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래 소방은 어떤 형상을 갖춰야 할까”… ‘2050 소방미래비전보고서’-Ⅰ사회ㆍ기술ㆍ환경ㆍ인구 등 4대 분야 변화 예측, 30대 전략과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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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미래 변화를 예측ㆍ분석하고 이에 따른 소방의 발전 방향과 전략을 제시한 보고서가 발간됐다.
소방청은 1월 13일 누리집을 통해 ‘2050 소방미래비전보고서(이하 보고서)’를 공개했다. 집필은 2024년 3월 발족한 ‘소방미래비전위원회(위원장 최천근, 이하 위원회)’가 맡았다.
대학교수 등 분야별 국내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9개월여에 걸쳐 보고서를 완성했다. 연구ㆍ편집은 소방청 미래인재기획단이 주도했다.
집필 과정엔 외국 소방기관 대표(지휘관), 대학교수 등 5개국 7명의 전문가가 특별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재난 관련 국제 동향과 선진 소방 정책 등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 ▲ 소방미래비전위원회 위원들 |
![]() ▲ 소방미래비전위원회 국외 특별 위원들 |
300쪽에 달하는 보고서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30주년을 맞는 2050년까지의 미래 모습을 사회ㆍ기술ㆍ환경ㆍ인구 등 네 가지 측면에서 총 서른 가지 세부 전략과제로 나눠 살핀다. 이를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 속 소방 정책이 지향해야 할 점과 장기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한다.
발간사를 통해 최천근 위원장은 “변화를 단순히 뒤쫓기만 한다면 온전히 대응할 수 없다. 미래를 예측하고 한발 앞서 준비하는 능동적인 과정이 선행될 때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새로운 정책과 기술을 수용하고 이를 현장에 적극적으로 접목하려는 실천이 뒷받침될 때 소방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국민 안전은 한층 더 견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보고서를 접하는 모든 분께서 소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동참해 머지않은 미래에 소방의 비전이 실현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우린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기후와 인구구조, 사회ㆍ환경적 변화와 기술 발전은 그 속도를 더해가고 소방의 역할에도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보고서를 통해 그려본 소방의 미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 전했다.
<119플러스>는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 등으로 다변화가 예고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대신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자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총 5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보고서에서 제시된 사회ㆍ기술ㆍ환경ㆍ인구 등 분야별 전략과제를 순차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호에선 보고서 내용 전반을 관통하는 4대 분야 미래 변화에 대한 위원회의 주요 관점과 분석을 다룬다. 미래 소방의 형상을 가늠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사회 분야
“높아지는 국민 눈높이… 소방서비스 품질 기대 충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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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녹화장치와 SNS 등 IT 기술 발달로 현장 소방활동이 가감 없이 노출되고 있다. 소방활동 전문성 부족은 국민 신뢰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인 만큼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욕구와 관심은 소방을 향한 전문성 요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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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전문성 강화를 위해선 현장 소방활동 역량 중심의 업무, 인사구조 재편과 체계적 교육ㆍ훈련 등이 필요하다. 규정과 매뉴얼을 따지기보단 상식에 부합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응이 중요하다. 소방활동을 국민 시각에서 바라보고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각종 사고와 응급상황에 대한 국민 안전 의식을 형성하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응급상황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안전 의식과 적극적인 참여 의지가 있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수단이 없다면 실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재난 대응 시엔 관련 기관ㆍ부처 간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긴밀하게 소통ㆍ협력하는 자세가 필수다. 재난의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고려할 때 각 부처는 고유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상호 간 신뢰를 바탕으로 자원ㆍ정보를 공유하는 등 유기적인 협력을 지향해야 한다.
소방은 재난 대응의 최일선 기관으로서 이런 자세를 먼저 견지하고 타 부처와의 협력을 이끄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 같은 관점을 토대로 사회 분야에선 ▲역량 중심 인적자원 관리 모델 마련 ▲소방학교 전문성 강화 ▲소방 E-라키비움 구축 ▲국민참여형 CPR 플랫폼 도입 ▲의료기관 밖 효율적 응급의료시스템 구축 ▲사용자 체감 중심 예방행정 통합지원플랫폼 구축 ▲현장 중심 소방공무원 전문체력 양성 ▲소방활동 품질관리제도 도입 등 8개 전략과제를 도출했다.
기술 분야
“첨단기술 활용성↑… 재난 대응 전략 근본적 변화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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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은 재난의 복합ㆍ대형화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상쇄할 핵심적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난관리 분야에서 기술 활용성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 ▲ 2024년 8월 2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방대원 첨단 보호장비 개발 심포지엄’ |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현장지휘관 의사결정 지원과 119 신고 동시다발 폭주 대응은 물론 IoT를 활용한 소방용수 실시간 관리 등은 도입이 활발히 검토되고 있다. 또 생체ㆍ위치ㆍ공간 정보를 측정ㆍ관리하는 기술은 현장 소방대원 안전 개선에 크게 이바지할 거로 기대된다.
각종 산업 분야에서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방에서도 복잡ㆍ다양한 양상의 재난 상황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무인ㆍ지능화 장비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 ▲ 무인ㆍ지능화 장비는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ㆍ상황에 투입돼 소방활동을 보조하고 현실 문제를 해결한다. |
무인ㆍ지능화 장비는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ㆍ상황에 투입돼 소방활동을 보조하고 현실 문제를 해결한다. 기술 발전에 따라 활용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결국 소방의 재난 대응 전략ㆍ전술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거로 예측된다.
기존 소방장비의 첨단화 가속도 예상된다. 다양한 소재ㆍ공정 기술 개발로 소방대원 개인보호장비의 안전성ㆍ활동성ㆍ편의성이 개선되고 스마트 센서ㆍ증강현실(AR)ㆍ외골격 로봇 등 혁신 기술과의 융합으로 소방장비의 효율성이 높아져 소방활동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될 거란 시각이다.
가상환경(VR) 시뮬레이션의 경우 실제 상황을 컴퓨터 모델로 대체해 시간ㆍ인력 비용을 대폭 절약해 줄 뿐 아니라 위험 부담 없이 특정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 기술은 재난 발생 전후 상황을 신속하게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최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데이터와 시나리오를 통합해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 같은 분석을 근거로 기술 분야에선 ▲현장지휘관 AI 참모시스템 ▲무인ㆍ지능화 장비 활용 ▲디지털 트윈 기반 재난 대응 강화 ▲AI 공동 대응 차세대 종합상황실 ▲소방대원 실시간 안전관리 시스템 ▲IoT 지능형 소화전 확대 구축 ▲개인보호장비 고도화 등 7개 전략과제를 제시한다.
환경 분야
“키워드는 친환경, 기후 변화, 신종 감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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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는 탄소배출 억제 필요성에 대한 전 세계적 공감대를 키우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선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목표로 삼았다.
공공 부문 친환경 차량 보급도 확대될 예정이다. 소방 역시 전기소방차 기술 개발과 안전성 확보, 현장 활용 방안 연구 등 전기차 도입을 위한 실질적 논의의 시작점에 섰다.
또 앞으로 소방관서는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신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인구 유동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신설ㆍ폐지ㆍ이동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건축 자재 사용과 에너지 효율화 설계, 건설 폐기물 최소화 등도 고려할 점이다.
신재생 에너지 설비와 첨단기술 도입은 에너지 효율성, 지속 가능성을 높이지만 새로운 유형의 위험 요인을 수반한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관련한 화재, 폭발, 전기적 위험 등은 소방의 기존 대응 방식으로는 효과적인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복합적인 위험 요소를 지니고 있어서다.
이에 소방은 전통적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신기술 관련 위험관리ㆍ대응 전략을 새롭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위험 예방과 사전 안전 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적 기반 조성이 선행돼야 하는 시점이다.
기후 변화로 파생되는 재난에 대한 대응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폭염과 산불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뜨거운 날씨에 노출된 소방공무원에 대한 안전관리체계 점검과 수차례 소방 동원령을 발령할 만큼 위협적인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 산림화재 대응 역량 제고도 소방의 과제다.
신종 감염병 역시 미래에 당면하게 될 대표적 위험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새로운 형태로 다시 인류를 위협하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소방은 감염병 환자의 최초 접촉자인 만큼 발병 초기부터 확산 방지와 위기관리 등 국가적 대응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 ▲ 구급대원이 구급차 내부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출처 대전소방본부). |
기후 변화가 불러온 대규모 재난ㆍ재해는 국가 간 경계를 초월하고 있다. 원조국과 수혜국이라는 전통적 역할 구분도 무너뜨린다.
앞으로는 국가 경계를 넘나드는 전 세계적 연대와 협력의 형태로 재난 대응이 이뤄질 전망이다. 소방은 국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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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검토를 기반으로 환경 분야에선 ▲소방 국제협력네트워크 강화 ▲다종 위성 정보, 드론 활용 효과적 산불 대응 ▲기후 위기 ‘신종 감염병 X’ 대응 패러다임 전환 ▲글로벌 보일링, 폭염기 현장 대원 안전관리 ▲무공해 모빌리티 ZEV 소방차량 도입 ▲그린소방청사 표준 마련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안전대책 마련 등 7개 전략과제를 선정했다.
인구 분야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코앞’… 인력 감축, 정년 연장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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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는 우리나라가 머지않아 직면하게 될 중대한 사회적 위협 요인이다. 고령화 사회로의 빠른 전환과 더불어 도시 집중화, 지방 소멸을 가속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 ▲ 2025년과 2050년의 인구 구조 분포(출처 국가통계포털) |
인구의 수도권 집중은 지방의 경제ㆍ사회적 자원을 흡수하면서 지방 경제를 악화시키고 미사용ㆍ노후화 건축물 증가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동시에 수도권엔 인구 과밀에 따른 주택 문제와 교통 체증, 환경 오염 등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가족ㆍ이웃 중심의 전통적 문제 해결 방식을 약화시키고 생활 전반에 대한 공공서비스 의존도를 높일 전망이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이슈로 1인 가구 고독사를 거론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구 감소와 도시 집중화에 따른 지방 소멸은 지방의 소방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이 같은 변화는 수요에 발맞춘 탄력적 소방관서 운영 등 전략적 대응을 요구한다. 소방공무원 감축이라는 현실적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
![]() ▲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출처 행정안전부) |
소방공무원 감축은 인력을 현장 대응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행정 업무는 적은 인력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등 생산성 향상 방안 모색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미래의 소방 행정은 인력 감축에도 대국민 서비스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할 운명에 처했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따라 사회 전반에서 정년 연장이 예상되는 만큼 소방공무원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와 준비 역시 필수다. 특히 현장 활동 중 고령의 소방공무원에게 발생할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대비책으로는 체계적 경력관리와 장비 경량화, 적절한 인력관리제도 도입, 재해보상체계 점검, 임금피크제ㆍ직책정년제와 같은 다양한 정년 연장 모델 검토ㆍ적용 등이 거론된다.
이 같은 분석을 기초로 인구 분야에선 ▲초고령화 사회, 소방공무원 정년제도 검토 ▲전ㆍ현직 소방공무원 재해보상 지원 강화 ▲핵개인 시대, 위기 상황 인지 대응서비스 ▲AI를 활용한 업무 생산성 향상 ▲생활안전출동 전문성 강화 ▲미래 노후 건축물 소방안전관리 ▲시ㆍ공간적 제약 없는 하이브리드 워크 ▲리퀴드 폴리탄 시대, 소방력 배치 효율화 등 8개 전략과제를 꼽았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