 중고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나이 어린 신규직원들이 비싼 외제차를 서슴없이 구매하는 걸 보면 ‘집부터 사야 하는 게 아닌가, 주차장 없는 원룸에서 자취하면서 외제차를? 월급 뻔한데 할부금 갚을 수 있을까’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남이야 뭘 사든, 하든 개개인이 판단하는 문제인 걸 알지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G: 신규직원이 들어오고 생활하는 걸 보면서 겉으론 내색하지 않지만 옛날 생각이 많이 나고 입사 초기를 생각하면서 ‘나는 저러지 않았는데’란 생각이 들 때
H: 후배들에게 잔소리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 때
I: 근무시간 외 밖에서 회식 기회가 줄어 서운해질 때. 자주 만나 얼굴 보고 친해질 기회가 업무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이런 걸 후배도 원할까 자문해볼 때. 경험을 나누고 싶어 얘기하다 보면 말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고 후배들은 지루해하는 것 같을 때
J: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에선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고 부사신인환구인(浮事新人換舊人) 세상사에는 새 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한다’처럼 어느 시대라도 세대 차이는 존재한다. 시대 변화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시 관념으로 신세대에 적용하니 꼰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차이를 인정하고 적응하면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자신을 포함한 세대 소방관과 후배 소방관들의 가장 큰 생각 차이는 뭐라고 보나? A: 우린 조직을 위해 나와 가정에 대해 많이 포기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은 본인, 즉 개인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B: 퇴근 후 취미생활 등 여가생활이다. 우리 세대는 사무실 업무가 우선인데 지금 젊은이들은 퇴근 이후 본인의 취미생활을 우선하는 점이다.
C: 예전의 문화는 일사불란하고 절제됐으나 지금은 일반 회사 같은 분위기를 선호한다. 이런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D: 후배들 생각 – 그래도 일은 한다. 선배들 생각 – 요즘 것들은 왜 안 하냐?
E: 후배 소방관들은 어느 순간부터 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하더라. 우리 세대는 하기 싫지만 구시렁거리면서도 무조건 하는 일이 많았다. 한편으론 당당한 후배들이 부럽기도 한데 당당함 뒤로 숨어버리는 모습이 좀 비겁해 보이기도 한다. 안전하고 유기적인 현장 활동을 위해 부족하거나 필요한 걸 배우려고 하는 적극적인 사고와 자세가 아쉽다.
F: 조직의 소중함과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경시하는 것 같다. 결국 혼자라는 격다른 이론을 본인 입맛에 맞춰 편한 대로 적용하는 모습이다. 본인만의 기준으로 행하는 개인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개인주의와 싸가지 없는 걸 혼동하는 직원이 많다.
G: 직장, 삶에서의 가치관 차이와 그걸 대하는 태도
H: 소방관이란 직업을 당장 그만둘 수 있느냐 없느냐 차이 같다. 나를 포함한 이전 세대 소방관들은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후배 소방관들은 자기 꿈을 찾기 위해 그만두기도 한다.
I: 우리 땐 상관에게서 주어진 일은 닥치는 대로 하는 게 미덕이고 조직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요즘은 임무를 주면서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지 않으면 불신의 눈빛을 보내는 게 느껴진다.
J: 최근 신규직원 모집이 급격하고 다수 인원이 채용되면서 조직문화 미흡으로 인해 세대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다. 기존 세대는 신규직원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욱 필요하고 신규직원은 조직에 대한 이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후배 소방관들을 이해하기 힘들 때는? A: 냉철할 정도로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회식이 잡혀도 과감하게 미참석하는 모습이 이해하기 힘들다.
B: 행사, 회식 등에서 상급자를 예우해야 하는데 후배 소방관들은 자유스러움을 중요시할 때
C: 옛날엔 약간 자신에게 불이익이 있어도 감수하며 생활하는 문화였는데 지금 후배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조직보단 개인이 우선되는 문화가 주류를 이루는 근무환경인 점
D: 선배들의 말은 다 잔소리라고 치부하면서 현장의 노하우나 경험을 들으려고 하지 않을 때
E: 역지사지가 안 될 때 자신들의 상황만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후배들이 볼 때 나도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F: 모기 날아다닌다고 얼굴 앞에 모기약을 뿌릴 때 나랑 모기를 같이 죽이려는 거냐는 생각이 든다. 평소 근무시간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근무하고 싶다는데 업무 얘기나 팀장님 지시도 못 알아듣고 몇 번씩 불러야 하는 참사가 벌어진다.
G: 개인주의가 강할 때,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할 때
H: 요즘 들어오는 후배 소방관들이 내 세대 혹은 그 이전 세대 선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나 주장은 개개인의 성격 등이 달라 그런 거지 그 세대 전체의 특징이라고 생각진 않는다. 10년 넘게 소방공무원으로 생활하면서 후배 소방관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선배들도 많이 봐왔기에….
I: 이해하기 힘든 적은 없었고 우리 때와 다른 정서를 느끼는 건 당연하다. 간혹 우리 때보다 개인적인 성향이 있다고 느끼지만 무조건 복종을 원하고 맞추던 집단주의 장단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합리적이고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이기적인 젊은 직원이 있는데 우리 때도 그런 동료가 있었기에 요즘 친구들의 특징이라고 할 순 없는 것 같다.
J: 후배가 있으면 선배가 존재하는 거고 후배 없는 조직은 그날로 사회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자기주장이 강한 후배를 이해하지 못하기보다 후배 소방관이 적응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
그런데도 ‘결국 우린 모두 같은 소방관이구나’는 동질감이 든 순간은? A: 개인ㆍ세대 갈등이 있는데도 큰 화재 등으로 시민을 위해 나서야 할 때
B: 재난 현장이나 훈련 등 소방 본연의 업무를 추진할 땐 사명감이나 직업의식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C: 재난 현장에서 수습 활동을 진행할 때
D: 출동벨이 울리면 신속하게 현장으로 가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
E: 기본적으로 소방관은 선한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 많다. 어려움을 겪는 현장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없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한 번 더 움직이고 어려움을 감당하면 우리 동료가 안전하고 편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장착돼 있다.
F: 초임 시절 겪었던 여러 가지 업무적인 고민과 걱정들, 좋았던 부분을 얘기할 때(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는데 똑같은 경험을 얘기할 때)
G: 큰 화재 현장 등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하면서 서로 돕고 협력하는 모습을 볼 때
H: 같은 업무로 고민하고 현장 활동 영상을 보면서 더 나은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팀워크를 맞추기 위해 토의ㆍ제안하는 활동을 할 때
I: 현장 출동 후 힘든 일을 마치고 돌아와 호스를 빨고 장비를 정리하며 서로 고생했다고 격려하는 순간 동료의식을 진하게 느낀다. 특히 어렵고 힘든 현장을 겪으면 더 그렇다.
J: 소방관이라면 현장 활동뿐 아니라 생활에서 2인 1조라는 단어를 항상 염두에 둔다. 특히 각종 재난 현장에서 2인 1조로 활동하다 보면 나보단 너를 우선하고 우리가 하나됨을 느낄 수 있다.
후배 소방관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A: 후배들과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도 보고 줄임말도 배워보지만 쉽지 않다. 아낌없는 칭찬으로 접근하고 있다.
B: 같이 운동하거나 먼 곳으로 출장을 다닐 때 후배가 좋아하는 걸 선택할 수 있도록 우선권을 준다.
C: 가끔 팀원 모임에 동행해 취중진담을 청취한다.
D: 지금은 아무 잔소리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이 아닐까?
E: 같이 운동을 많이 하고 커피 마시는 시간도 자주 갖는다. 출동 나갈 때도, 현장 활동할 때도, 현장 활동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피드백을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의 팀이 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면서 실천하고 있다.
F: 세대 간 갈등에 관한 뉴스나 칼럼 등을 많이 찾아 읽었다. 아니라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나이가 들어가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시류를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 머물러 있다간 손가락질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단히 노력한다.
G: 근무하는 동안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같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하려고 한다.
H: 특별히 노력한다고 할 순 없지만 비번날 만나자고 시간을 뺏는 게 오히려 불편할 것 같아 근무일 훈련이 끝나거나 체력 단련시간 중 커피를 같이 마시거나 대화하려고 하는 편이다.
I: 회식 때 2차 맥주 비용은 꼭 최고참 선배가 낸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간식 비용을 부담한다. 가급적 입을 닫고 지갑을 열려고 한다.
J: 소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계급의 상하관계가 아니라 평등의 수평관계 분위기가 필요하다. 말을 하는 것보다 듣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소방관으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은? A: 시민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슈퍼맨처럼 그들을 구해내면 가장 자부심을 느낀다.
B: 국민 안전을 위해 재난 현장에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 인명을 구함은 물론 빠른 응급처치로 귀중한 생명을 지킬 때
C: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무사히, 안전하게 종료했을 때
D: 출동벨이 울리면 선후배와 함께 현장으로 가면서 현장 상황을 공유하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구조대상자를 위해 서로서로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E: 현장 활동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에서는 언제나 그렇다. 또 소방안전교육을 통해 관심을 두고 변화하려는 국민을 볼 때 자부심이 느껴진다.
F: 사람들이 응원할 때 자부심을 느낀다. 소방관이라고 하면 서랍에 유서 한 장 써놓고 근무한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는 것 같다. 실상은 그 정도는 아니다. 혹자는 돈 받고 하는데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지만 돈을 어떻게 버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하고 도와주면서 돈을 버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G: 화재진압이든 행정 업무든 일을 마치고 민원인이나 피해 당사자가 감사하다고 표현해 줄 때
H: 무엇보다 현장 활동 중 자부심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어느 조직도,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일이 목표인 조직에서 일한다는 데 자부심이 생긴다.
I: 낯선 곳이나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소방관이라고 소개하면 누구나 진심으로 ‘애쓰신다, 고맙다’고 얘기해 줄 때 소방관으로서 자부심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아들이 부모가 소방관인 걸 다른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때도 자부심이 든다.
J: 2020년 2월 코로나19가 대구에 창궐해 국가 동원령이 선포됐다. 각 시도 소방관서에서 구급대 등이 지원ㆍ차출됐는데 전국에서 모인 구급차를 보면서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보단 코로나로부터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결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국민에게 끝없는 신뢰를 쌓은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A: ‘이익보다 옳음’. 우리집 가훈처럼 항상 정의를 추구해야 뒷모습이 아름답지 않을까. 짧은 인생에서 멋있는 나를 지키는 건 절대 쉽지 않은 것 같다.
B: 건강, 행복, 공직자로서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
C: 건강과 일정 수준의 돈
D: 나를 알아주고 믿어주는 사랑하는 가족과 직장, 현장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동료
E: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사랑으로 행복하게 생활하는 것.
F: 회사를 아무 의미 없고 출ㆍ퇴근하면서 월급만 받아가는 곳으로 생각하거나 가족이 무조건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굉장히 무책임하고 반만 똑똑한 사람이다. 가족이 가장 중요한 건 맞지만 회사도 중요하다. 인생의 주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월급으로 가족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인생일 거다.
G: 사랑하는 가족과 가족의 건강
H: 길다면 긴 인생이겠지만 어찌보면 사람은 찰나를 사는 존재 같다. 아무래도 생을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
I: 자신의 자유의지로 살아가는 것. 다른 사람의 강압이나 기계적인 규율이 아니라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 정도 행동은 마땅히 해야 하고 이왕 할 거라면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도록 내 자유의지가 보장되는 게 중요하다.
J: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방조직 발전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A: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다. 세 자녀를 둔 소방관에게 승진기회를 주는 것보다 현장 활동 중 부상한 소방관에게 확대해주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B: 현재 국가직 이후 완전한 국가직이 아니어서 시도의원과 국회 양쪽 견제를 받는데 조직법이 통과돼 완전한 독립을 이루길 바란다.
C: 조직 내 이질감이 너무 크다. 세대, 간부-비간부, 현장 활동 대원-내근, 구급대원-진압대원 간 이질감 해소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고령화되는 여성 대원들에게 계속 근력이 필요한 현장 활동을 요구할 수 없는 근무속성상 대책이 필요하다. 내근을 보직하려다 보니 전문성이 필요한 내근자리에 무조건 여성 할당이 곤란하고 한정된 자리 모두 여성이 하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D: 다르다. 틀리다. 역지사지로 서로 이해하길….
E: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행정도, 현장도 중요하다. 서로를 인정하고 위해주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F: 기성세대는 자연스레 사라지고 MZ세대도 기성세대가 될 거다. MZ세대는 정책 결정에 주체가 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결재자는 기성세대이기 때문이다. 내근과 외근의 괴리를 극복하는 게 현명한 정책결정권자의 최대 난제라고 생각한다. 무한한 편안함을 추구하는 외근과 고통받는 내근의 상대적 박탈감을 음양으로 조화롭게 만들어야 우리 조직이 한목소리로 발전할 수 있다.
G: 직원 복지 발전과 동료애, 소속감
H: 조직은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며 조직 구성원의 워라밸을 중시하는 조직이 발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I: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경직된 조직문화가 아쉽다. 상층부에서 일을 시키려면 직원이 자발적으로 훈련하는 건 반가운 일인데 지원은 고사하고 귀찮아하거나 “그건 네 일”이라고 하는 권위적이고 뒤떨어진 문화가 있다. 이를 바꿔야 인재가 영입되고 그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음은 물론 조직 구성원들이 자긍심을 갖게 될 거다.
J: 구성원이 확대됨에 따라 이에 맞는 조직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 또 전국적인 통일성보다도 지역적인 특수성이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후배 소방관에게 한 말씀. A: 20~30년의 배경적 지식이 전혀 다른 선배들과 하루 24시간을 어울려 살며 억울할 때도 있겠지만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열심히 근무하는 대다수 후배를 존경한다. 당신들이 소방의 미래다.
B: 아무리 본인이 꼰대가 아니더라도 나중엔 분명 본인도 꼰대가 돼 있을 거다. 조직원 중 한 사람만 없으면 조직이 잘 될 것 같겠지만 그 사람을 빼내면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난다. 조직원이 마음에 안 들어도 이해하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C: 니(후배)+나(선배)=우리(조직). 선배 없는 조직이 없고 후배 없는 조직도 없음을 상기하자.
D: 어느 책을 읽으면서 머리와 마음에 깊이 새겨진 백범 김구 선생의 글이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 되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E: 혼자선 할 수 없다. 함께 해야만 할 수 있다. 가슴 뜨거운 열정을 갖고 부단히 노력하고 훈련해야 한다. 우리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후배님들 같이 한 번 멋지게 해보시겠습니까?”
F: 너 늙어봤냐, 나 젊어 봤다. 너도 곧 늙어. 나도 너 때 그래 봐서 알아.
G: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린 소방관이란 직업을 택했다. 같이 생활하며 살아가야 하기에 직장에서만이라도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줄이고 이타적인, 예의 바른 동료가 돼주길 부탁한다.
H: 선배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 앞으로 경험할 일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조건 꼰대의 잔소리라고 치부하지 말고 도움이 된다면 참고하는 것도 좋을 거다. 물론 과거를 살아온 선배들의 조언이 무조건 맞다고 할 순 없다. 과거 10년의 변화보다 앞으로 5년의 변화가 더 크고 빠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제 3자의 눈으로 자신을 볼 때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다.
I: 소방관은 남을 도와가며 밥을 먹고 사는 일이다. 현장 활동 중 위험한 상황에 부딪히는 험한 일이지만 그래도 국민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유일한 공직이다. 소방에 대한 자긍심과 스스로에 대한 격려,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환대를 갖고 산다면 후회 없고 큰 허물없이 인생을 살았다고 자평할 만하다. 월급의 10%는 자길 위해 투자하길 바란다. 지적, 감정, 건강을 위해서 말이다. 당장은 급하지 않을 것 같아도 길게 보면 확실히 남는 장사다.
J: 로버트 프로스트에 ‘가지 않은 길’이 떠올라 갈음하겠다.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 나 있어. 나는 둘 다 가지 못하고 하나의 길만 걷는 것이 아쉬워 수풀 속으로 굽어 사라지는 길 하나 멀리멀리 한참 서서 바라보았지.
그러고선 똑같이 아름답지만 풀이 우거지고 인적이 없어 물론 인적으로 치자면 지나간 발길들로 두 길은 정말 거의 같게 다져져 있었고
사람들이 시커멓게 밟지 않은 나뭇잎들이 그날 아침 두 길 모두를 한결같이 덮고 있긴 했지만 아! 나는 한 길을 또 다른 날을 위해 남겨 두었네!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걸 알기에 내가 다시 오리라 믿지는 않았지.
지금부터 오래 오랜 후에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지으며 이렇게 말하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 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난 길을 택하였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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