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특수랜턴 개발 선두기업, (주)엘라이트머신비전 기술력ㆍ노하우 통해 특수랜턴 성능 다변화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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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사이로 화염이 치솟는 한 건물. 시뻘건 불길이 주변을 잡아먹듯 태우면서 연기와 유독가스가 내부를 뒤덮고 있다. 화재진압을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한 소방관. 이미 주변을 가득 메운 검은 연기 때문에 화재 성상과 발화점을 파악할 수 없다.
서둘러 가슴부위에 장착된 열화상 연기투시 랜턴을 빼 들고 주변을 비추기 시작한다. 열 강도에 따라 색상이 달리 보이는 랜턴 LCD 화면을 통해 지형지물을 파악한다. 랜턴의 불빛으로는 가시거리를 살핀다.
화점으로 여겨지는 곳을 찾은 소방관은 관창으로 물을 뿌리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결국 주불을 잡았다. 랜턴 덕분이다.
랜턴은 연기 등 가시광선이 차단된 극한의 환경에서 눈으로 사물을 인식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장비다. 주로 화재ㆍ구조나 위험물 같은 산업 현장에서 사용한다. 하지만 다양한 대응 장비를 챙겨야 하는 소방관으로선 한 제품에 두 개 이상의 기능이 접목된 하이브리드형 장비를 원하기도 한다.
비전머신 시스템 전문기업 (주)엘라이트(대표 이정환)가 ‘열화상 연기투시랜턴’을 개발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머신비전 분야 기술력과 노하우 겸비한 ‘엘라이트’
‘지속적인 기술력 강화를 통한 신뢰받는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2012년 설립된 엘라이트.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이차전지 등에 쓰이는 검사장비를 전문적으로 개발ㆍ생산하는 기업이다. 머신비전 사업부와 안전관리 사업부, 기업부설연구소, 영업부 등으로 구성된다.
엘라이트는 머신비전 광학 기술과 비전 조명 전원 제어시스템 기술을 기반으로 비전 영상 취득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등 분야에서 점차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머신비전은 고성능 카메라와 이미지 프로세스,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제품 생산이나 생산 오류, 불순물 등을 식별하는 데 활용된다.
2022년 안전산업 분야에 출사표를 던진 엘라이트는 머신비전 사업에서 쌓아온 광학 기술을 바탕으로 안전관리 사업부를 신설했다. 사업 확장을 위해선 ‘DEEPLIGHT’란 브랜드를 론칭했다.
현재는 소방과 국방, 해양경찰, 위험물 산업군 등에 분야별 특수랜턴을 개발해 공급 중이다. 사업 영역을 확대한 이후 매출은 2022년 70억원에서 2023년 120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핵심 기술개발의 시작점, 기업부설연구소
엘라이트는 기술개발과 품질관리를 위해 2014년부터 기업부설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머신비전 검사장비는 물론 연기투시랜턴과 탐조등, 수중랜턴, 전술라이트 등의 주요 기술 대부분은 모두 이곳에서 출발했다. 현재까지 취득한 특허만 12건에 달한다.
엘라이트 관계자는 “현재 전체 인원 50명 중 11명이 기업부설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라며 “이 가운데 2명은 전자공학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우수 인력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로 사용할 만큼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기술이 미래라는 신념 아래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 경쟁사들보다 신뢰성이 높은 제품을 먼저 출시했고 이는 곧 매출 성장이란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한 장비로 두 가지 성능 구현… 열화상 연기투시랜턴
엘라이트가 소방 등 안전 분야에 공급하기 위해 개발한 대표적인 제품은 열화상 연기투시랜턴이다.
열화상 카메라는 열을 가진 물체가 발산하는 복사열을 감지한 후 이를 이미지로 변환해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장비다. 연기투시랜턴은 화재나 구조 현장에서 시야 확보를 위해 사용하는 개인안전장비다. 이 두 장비의 기능을 하나로 결합한 열화상 연기투시랜턴은 2023년 대한민국 소방산업대상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거머쥐었다.
연기투시 부분에는 빛의 산란을 최소화하는 오렌지 LED가 적용됐다. ‘강’, ‘약’, ‘점멸’ 등 세 가지 모드로 밝기를 조절할 수 있고 랜턴 상부에 달린 레이저 포인트는 방향지시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열화상 카메라로 수집된 이미지는 2inch LCD 화면을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대상물의 중심 온도와 최대 온도 등이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이미지를 저장할 수 있다. 오토 기능을 통해 하이게인(-15~150℃)과 로우게인(50~550℃)을 스스로 파악해 주는 기능도 탑재됐다.
또 15초간 사용자의 움직임이 없다면 점멸과 동시에 80㏈의 경보음이 울리면서 주변에 위험 여부를 알려준다. 배터리는 5천mAh로 3시간 이상 사용이 가능하고 배터리 잔량을 5단계로 표시해 사용자가 배터리 용량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
현재 이 제품은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인천소방본부, 포스코,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다양한 현장에 납품되고 있다.
제품 성능 향상은 물론 사용자 안전까지 고려한 탐조등
레이저탐조등은 30W 레이저 광원을 이용해 직진성이 좋고 최대 2㎞까지 빛을 조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제품 안전성을 위해 레이저 칩과 프리즘, 렌즈 등을 모듈화했다.
기존 탐조등은 얇은 알루미늄 반사판과 HID 램프로 구성됐다. 사용 중 반사판이 움직이면서 램프에 충격을 줘 램프가 깨지는 일이 발생한다는 게 엘라이트 설명이다. 밝기는 ‘강’, ‘약’, ‘점멸’로 조절이 가능하고 사용시간은 ‘강’ 모드를 기준으로 3시간 30분이다.
듀얼탐조등은 10W 레이저 광원으로 최대 1㎞ 조사가 가능하다. 확산성이 좋은 LED 광원으로 넓은 범위에서 빛을 밝힐 수 있다. 사용시간에 따라 제품 모델이 DS-DL3010(LED 4시간, 레이저 12시간)과 DS-DL3010(LED 2시간 30분, 레이저 5시간 30분)으로 나뉜다.
이들 제품에는 5분간 사용자의 움직임이 없으면 점멸로 위험 여부를 알려주는 ‘위험경보’ 기능과 내부 온도가 65℃를 초과하면 제품 고장 방지를 위해 LED 동작을 제한하는 ‘고온 보호 동작’ 기능이 탑재됐다.
또 알루미늄 금속 표면을 알루미나 세라믹으로 변화시키는 ‘알루미늄 하드아노다이징’ 기술을 적용해 내구성을 높였다. 방수ㆍ방진은 IP68 등급으로 물 속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현장 대원에게 꼭 필요한 특수랜턴 개발 전문기업 되고파”
[인터뷰] 윤동섭 엘라이트 영업기획 이사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겠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특수랜턴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기술개발은 물론 각종 인증을 취득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소방 등 현장 대원이 신뢰하는 특수랜턴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이들이 안전해야 우리 역시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안전산업 사업부를 이끄는 윤동섭 이사는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주)한솔에서 4년간 전자기기 관련 해외 영업 업무를 맡으면서 다양한 전자제품 기술 지식을 쌓았다.
이후 한 탐조등 생산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소방 등 현장 대원을 대상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제품 사용 중 겪는 불편함 등 개선 사항 파악에 집중했다.
다시 엘라이트로 자리를 옮긴 그는 지금까지 보고, 듣고, 경험한 고객 피드백을 하나씩 제품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엘라이트의 특수랜턴을 찾는 고객도 점차 늘었다.
“소방관 등 현장 대원이 사용하는 제품이기에 내구성을 확보하면서 성능과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초기 엘라이트 제품에는 어깨끈을 설치할 공간이 없었다. 장시간 현장 출동을 나가는 대원들이 랜턴을 계속 들고 있기 번거롭다는 의견을 줘 바로 개선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쌓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즉각적인 피드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엘라이트에선 현장 대원들과 소통하면서 얻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기업부설연구소는 회의 결과를 반영해 제품을 개발ㆍ개선하고 있다. 레이저탐조등과 듀얼탐조등, 열화상 연기투시랜턴 개발도 현장 대원들이 임무 수행 중 겪는 불편 해소 방안을 찾던 게 시작이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조달청 혁신제품과 한국발명진흥회 글로벌 IP 스타기업, 중소벤처기업부 인재육성형 중소기업, 해외조달시장 진출 유명기업 등에 지정됐다. KC와 UN, CE 등 다양한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모든 건 현장 대원으로부터 얻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화를 고민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품질을 높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답은 늘 현장에 있기에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윤동섭 이사는 엘라이트의 강점으로 현장 피드백과 함께 머신비전 관련 기술력을 활용한 제품 개발 체계를 꼽았다.
“머신비전은 카메라나 렌즈 등 주요 부품의 성능이 중요하다. 수년간 쌓아온 기술력으로 해상도ㆍ심도 등을 높이면서 데이터 손실을 최소화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하드ㆍ소프트웨어 기술을 동시에 높여 실현한 결과다. 머신비전 관련 기술력을 특수랜턴에 접목해 부품 모듈화 등으로 빛이 균일하면서 멀리 비치는 제품도 개발했다”
엘라이트는 안전산업 분야 확장을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첫 단추로 열화상 연기투시랜턴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먼저 가시광선 영역을 측정하지 못하는 기존 열화상 연기투시랜턴의 한계 극복을 위해 실화상 영상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후 열화상 연기투시랜턴으로 촬영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들 기술은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열화상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하면 이미지가 뭉개지곤 하는데 실화상 영상까지 적용하면 현장 대원들이 더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거다. 무엇보다 네트워크 기술이 소방관 순직 사고 방지에 조금이나마 도움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소방 등 현장 대원이 임무 수행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특수랜턴을 만들어 나가겠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