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래 소방은 어떤 형상을 갖춰야 할까”… ‘2050 소방미래비전보고서’- Ⅳ“기후 위기 재난으로 위협받는 인류 생존, 해법은 친환경ㆍ첨단기술”
앞선 세 편의 글을 통해 4대 분야 전반에 걸친 미래 변화와 사회ㆍ기술 분야 전략과제를 들여다봤다. 이번 호에선 ‘환경 분야’ 전략과제를 세부적으로 다룬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 등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뼈저리게 체감하는 건 기후 변화다. 냉정히 말해 기존 지구과학적 질서가 완전히 붕괴했다. 산불, 가뭄, 홍수, 폭염, 한파, 태풍…. 이 재앙들 앞에 붙는 ‘관측 이래’와 ‘유례없는’, ‘최대’, ‘최장’, ‘최악’ 등의 수식어가 이젠 낯설지 않다.
기후 변화는 자연 재난만 불러오지 않는다. 신종 감염병 출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기후가 바뀌며 기존 저위험 균주가 고위험화되거나 영구 동토층에 잠들어 있던 미지의 감염병이 깨어나기 때문이다. 죽음의 감염병이 82억 인류를 휩쓸 때 우리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까? 코로나19를 통해 경험했듯 팬데믹 상황에서 안전지대란 없다.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이라는 브레이크를 걸고 있지만 관성이 아직도 거세다. 환경을 파괴한 벌은 감내해야겠지만 미래 세대의 생존까지 위협받는 건 너무나 가혹하다. 변화와 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소방미래비전위원회(위원장 최천근, 이하 위원회)가 제안한 환경 분야 세부 과제는 ▲소방 국제 협력 네트워크 강화 ▲다종 위성정보ㆍ드론 활용 효과적 산불 대응 ▲기후 위기 ‘신종 감염병 X’ 대응 패러다임 전환 ▲글로벌 보일링ㆍ폭염기 현장 대원 안전관리 ▲무공해 모빌리티 ZEV 소방차량 도입 ▲그린(Green) 소방청사 표준 마련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안전대책 마련 등 총 7개다.
이 과제들은 기후 변화라는 시대 흐름 속에서 재난 대응의 중심축인 소방이 나아가야 할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키워드는 ‘친환경 추구’와 ‘첨단기술 접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글이 우리 시대 인류가 직면한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미래 소방의 역할을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 소방 국제 협력 네트워크 강화
전문가들은 글로벌 위기의 강도와 빈도가 계속 증가할 거라고 입을 모은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공동체적 인식이 높아지고 긴급구호나 원조 활동이 확대될 거라는 게 위원회 전망이다. 이는 재난 대응을 위한 국가 간 협력체계 강화로 이어진다.
국제적 재난 대응과 교류ㆍ협력은 호혜적 특성을 지닌다. 또 기후 위기 속 재난의 높은 불확실성은 우리나라를 언제든 인도적 지원 공여국에서 수혜국으로 만들 수 있다.
이에 위원회는 우리나라 소방이 글로벌 위기 상황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재난 대응ㆍ복구를 넘어 예방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재난 대응에 있어 소방은 그 어느 기관보다 국제적 협력관계가 중요하다. 하지만 2024년 기준 국내 36개 중앙행정기관 중 국제 협력 전담 부서가 없는 곳은 소방청과 병무청뿐이다. 이에 위원회는 소방조직 내 산재된 국제 사무를 통합ㆍ총괄하는 전담 부서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국제적 대응 역량을 갖춘 소방공무원 양성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글로벌 재난 위기 상황에 신속ㆍ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전문 인력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를 위해 국제 진화대와 구조대, 구급대에 대한 자격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충족하는 대원들로만 인력풀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위원회는 국내 소방공무원의 UN, 재외 공관 파견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국제 재난 대응을 선도하는 건 물론 재외국민 안전을 제고해야 한다고 봤다. 또 활발한 국제 교류ㆍ협력을 통해 선진 소방체계를 도입하고 국내 재난 대응과 안전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 다종 위성정보ㆍ드론 활용 효과적 산불 대응
위원회에 따르면 산불은 바람에 의한 비화로 확산이 빠르고 지형적 요인 탓에 접근ㆍ진압이 어렵다. 한번 발생하면 매우 큰 피해를 유발하지만 원천적인 예방엔 한계가 있다. 피해가 광범위할 땐 인력ㆍ장비를 충분히 동원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위원회는 ‘다종 위성정보’와 ‘드론’을 활용한 산불 대응을 제안했다. 여기서 ‘다종 위성정보’는 다목적실용위성과 정지궤도위성, 차세대 중ㆍ소형 위성 등 여러 인공위성에서 수집한 재난안전 관련 정보를 뜻한다.
지금까지 인공위성을 통해 수집된 정보는 주로 방송, 통신, 기상 예측, 지형 관측 등의 용도로만 사용됐다. 재난 대비ㆍ대응엔 활용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열 분포도 작성과 지반 변위 측정, 저수지 수표면적 산출 등을 수행하려면 많은 작업 인원과 시간ㆍ비용이 필요하고 정확한 예측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위성정보 분석 기술이 발달해 이런 문제점이 대부분 해결된 상황이라는 게 위원회 시각이다.
위원회는 위성정보를 이용하면 산불 발생 위치 파악과 진행 경로 예측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방화선을 구축할 수 있어 피해 최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대규모 산불을 예방ㆍ감시ㆍ통제할 때 유용할 거로 판단하고 있다.
드론은 다량의 소화탄을 집중 투하해 초기에 산불을 진압하거나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재발화를 감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3. 기후 위기 ‘신종 감염병 X’ 대응 패러다임 전환
위원회는 이 같은 신종 감염병에 더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소방의 대응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체외진단기술을 활용한 현장 진단 도입을 제안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소방은 급성 감염성 질환자의 최초 접촉자다. 질병 확산 단계에서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최일선에서 상황을 판단해 대응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한계는 현장에서 감염병을 정확히 진단ㆍ추정할 수 없어 능동적 활동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위원회는 119구급대원들이 과거의 수동적 활동에서 벗어나 체외진단기술을 기반으로 감염성 질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과학적 현장 진단을 통해 환자를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고 감염병 추가 확산을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현장 진단이 이뤄지려면 미세유체ㆍ바이오센서 기술이 포함된 ‘랩온어칩’ 장치와 ICT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분자진단 플랫폼의 개발ㆍ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위원회 설명이다. ‘랩온어칩’은 ‘하나의 칩 위에 실험실을 올려놓았다’는 의미로 생체 샘플을 처리ㆍ가공할 수 있는 유체 제어 기술을 뜻한다.
이 밖에도 효율적 감염병 대응을 위해 구급대원들의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감염보호복과 시도 소방본부별 구급대원 전용 감염병 관리시설, 병상 부족 대비 이동형 병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 글로벌 보일링ㆍ폭염기 현장 대원 안전관리
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일하는 소방대원은 어떤 환경에서도 업무를 중단하거나 시간을 선택해 활동할 수 없다. 소방대원 역시 사람이기에 폭염 속에서 활동하는 건 신체에 엄청난 무리를 줄 수 있다. 이에 위원회는 고온 환경에서의 소방대원 활동기준 연구가 필요하다고 봤다. 위원회에 따르면 기존 열 스트레스 관련 연구는 화재진압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폭염이 일상화된 만큼 모든 소방활동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다.
위원회는 연구를 통해 폭염 속 직무 유형별 소방활동이 소방대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회복 시간ㆍ조건, 적정 활동 시간 등에 대한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향후 공상추정제도 대상 질병 범위 확대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신소재 소방피복 개발과 대원 생체정보 모니터링, 증발냉방장치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게 위원회 진단이다.
소방피복에 적용할 신소재로는 전자피부(E-SKIN)와 복사냉각섬유 등을 제시했다. 전자피부는 피부에 부착 가능하고 신축성 있는 부드러운 열전소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국내 연구진(서울대 기계공학부)에 의해 2022년 개발됐다. 내외부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고 냉각 또는 가열을 통해 착용자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게 특징이다.
미국 연구진(시카고대 분자공학과)이 2024년 개발한 복사냉각섬유는 외부 열은 반사하고 신체에서 발산하는 복사열은 외부로 내보내는 신소재다. 내열성이 높은 폴리메틸펜텐(PMP)과 단열 능력이 우수한 나노와이어(AgNW)를 사용해 제작된다.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장비를 활용한 소방대원 생체정보 모니터링은 체온 변화와 체내 수분 정보를 표시해 열 스트레스나 탈수 등에 대한 자각을 돕는다. 지휘관 역시 이를 위기상황 조기 감지와 효율적 자원 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증발냉방장치는 쿨링 포그(Cooling Fog) 시스템으로도 불린다. 노즐에서 물 입자를 미세한 안개처럼 분사해 주변 온도를 3~5℃가량 낮추는 야외 냉방장치로 정의할 수 있다. 위원회는 이 증발냉방장치를 고온 환경 속 장시간 소방활동이 필요한 현장에 배치해 소방대원의 온열질환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 무공해 모빌리티 ZEV 소방차량 도입
소방차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ZEV(Zero Emission Vehicle)는 전기차와 수소차, 합성연료(E-fuel) 사용 내연기관차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단 하이브리드차 등은 제외된다.
위원회는 ZEV 종류에 따라 연료 효율(주행 거리 또는 사용 시간) 등 특성이 다른 만큼 차량 목적과 현장 대응 성격 등을 고려해 적절한 ZEV를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예를 들어 전기차는 운행 거리가 비교적 짧거나 펌프 등 특장에 사용되는 전기량이 많지 않은 경우 적합하다. 전기차 적용을 고려할 만한 대상으로는 지휘차와 구급차, 소ㆍ중형 펌프차 등을 꼽을 수 있다.
배터리는 금속과 액체로 구성돼 무겁다. 무작정 배터리양을 늘릴 수 없는 이유다. 차량 사용 시간을 향상시키기 위해 배터리를 추가 장착하면 차량 전체 중량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또다시 사용 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간 활용성까지 떨어뜨린다.
수소는 지구에 존재하는 원소 중 가장 작고 가벼운 물질이다. 게다가 액체로 만들면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보다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충전 역시 빠르다.
이런 이유로 수소차는 적재 중량이 많거나 전기차에 특장 설계가 어려울 때 유용하다. 사다리차와 굴절차, 물탱크차, 회복지원차 등에 적용하면 유용할 수 있다.
합성연료 사용 내연기관차는 내연기관 사용이 적합하거나 내연기관 엔진을 병행해 사용해야 할 경우는 물론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지역에서의 활용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산불진화차 등에 적합하다는 게 위원회 판단이다.
6. 그린(Green) 소방청사 표준 마련
위원회는 지역별 소방력이 순증하던 과거와 달리 미래엔 소방 수요 증감에 따라 소방력을 추가 또는 감소 배치하는 소방력 이동이 불가피할 거로 전망하고 있다.
소방력 이동은 곧 소방력이 머무는 소방청사의 이동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소방청사 신축, 증축, 철거, 미사용 유지에 따른 환경 오염과 예산 낭비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에 위원회는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소방청사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듈러 공법’은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갖춘 스마트 건축 기술 중 하나로 공장에서 골조, 단열재 등이 포함된 모듈을 생산한 후 건설 현장에서 이를 연결ㆍ마감하는 방식이다. 건축폐기물 발생이 적고 이동 건축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환경 오염 최소화를 위해 기축 소방청사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이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을 통해 소방청사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은 낮춰 건물 운영상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시키는 걸 목적으로 한 리모델링이다.
이 같은 ‘그린 소방청사’의 전국 도입을 위해선 먼저 관련 표준을 마련하고 시범 운영을 통해 세부적 보완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위원회 설명이다. 또 순차적 도입을 추진하되 우선순위 설정은 미래 소방 수요 증감을 예측ㆍ고려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7.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안전대책 마련
문제는 ESS엔 리튬이온전지가 사용된다는 점이다. 리튬이온전지는 안전성 문제로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일반적인 소화 방법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 대책이 요구된다는 게 위원회 설명이다.
이에 위원회는 ESS에 대한 실효성이 있는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오프가스(Off-gas) 방출을 신속하게 인지할 수 있는 시설의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예를 들어 배터리 랙마다 상부에 오프가스 감지를 위한 센서를 부착하거나 오프가스와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에 반응하는 센서 설치를 고려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리튬이온전지가 열폭주에 이르기 전 안전조치하거나 신속히 대피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오프가스는 리튬이온전지 열폭주의 전조 증상이다. 열폭주보다 평균 7.4분 먼저 나타난다. 즉 오프가스를 제때 감지하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소방청이 정립한 ‘전기저장시설의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607)’에 따르면 전기저장시설엔 소화기, 스프링클러설비, 배터리용 소화장치, 자동화재탐지설비, 배출설비 등이 의무적으로 설치돼야 한다. 하지만 오프가스 검출설비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위원회 판단이다.
이외에도 ESS 관련 종사자 교육ㆍ훈련을 의무화하고 대국민 안전교육ㆍ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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